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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Dec 08. 2016

어느 사장님의 메뉴 고민 이야기

#5 아류는 오리지널을 넘지 못한다.

모두의 마케팅 

#5 아류는 오리지널을 넘지 못한다. 



제가 컨설팅을 해드리며 친해진 사장님과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마케터 레이 : 사장님 요즘 잘 지내시죠? 장사는 좀 어떠세요?
사장님: 아이고 죽겠습니다. 요즘 경기가 너무 어려워서 장사가 너무 안돼요. 밖에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날씨도 춥고…
마케터 레이 : 네 그러게요 요즘 경기가 너무 어렵네요. 게다가 날씨도 추워지면서 사람들이 안 움직이는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전국 어딜 가나 다 같은 상황이니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사장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요즘 너무 속이 탑니다. 장사를 접을 수도 없고 계속할 수도 없고 너무 답답합니다. 저기 메인 거리에 요즘 떡볶이가 정말 잘 팔리던데 저희 집에서도 떡볶이를 팔면 어떨까요? 
마케터 레이 : 떡볶이요? 진심이신가요?
사장님: 농담입니다. 그래도 요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을 해서 손님 한 명이라도 더 받고 싶은 심정입니다. 
마케터 레이 : 사장님! 분명 길은 있은 있습니다. 차근차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도해 보아요~!
사장님 : 네 그럽시다.

 저의 직업상 가게에 고민이 있으신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다. 그리고 저는 사장님의 고민을 듣고 일반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것보다 사장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걸 추구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찾은 방법을 가게와 사장님의 상황에 맞춰 하나씩 실행을 해갑니다. 


사실 이 일은 제법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가하고 제가 시간 투자를 하는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장사하시는 사장님은 장사가 잘되도 고민, 안돼도 고민입니다. 

 물론 전자가 훨씬 즐거운 상황이겠죠. 하지만 이런 고민을 다른 사람들과 잘 나누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의외로 고독을 많이 느끼고 있으며 무거운 마음으로 지내시는 사장님들이 많습니다. 저는 사장님과의 대화로 조금이나마 그런 무거운 마음을 해소시켜 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무거우면 가게를 즐겁게 못하고 즐겁지 못한 가게는 고객들이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함께 고민하고 문제 해결 과정을 밟으며 그동안 사장님이 놓치셨던 가게 운영과 마케팅적 센스를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가끔은 저에게 문제 해결 방법만 요구하시는 사장님들도 있습니다.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걸 잘 알기에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 하지만 방법을 제시해 드려도 이 방법이 무엇을 위한 방법이고, 어떻게 실행하는지 알지 못하며, 왜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도 그리고 알려고도 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냥 제가 알려준 스텝만 밟기만 원하십니다.) 

 사실 제 입장에서는 이 방법이 에너지 절약과 시간 절약에 도움이 됩니다. 이는 곧 저의 수익과도 연결되므로 저에겐 좋은 현상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만약 그 결과가 성공적이면 저의 실력으로 돌리고 결과가 좋지 못하면 사장님의 실행에 문제가 있다며 잘못을 돌리면 그만입니다. 정말 기름 장어처럼 빠져나가기 쉽죠. 하지만 이건 제가 추구하는 컨설팅, 마케팅과는 거리가 멉니다. 제가 생각하는 컨설팅 과정은 아이디어를 함께 만들고 계획을 세워 실행합니다. 그리고 결과를 측정하고 판단하여 목표 달성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피드백을 통해 확인 후 다시 조정에 들어가야 합니다.  


 돈 지불을 떠나 저의 부족한 지식과 재능이 누군가에겐 정말로 간절한 도움일 수 있기에 저에게 시간을 쓰지 않는 사장님과는 첫 상담 이후로 컨설팅은 진행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의 생각과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마케팅은 비록 결과는 성공적이라 해도 저에겐 반쪽짜리 성공일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바쁘신 사장님이 저를 믿고 시간을 투자 한 만큼 더욱 철저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사장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어고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가 바로 음식 메뉴에 대한 사장님들의 고민이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장사가 안된다. 

2.  뭔가 시도하기 위해 고민하다가 메뉴를 추가해 보기로 결심한다.  

3.  고민 끝에 그래도 검증된 곳이라 생각되는 가장 잘 되는 음식점의 인기 있는 음식을 추가해본다. 

4.  그리고 결과는?


의외로 음식점 사장님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실수? 가 바로 다른 음식점의 아이템을 카피해 오고 싶어 하는 겁니다

사장님들의 답답한 마음은 너무나도 잘 이해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생기곤 합니다. 제가 만난 가게들은 그 가게마다 특징이 있고 숨겨진 장점과 가능성이 많이 있었습니다. 

 단지 아직 발현이 안됐을 뿐이죠. 하지만 그 가능성이 꽃피우기 전에 스스로 꺾어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당사자는 대부분 그 가게를 운영하시는 사장님들입니다. 


저는 다른 가게의 아이템을 카피해 오는걸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대박 아이템이 고객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건 단순히 음식이 맛있어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음식과 가게의 일치된 콘셉트가 고객들에게 잘 표현됐기 때문에 사랑받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아이템을 무작정 가져온다는 건 아이템의 겉모습만 베껴 온다는 뜻이고 이것은 결국 아류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아류는 소비자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 오리지널을 더욱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어 주는 희생양이 되어 소비자에게도 곧 잊히게 되는 운명을 맞이합니다.


대박집 음식을 카피하여 해결법을 찾으려는 가게의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사장님의 경영이념이 확립되어 있지 않아 가게의 콘셉트가 희미할 때 이런 실수를 하곤 합니다. 만약 대박집 아이템이 사장님의 경영이념과 가게 콘셉트에 맞고 매출 향상을 위한 임시방편이 아닌 장기적인 가게의 지향점에 향해 있다면 가게의 사활을 걸고 아이템에 대한 사전 조사와 준비 그리고 연구를 걸친 끝에 가게의 콘셉트를 담아 아이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아이템을 가지고 고객에게 당당히 선보이고 고객의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야만 다른 대박집과 같은 아이템일지라도 고객은 대박집의 아류작이 아닌 이 집만의 독특한 아이템으로 기억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런 각오 없이 답답한 마음에 소위 대박 아이템을 카피하고 거기에 자극적인 이름을 붙여 고객의 선택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사장님 이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정말 가게 음식에 문제가 있어서 장사가 안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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