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요. 일방적으로, 아무 조건 없이 주는 일이. 내가 영원토록 사랑하겠노라고 공개적으로 약속한 유일한 사람이니까요. 50살을 지천명(知天命)이라 했는데 나에겐 60살이 지천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60이 넘어서야 하늘이 주신 중요한 명령을 깨닫게 되었으니,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는 사실 깨달았으니. 요즈음, 스스로가 대견스러워서 웃다가 스스로가 예뻐서 코가 찡하기도 해요. 아내를 위해 뭔가 열심히 하는 나 자신이 대견스러워 스스로 감동하기도 하고요. 나 때문에 기뻐하는 모습에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확인하기도 하지요. 가끔은 박수를 치기도 한답니다. 아내의 짜증을 웃어넘기는 내가 자랑스러워 나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지요.
후회가 많아요. 20년 넘게 사랑으로 살지 못하고 거래하면서 살았다는 후회가 가장 커요, 철부지로 살았다는, 이기적이었다는, 어리석었다는, 많이 모자랐었다는 생각에 얼굴 빨개져 숨어버리고 싶기도 하지요. 그러다가 지금이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다시 고개를 들지요.
그동안 몰랐어요. 바보로 산 거지요. 아내는 내가 사랑을 주기 위해 택한 사람이었다는 평범한 사실을 몰랐어요. 조물주가 모두를 사랑으로 돌보아줄 수 없어서 어머니를 존재케 했다는 말에 고개 끄덕이다가, 나에게 이 세상 사람들 모두를 사랑할 능력이 없음을 아시고 한 사람만을 택하라 하셨고 그래서 만난 사람이 아내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제 조금 성장한 것 같아요, 나에겐 이 세상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할 능력이 없어요. 아내 한 사람 행복하게 할 능력도 사실은 부족하지요.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키워 가려 노력할 거예요. 키워내야 나도 행복할 수 있겠지요.
지난 1주일 동안 내 머리를 맴돌았던 생각이었다. 결혼 33년. 생각해 보니 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 거래를 했을 뿐이었다. 내가 이만큼 했으니 당신도 이만큼 해야 한다고 요구하였었고 나는 이만큼 주었는데 당신은 왜 요만큼만 주느냐면서 서운해하였었다. 당신이 먼저 주지 않으면 나 역시 주지 않겠노라고 초등학생처럼 입을 내밀기도 했었고, 당신이 날 존중하지 않으니까 나도 당신을 존중하지 않는 거라며 일곱 살 어린아이처럼 투덜거리기도 했었다. 아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관심 가지지 않고 내게 무관심하다며 투덜대기만 했었다. 아낌없이 주기는 고사하고 아내 몰래 계산기를 두드리곤 하였었다.
내가 미웠지만, 인간은 후회하면서 산다는 말로 위안 삼기로 했다. 훗날 저세상에서, 너는 세상에 살면서 누구를 사랑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많은 사람을 사랑하지는 못했지만 제 아내만큼은 사랑했습니다.”라고 말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노력해 나가리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