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많이 배우면 많이 알 거라는 선생님들(2)

by 권승호

공부법에 관한 책을 읽고 공부법에 관해 연구할수록 아니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보충수업 역시 자기 공부할 시간을 빼앗아버리는, 익힐 시간을 없애는 역할을 할 뿐이라는 생각이 굳어졌다. 그러함에도 보충수업을 없애자고 말하지 못했던 이유는 용기 없음 때문이었고, 선생님들과 갈등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돈 때문이기도 했다. 시간당 3만 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보충수업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한 것은 8년 전, 아들 때문이었다. 아들이 고3 여름방학을 앞둔 때였다. 아들은 여름방학 동안 보충수업을 받지 않고 자율학습만 하고 싶은데 선생님이 보충수업을 강요한다며 짜증을 냈다. 그냥 받는 것도 괜찮지 않겠느냐는 나의 말에 보충수업이 자기에게는 절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는 일이기 때문에 절대 받기 싫다고 하였다. 난감했다. 사실 그때도 나는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보충수업이 실력 향상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보충수업 받는 것보다 자율학습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도.

진즉부터 사교육 무용론을 강조하였고 비용에 차이가 있을 뿐 보충수업도 학원 수업과 마찬가지로 도움 될 것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아들 편을 들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들이 보충수업에 빠지게 되면 다른 아이들도 빠진다고 할 게 분명하고, 그렇게 되면 학교의 질서가 무너지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담임 선생님이 힘들어지게 된다는 상황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 당시 나 또한 2학년 보충수업을 하기로 계획되어 있었기에 더더욱 난감했다. 오랜 고민 끝에, 교실에 앉아 있기는 하되 수업은 듣지 말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자는 것으로 부끄러운 타협을 하였다.

아들이 1학년 때에 학교는 ‘SKY반’을 만들었다. 전교 석차 20등 이내인 학생을 모아서 1주일에 두 번,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따로 특별 수업을 받도록 한 것이다. 잘못된 프로그램이라 생각했지만, 교장 선생님과 선배 선생님들에 반기를 들 수 없었다. 한 달을 어렵게 버텨낸 아들은 더 이상 하기 싫다고 하였고, 나 역시 스스로 공부할 시간을 빼앗길 뿐이라는 생각에 그만두도록 하였다. 당시 학년 부장 선생님으로부터 서운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들 손을 들어줄 수 있었던 것은 잘못된 프로그램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SKY반 아이들은 특별 수업을 받을 뿐 아니라 서울대학교 방문이나 선배들과 만남 등의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였다. 그런데 3년이 지난 후, 재미있고도 중요한 결과가 나왔다. 최후의 승리자는 SKY반을 빠져나와 자기주도학습을 해온 아들이었다. 수능 성적도 1등이었고, 마지막 기말고사 성적도 1등이었으며, 재학생 중 유일하게 서울대에 합격하였다. 입학 때 19등이었는데 졸업 때 1등을 한 것이다. 사교육, 보충수업, 특별 수업을 받지 않고 자기주도학습을 한 결과였다.

보충수업을 하지 않겠다는 아이들에게 ‘왜 공부하지 않으려는 것이지?’ ‘대학을 왜 포기하는 것이냐?’라고 묻는 선생님들이 많다. 공부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 아니고, 대학을 포기하겠다고 말한 것도 아니며 단지 보충수업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을 뿐인데 보충수업 받지 않는 것을 공부하지 않는 것으로 매도해버리는 선생님들이 적지 않다. 잘못된 생각인 줄 모른다. 나 또한 38살까지는 많이 배워야 많이 알 수 있게 된다고 생각했고, 열심히 가르쳐야 성적이 향상될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래서 침을 튀겨가면서 가르쳤고 쉬는 시간까지 큰 소리로 떠들어대곤 했었다.

독일에서 생활하다가 돌아온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나는 대뜸 독일 아이들은 몇 시간 공부하고, 사교육을 하는 것이며, 아이들의 학습 태도 등에 대해 물었다. 우리 교육과의 비교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한국 교육에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점이 있다고 하였는데, 그중 하나는 배우는 시간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학교 수업 끝나면 학원에 가는 것도 이상하고 정규 수업이 끝나면 너나없이 보충수업을 받는 것도 이상하다고 하였다. 1시간의 수업을 위해서는 1시간의 예습이 있어야 하고 최소 2시간의 복습이 있어야 하는데, 왜 한국의 학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수업만 많이 받으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학생들의 처지에서 생각해보고 그렇게 하는 것이냐고, 배우면 알게 되는 거냐고, 왜 아이들이 노는 꼴을 보지 못하는 것이냐고, 왜 대학입시를 목적으로 공부하느냐고 따지듯 묻는 것이었다. 서구 선진국의 학생들이 대충 공부하고 노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정규 수업이 끝난 후 보고서를 작성하느라고 도서관에서 자료도 찾고 리포트 쓰고 독서하느라 바쁘다고 하였다. 탐구하는 자세로 공부에 임하기 때문에 실력도 대단하다고 덧붙였다. 운동이나 취미생활도 충분히 하므로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별로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1시간의 수업을 위해서는 최소 1시간의 예습과 2시간 정도의 복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오랫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 많이 배우면 많이 알 거라는 선생님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