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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Jan 16. 2018

#9 생각의 차이

32살 하루 일기

어제의 일이다.

퇴근할 때쯤 갑자기 동료 에이전트의 전화가 울리고, 곧이어 도움 요청이 들어왔다.

요청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급한 사정으로 사무실을 옮겨야 할 시기를 놓쳤고, 당장 내일 사무실 계약을 해야만 한다는 내용이었다.

보통 이정도로 급하게 사무실을 구하는 경우가 없음으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지금 이 사정을 말하는 고객이 우리보다 더 당황했을거라 생각하니 도움을 안 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종료했던 컴퓨터를 다시 켜고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객이 말한 컨디션에 맞는 물건을 발굴하고 물건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가공하여 전달해 주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인 오늘 아침으로 투어 일정을 잡아 고객의 문제를 최단시간에 해결해 주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나는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고객을 오전 내내 기다려야 했고, 연락을 담당했던 에이전트는 전화 연결을 계속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연락을 담당했던 에이전트는 현장에 나와있던 나에게 멋쩍은 듯 연락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선배님들은 나에게 말했다. 부동산 에이전트로 일하다 보면 부지기수 일어나는 일이라고. 선배님들이 나에게 말해준 그 부지기수의 일이 발생했을 뿐이었다. 알고 있지만 오전 동안 완수할 수 있었던 나의 업무 계획을 생각하니 살짝 짜증 나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에이전트에게 시간은 매우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깔끔하지 못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우리 팀이 관리 중인 건물에 들려 다시 한번 살펴보고 1층에 위치한 카페로 들어가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나는 잠시 커피를 마시며 오전에 있었던 일을 되짚어 봤다.


나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출근하여 현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오늘 투어 하기로 한 곳을 다시 돌아보며 현장 상황과 이동 동선을 체크했고 물건과 물건 사이로 이동하며 고객에게 브리핑할 주변 환경을 체크했다. 확인에 확인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지역의 브리핑 포인트를 잡을 수 있었다. 브리핑 포인트를 잡으니 이 지역 지리와 물건 컨디션이 대략적으로 머릿속에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 팀이 관리하는 건물 안에 커피와 함께 앉아있다.


순간 아침에 보았던 물건들과 우리 팀이 관리하는 물건이 순간 오버랩이 된다.  


1) 역에서 조금 어중간한데? 아무래도 고객은 역 앞에 있는 물건을 원하겠지? 에서

> 3호선과 2호선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더블 역세권 입지를 가진 매력적인 물건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2) 신축이어서 깨끗하고 좋은 만큼 비싸. 아무래도 고객은 싼 물건을 원하겠지? 에서

> 물건의 가격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이 이 물건을 얼마나 가치 있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에이전트인 나는 이 물건의 가치를 고객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줄 의무가 있다.


3) 아무래도 사무실은 강남 쪽이 더 활발히 움직일 거야. 이 물건이 있는 곳에 수요가 있을까? 에서

> 이 물건이 있는 지역을 선호하는 업종이 있고 이 지역으로만 사무실을 옮겨 다니는 회사도 있다. 단지 우리가 그 고객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나는 오늘 오전 시간을 완전 허비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되돌아보니 시간을 허비한게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지역 특색을 파악했고, 그 누가 와도 지역 포인트를 잡아 브리핑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단시간에 기를 수 있었다. 무엇보다 관리 물건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면서부터 재밌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갑자기 에이전트에 관하여 선배님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른다.

"에이전트는 고객이 스스로 제시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최단시간에 해결해 주는 것에 존재의 의미가 있고 고객은 그 대가로 높은 수수료를 에이전트에게 지급한다. 그래서 유능한 에이전트에겐 항상 일이 몰리게 되어 있고 시간이 한정적인 에이전트는 많은 일 중 선택해서 일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능한 에이전트 일 수록 수수료는 계속 높아진다."


나의 일은 부동산 에이전트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열기는 계속될 것이다. 그런 만큼 치열한 시장이 부동산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일을 좋아하고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나는 치열한 시장에서 치열하게 연구하고 치열하게 마케팅하고 치열하게 나의 브랜드를 만들지 않는 것일까?


오늘 나는 누구나 한 번씩 겪게 될 일을 겪었다.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도 무수히 겪을 만한 일이 작은 돌멩이가 되어 나의 마음에 던져졌다. 그리고 그 작은 돌멩이는 작은 파장을 만들었고 지금 그 파장은 점점 커져 큰 파도가 되었다.


치열함. 지금 이 순간부터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바로 치열함이다.

  


올바른 방법으로 노력했을 때 나는 비로써 치열해질 수 있을 것이다. - 32살 하루 일기 중 by 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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