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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Jan 14. 2018

#7 마침표.

31살 하루 일기에서 32살 하루 일기로.

2017년이 끝날 때쯤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당시엔 정말 생존을 위해서 글을 쓴 것 같다. 

그 당시 나의 상황은 이러했다. 


나의 불면증은 날로 심해졌다. 안정을 취할 때 도움을 주는 음악 없이는 쉽사리 눈을 감지 못했다. 그 당시 내 머릿속엔 자기 꼬리를 물기 위해 한쪽 방향으로 미친 듯이 달리는 개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었다. 

하루 이틀이 사흘 나흘이 되어가면서 극심한 스트레스가 나를 절벽으로 떠밀고 있었다. 


 나는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버텼지만 망가져버린 나의 일상 패턴과 흐릿해져 버린 나의 신념을 보며 절벽 끝에서 버티고 있는 게 아니라 난 이미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나의 애씀은 떨어지는 순간 지푸라기라도 잡기 위해 허공을 내젓던 무의미한 저항이었던 것이다.

  그 당시 나의 신념, 자존감, 체력으론 이 위기의 상황을 극복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고, 나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시도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시작했다. 


 그 첫 번째가 적극적으로 알리기였다. 나의 사정을, 나의 위기를, 나의 어려움을, 나와 함께 하거나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직장 내 동료들, 친구들, 전문상담사 등 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해졌다. 나의 약함을, 나만의 치부를 드러낸다는 건 예전 나에겐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하지만 난 부끄러움과 어색함을 이겨내고 거짓 없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나는 나의 상황을 직시하게 되었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 지인들은 나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지만 나와 공감해 줬고 나를 지지해 줬다.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는 100배의 용기가 필요하고 그렇게 용기로 말한 진실은 1000배의 힘이 있다." 처음 말 꺼내기가 어려워, 어렵게.... 어렵게 100배의 용기를 내서 겨우 말문을 열고 말한 "나"이지만 나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준 사람들로 통해 나는 1000배의 힘을 얻게 되었다. 

 그렇게 얻은 힘으로 다시 용기를 내 그동안 시도해보지 않았던, 아니 까맣게 잊고 있던 나의 습관이자, 취미이고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해 준 유일한 도구인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2017년 말쯤 31살 하루 일기라는 소소한 주제로 나에 대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6화까지 적어 내려갔다. 그렇게 나에 대해서 글을 쓰며 자아 성찰하게 되었고 자아성찰로 통해 나는 나의 내면이 좀 더 강해졌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꾸준히 써오던 글쓰기가 6화에서 멈췄다. 

사실 그 뒤로 10편이 넘는 글을 쓸 수 있는 주제들이 있었지만 "내일 하지 뭐" 하며 조금씩 미루기 시작하고, 저번에 쓰던 것도 다 못썼는데.... 하며 스스로 변명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어찌 이리도 변덕스러운지 

 그 고통 속에서 다짐하며 힘들게 써 내려갔던 글들로 통해 절벽에서 떨어지며 무기력하게 내젓던 손짓이 어느덧 진실함과 용기가 더해져 날개가 되어 비상하게 됐지만, 이제 조금 난다. 생각하며 안심하는 틈을 타 나의 나태함이 나의 눈과 나의 양심을 휘감고 비상하는 날개를 스스로 꺾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나태함이 주는 달콤함에 취해 추락하고 있지만 비상하고 있다며 착각하며 즐기고 있었다. 


내가 즐기는 사이 기민하고 예민해졌던 감각들은 점점 무뎌져 갔고, 또다시 일상 패턴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언제나 중재를 하던 나의 양심은 자취를 감추었고, 꿈에 대해서 말하던 입은 굳게 닫히고 다시 뛰기 시작했던 심장도 더 이상 뛰지 않는다.     


그동안 초입 부분만 쓰고 저장해둔 마침표 없는 수많은 나의 하루 기록들이 반증하듯 완전히 기록되지 못한 나의 하루가 불안정한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 

(나에게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2017년 말즘에 내가 처음 글을 쓰며 다짐한 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나에 대해서 글을 쓸 때는 허세 없이 순수하게 쓰자. 

두 번째는 매일매일까지는 아니어도 일주일에 3번은 기록하자. 였는데 두 번째의 다짐을 지키지 못했다. 

 

2018년 초 다시 한번 다짐을 한다. 

첫 번째 순수하게 나를 기록하자.

두 번째 완벽을 위해 쓰지 말고 단 한 줄을 써도 좋으니 매일 기록을 완수하다.

세 번째 분명 시간이 지나면 부담스럽겠지만 이겨내자.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는 100배의 용기가 필요하고 그렇게 용기로 말한 진실은 1000배의 힘이 있다." - 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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