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를 보기 위해 찾은 제자의 결혼식장에서 신랑의 친구이자 나의 제자들인 청년들을 많이 만났다. 인간성 좋고 매사에 적극적이며 부지런한 청년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을 찍는데 두 파트로 나누어 찍어도 너무 많아 세 파트로 찍어야 할까를 고민할 정도였다. 하객으로 온 친구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잘 살아온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였는데 걱정스럽다는 생각이 뒤따랐다.
품앗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 결혼식에 왔다면 나도 가야 하는 것 아닌가? 30명이 왔다면 30번만 가도 되지만 100명이 왔다면 100번을 쫓아다녀야 하는 것 아닌가? 주말에는 쉬기도 하고 가족과 함께 오붓한 시간도 보내야 하는데 한동안 결혼식만 쫓아다녀야 한다면, 기쁨도 있겠지만 고달픔과 짜증도 있을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거기다가 축의금도 만만찮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받은 돈 돌려주는 것이니까 마찬가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생각해 보니 같은 금액이 아니다. 내가 받은 축의금은 밥값을 제한 축의금이지만 내가 주는 축의금은 밥값을 포함한 축의금이다. 같은 축의금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받았던 돈의 2배 이상을 주는 것이다. 쪼잔한 생각이요 이해타산적인 생각이라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부조금에 부담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적잖게 들었기에 해본 생각이다.
부귀영화(富貴榮華)는 행복 아니고 추구해야 할 가치도 결코 아님은 안다. 그렇다면 친구 많은 것은? 가족이나 부부가 기쁨과 행복의 원천이긴 하지만 구속이기도 한 것처럼, 친구 또한 기쁨과 행복의 원천이자 발전의 원동력이지만 지나치게 많은 친구는 삶을 피곤하게 만들기도 한다. 친구 없이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아갈 것이냐는 말도 옳지만, 너무 많은 친구는 내 시간을 없애는 벌레가 될 수 있는 것도 분명하다. 배우자가 한 사람이기 망정이지 열이라면 숨이 막히지 않을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엄마 아빠가 한 분씩이니까 좋은 거지 열 분씩이라면?
나는 친구가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니다. 친구도 과유불급일 수 있다는 생각을 뜬금없이 해보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