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 Jan 16. 2018

#8 32살에 만난 어린왕자.

32살 하루 일기

 내가 좋아하는 책을 하나 뽑으라고 하면 파울로의 "연금술사"와 함께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뽑곤 한다. 하지만 나에게 어린왕자는 여전히 어려운 책이었다.


 내가 처음 어린왕자를 만난 건 초등학교 때 독후감 숙제 때문이다. 그 당시 난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집어 들다가 첫 페이지에 나오는 아주 인상적인 사진과 글귀에 꽂혀 이 책으로 독후감을 쓰겠다고 발표를 했고 그게 나와 어린왕자의 첫 만남이었다.


 그때 나의 시선을 끈 건 모자 사진이었고, 이 모자 사진의 실체는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킨 모습이었다. 나는 이 재치 있는 그림에 대한 짤막한 설명에 속아? 어린왕자를 선택했고 결국 난 독후감 숙제를 못해 벌을 받았다.


 내가 독후감 숙제를 못한 이유는 초등학생인 내가 읽기에 어린왕자는 너무나도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으며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제목만 어린왕자이지 내용은 어른왕자라고 해도 될 만큼 어려운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니 그 당시 한 장 한 장 페이지 넘기는 재미로 책을 보던 나에겐 수학 교과서만큼이나 끔찍하게 어려운 책이었다.


 그 뒤 고등학교 때 처음 완독 한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사실 완독 하였다는 기쁨은 있었지만 여전히 마음은 찜찜했다. 마치 새 옷을 입었지만 옷에 붙어 있는 텍을 때지 않고 입은 기분 같다고 해야 할까? 내용도 이해하며 완독을 했지만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마치 옷에 붙어 있는 텍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그리고 2010년 3학년 2학기 마지막 기말고사를 남긴 시점에 나는 어린왕자를 다시 읽었다. 그리고 그때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어린왕자는 아름답게 쓰인 판타지 같은 내용이지만 실은 매우 현실적인 책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쓴 쌩텍쥐페리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진 현실 속에서 고뇌하며 느낀 현실적인 이야기를 암호처럼 어린왕자 스토리 속에 녹여내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어린왕자를 어렵게 받아 드렸던 이유가 바로 스토리 이면에 숨겨진 진짜 내용을 알지 못함으로 오는 일종의 스트레스였다. 그렇게 독후감 숙제를 위해 어린왕자의 손을 처음 잡았던 그 소년은 어느덧 32살의 청년이 되었고, 청년이 된 소년은 드디어 어린왕자의 작가인 생텍쥐페리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린왕자가 나에게 말한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아."

나는 답한다.

"응 그런 것 같아. 항상 중요한 것들은 보이지 않지."

어린왕자는 나의 응답이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그럼 나에게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 한 가지만 말해 줄래?"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다시 입을 뗀다.

"나에게 보이지 않는 것은 꿈인 것 같아."

어린왕자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말을 이어간다.

"음... 너에게 중요한 건 꿈이구나? 혹시 그 꿈이 무엇인지 말해 줄 수 있어?"

나는 잠시 텀을 두고 어린왕자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물론이지 나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키울 수 있는 단체를 만들고 싶어. 남녀노소, 성별, 인종, 종교, 출신 등을 뛰어넘어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런 기회를 제공하는 단체를 만든 것이 나의 꿈이야."

어린왕자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질문을 던진다.

"나는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 기회를 만드는 단체인데 어떻게 기회를 만드는 거야?


나는 어린왕자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나는 누구나 잠재되어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어. 단지 그 가능성을 찾는데 각자 다 다른 시간이 필요할 뿐. 하지만 때론 가능성 자체가 있다는 걸 모를 때도 있다고 봐. 왜냐하면 중요한 건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 그래서 나는 알려주고 싶어.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나는 그리고 너는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이며 남을 위한 삶이 아니라 나를 위한 삶을 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그리고 그걸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 중 하나가 교육이라고 믿어. 그래서 난 자기 가능성을 찾고 성장시키는 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게 나의 1차 꿈이야. 그리고 2차 꿈은 교육으로 통해 성장한 가능성을 가지고 자아실현을 목표로 하지. 그렇게 발현된 자아실현들이 타인과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게 나의 2차 꿈이야. 그리고 나의 3차 꿈은 이러한 현상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의 3차 꿈이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나와 너 그리고 우리들이 속해 있는 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나의 꿈이야. 이걸 단순한 직업으로는 설명 못하겠어."


어린왕자는 웃으며 이야기를 한다.

"갑자기 양이 보이는 보물상자가 떠올랐어. 그 상자는 원하는 게 들어있는 상자야. 나는 그 상자 안에서 내가 그렇게 찾던 어린양을 찾을 수 있었지. 방금 나에게 말하며 써 내려간 이 글이 너에게 보물 상자와 같은 존재가 되길 봐래.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아. 그래서 어쩌면 우린 자주 잊어버리게 되는 것일 수도 있어.


 잊지 마.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건 잊게 되어 있어.

 참 오랜만에 즐거운 대화를 나눈 것 같아. 나는 이만 장미꽃을 보러 가야겠어.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면 질투하거든. 기회가 된다면 너의 보이지 않는 것을 좀 더 자세하게 말해 줄 수 있겠어? 나는 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너의 꿈. 눈에 보이지 않는 그것에 대해서 궁금해졌거든. 그럼 다음에 또 보자. "


나는 어린왕자의 갑작스러운 통보에 당황했지만 순수함이 묻어 나오는 작별인사에 대답 대신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 주었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 어린왕자 중 by 생텍쥐페리

 

작가의 이전글 #7 마침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