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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Jan 17. 2018

#10 쉬우면 재미없잖아. 예측 불허.

32살 하루 일기

어제 이 시간 나는 치열함에 대해서 생각을 했고, 나의 업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에이전트가 되고 싶다는 야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잠을 청하기 전 어떻게 하면 내 업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지 고민했고 또 최고가 되었을 때 어떤 느낌일까? 하며 행복한 상상을 하며 내일이 빨리 오길 기대하며 잠을 청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따뜻한 이불속에서 자서 그런지 너무나 개운하게 눈을 떴다.


시간을 보니 4시 50분.

생각보다 너무 일찍 일어나서 조금 부담이 되는 시간.

나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나면서 왼쪽 다리에 힘을 줬고 일어나려다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무릎에서 오는 통증과 함께 힘이 풀려서 일어나지 못한 것.

나는 잠에서 덜 깨서 몸이 말이 안 든다고 생각하며 화장실을 다녀온 후 다시 잠자리에 누웠다.

한참을 핸드폰에 입력되어 있는 기상 시간을 바라보다가 6시 30분에서 8시 30분으로 다시 맞추며 생각했다.

아침에 조금 여유 있게 일어나서 병원을 가야지.


사실 왼쪽 무릎이 아프기 시작한 건 꽤 오래전 일이다.

올해 초 정말 거짓말처럼 잠자고 일어났는데 아팠다. 그 당시엔 단순 무릎 통증이겠거니? 하면서 넘겼다.

이틀 사흘 일주일이 지났다. 바닥에서 앉았다 일어날 때 더 이상 왼쪽 다리를 이용하여 일어나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아픈 다리에 힘을 주기 싫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또 며칠 뒤 의자에 앉아 다리를 직각으로 편하게 내려놓는 자세를 하면 무릎 쪽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나는 의자에 앉을 때도 삐딱하게 앉아 다리를 앞쪽으로 쭉 뻗고 업무를 봐야만 했다.


어제 아침.

업무차 오랜 시간을 걷게 되었다. 걸을 때 조금씩 다리를 절뚝거리기 시작했고 고객을 만날 땐 의도적으로 다리에 힘을 줘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오늘 아침.

나는 모처럼 여유 있는 아침 시간을 보냈다. 밥도 여유롭게 챙겨 먹고 샤워도 느긋하게 했다. 그렇게 출근 준비를 해서 집을 나섰다. 하지만 바로 출근하지 않고 집 근처에 있는 병원에 먼저 들렸다. 그리고 나는 어이없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골절이네요. 무릎을 지탱해주는 인대가 붙어 있는 뼈가 깨져서 튀어나와 있네요. 상당히 아팠을 텐데 그동안 어떻게 걸어 다니셨나요? 이건 깁스 말고는 치료 법이 없어요. 관절 부위라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 심각해질 겁니다. 깁스하고 웬만하여서는 걷거나 왼쪽 다리에 무리를 주지 마세요."

의사가 나에게 해준 말이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지금 난 다리에 깁스를 하고 다시 일기를 작성하고 있다.

어제 이 시간에만 해도 불타오르던 의욕이 지금은 한풀 꺾였다. 어디 다친 기억이 없는데 깁스를 최소 한 달은 해야 한다고 하니 너무 억울하다.

진행해야 할 업무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화가 난다. 하지만 화를 낸다고 해서 해결될 것들은 없다.


자~ 이제 최소 4주 동안 꼼짝없이 집에 있어야 할 형편이다.

이 시간 동안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4주 후에 난 어떻게 변해 있을까?

4주면 한 달이다. 한 달을 어떻게 보내냐에 따라 내가 계획한 2018년도를 후회 없이 보낼 수 있을터.


이왕 이렇게 된 거 알차게 보내야지.

내가 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가하다와 쉬우면 재미없잖아~"이다.

역시 인생은 예측불허의 상황이 있어야지. 계획되고 착착 진행되면 너무 쉽잖아? 쉬우면 재미없으니깐.

역시 내가 봐도 내가 재밌다.

 


불편함은 때론 가진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다. - by 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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