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살아야 해. 오늘도 어제처럼/ 저 들판의 풀잎처럼. 우리 쓰러지지 말아야 해/ 모르는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행여나 돌아서서 우린 미워하지 말아야 해/ 하늘이 내 이름을 부르는 그날까지/ 순하고 아름답게 오늘을 살아야 해/ 정열과 욕망 속에 지쳐버린 나그네야/ 하늘을 마시는 파초의 꿈을 아오/ 가슴으로 노래하는 파초의 뜻을 아오.//
‘수와진’이 부른 ‘파초’의 노랫말이다. 대부분은 노랫말 전체를 통해서나 한두 구절에서 감동을 얻는데 이 노래는 모든 구절구절이 내 가슴을 파고들곤 하였고 내 삶에 영향을 미쳤다. 더구나 이 노래는 수많은 심장병 아이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노래이기에 더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모르는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행여나 돌아서서 우리 미워하지 말아야해’를 하루 종일 중얼거린 때가 있었다. 나 자신, 내 가족, 내 친척, 내 친구, 내 직장 동료만을 사랑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사랑, 그래서 위대한 사랑이 아니라 생각해 보았고, 모르는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자, 사랑은 못하더라도 너그러워지자는 다짐도 하였다. 정차된 내 새 차에 작은 생채기를 낸 사람에게 괜찮으니 그냥 가시라고 했던 때의 기쁨은 부모님께 용돈 드리는 기쁨보다 더 큰 기쁨이었다.
‘행여나 돌아서서 우리 미워하지 말아야 해’ 역시 많이도 중얼거렸었다. 특히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향해 어떤 경우에도 미워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미소 지었다. 처음엔 애써 노력했지만 언제부터인가 노력 없이도 이해되고 용서되곤 하였다. 철없었던 나의 중학생 고등학생 청년 시절을 생각하기만 하면 미움이 이해로, 이해가 예쁨으로 변화되곤 하였다. 공부 열심히 하지 않았었고 이기적이다 못해 욕심쟁이에다 고집불통이었음을 생각하면 누구를 감히 탓하고 미워할 수 없었던 것이다.
땡볕을 친구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파초는 잎이 넓고 크기 때문에 처음 만나 나그네에게도 비와 따가운 햇살을 피하게 해준단다. 또한 파초는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떠나버린 나그네일지라도 원망하지 않고 하늘과 더불어 노래하기를 즐겨하는 군자다운 식물이란다. 파초처럼 살지는 못할지라도 파초를 노래하는 삶이라도 살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