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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무엇인가?

by 권승호

인간 감정의 산물이라는 시나 음악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소재가 사랑이고, 우리 인간을 울고 웃도록 만드는 것 또한 사랑이다. 이렇게 우리의 삶을 지배하다시피 하는 것이 사랑임에도 사랑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누구도 이거라고 명확하게 대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음은 그만큼 사랑이 어려운 것이라는 의미 아닐까? 막연히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감정을 사랑이라 이야기하기에는 분명 뭔가 모자란 느낌이 드는 사람은 나뿐 아닌 것 같다.

국어사전에는 ①아끼고 위하여 정성과 힘을 다하는 마음, ②이성(異姓)에 끌리어 몹시 그리워하는 마음, ③일정한 사물을 즐기거나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정의되고 있는데 이러한 정의에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뭔가 더 구체적이면 개념 정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사랑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해 준 책 중 하나가 성경인데, 성경은 사랑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기 전에 사랑의 가치를 먼저 언급하고 있었다. 산을 옮길만한 능력이 있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희생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 투기하지 않으며,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딘다고 말하고 있다.

사랑을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사랑 아닌 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이기심을 사랑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위해서’가 사랑인데 ‘위함 받음’을 사랑이라 착각하고, ‘주고 또 주는 것’이 사랑인데 ‘주고받는 것’을 사랑이라 착각하고 있다. 존중하고 용서하고 이해하고 관심 가져주고 아낌없이 주고 즐거운 마음으로 져주는 것이 사랑임을 모르는 것 같다. 존중하고 용서하고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존중받고 용서받고 이해받고 관심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황지우의 ‘늙어가는 아내에게’라는 시를 다시 한번 읽어 본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 침 묻힌 손으로 집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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