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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훨씬 중요한데

by 권승호

세상을 어느 정도 살아온 사람들에게 지금까지의 삶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학창 시절에 공부 열심히 하지 않았던 일을 이야기한다. 나 역시 예외 아니어서 시간이 흐를수록 젊은 날에 공부하지 않고 헛되이 흘려버린 시간을 후회하면서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하는 후회는 영어 수학이 아니고 다양한 책을 읽지 않는 것에 대한 후회이다. 책을 좀 더 많이 읽었더라면, 소설, 시, 수필, 역사서를 읽고 다양한 인문고전을 읽었더라면 지금까지처럼 바보스럽게 살지는 않았을 것이고 옹졸하고 비겁하게 살지 않았을 것이며 좀 더 나은 선생이 되었고 좀 더 괜찮은 아버지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을 그때 읽었더라면 이제야 깨닫게 되는 일을 그때에 깨달았을 것이고 그러면 내 삶이 보다 풍요롭게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나는 중고등학생 시절에 책상 앞에 앉아있지 않았음을 후회하면서 동시에 그 짧은 시간조차도 독서가 아닌 영어 수학만 공부하였던 것을 후회하고, 대학 시절에 남들이 한다는 이유로 아무 생각 없이 영어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였던 일을 엄청 후회한다. 그때 그 소중한 시절에 나는 왜 영어 수학 책만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던가? 그 많은 시간 교양서적은 읽을 생각조차 않고 영어 수학책만 노트에 베껴 썼던가? 그 영어 수학이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 무슨 영향을 끼쳤던가? 내 인생의 가장 큰 부회뇌동은 대학시절의 영어공부였고 지금, 그 사실이 많이 부끄럽고 안타깝다.

물론, 오늘 내가 이 자리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는 원인이 영어 수학 공부에 있음은 물론이다. 영어나 수학을 공부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대학에 들어갔을 것이고 대학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교사가 되었겠는가? 영어 수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지금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입시가 영어 수학 중심이 아니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 아닌가?

영어와 수학을 모든 국민이 열심히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어 본다. 영어 수학은 우리 사회를 아름다운 사회로 바꾸지 못한다. 영어 수학을 열심히 공부해야 할 사람은 대학에서 열심히 하도록 하고 초중고 시절에는 사회인으로서 필요한 교양과 상식 공부에 힘을 쏟게 하면 좋겠고 독서를 많이 하도록 하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보다 사람 사는 사회가 되고 학생들이 입시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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