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많이 배우면 많이 알 거라는 선생님들(3)

by 권승호

안타까움이 있다. 너나없이 학력 신장을 이야기하면서도 학력 신장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고 옳은 방향을 찾으려 노력하지도 않음이 그것이다. 뜻있는 선생님들이 1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바람직한 교수학습법에 관한 책을 읽고 연구하고 토론하고 있긴 하지만, 거기에 참여하는 선생님들의 교육 철학이나 수업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여전히 강의식이고 여전히 주입식이며 여전히 입시 중심이다. 가르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할 뿐 아이들이 실력이 완성되느냐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 않는 것도 다르지 않다. 오늘날 우리 교육 황폐화의 원인은 학부모에게 있고 학생에게도 있지만 교사에게도 있다. 많이 배워야 많이 알 수 있다는 생각에 찌들어 있는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열심히 가르치고 많이 가르쳐주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선생님에게도 잘못은 있는 것이다.

강의를 들을 때에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집중해서 들은 내용일지라도 하루나 이틀 뒤에 기억해 내려하면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도 알아야 한다. 유창한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나 어수룩한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나 그 강의 내용을 이해하여 기억하는 정도에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 오히려 어수룩한 강의를 들은 아이들의 실력이 유창한 강의를 듣는 아이들 실력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한 번 들음으로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방과후학교’라고 이름을 바꾼 보충수업, 또는 특강. 이제라도 없어져야 한다. 굳이 받겠다는 학생이 있을지라도 스스로 익히는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주어야 하고 스스로 책을 가지고 연구하는 게 낫다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책을 생각하면서 읽고 반복해서 읽으면 저절로 알게 된다고 알려주어야 하고, 그래도 모르면 친구와 토의하면 된다고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선생님에게 질문하라고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배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익힘이다. 익히지 않으면 지식이 쌓이지 않는다. 많이 배우라고 해서도 안 된다. 배우는 시간이 많아지면 익히는 시간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배우고 또 배우라 하는 건 지식을 쌓지 말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강의, 학원 수업, 과외 수업, 보충수업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대한민국 교육의 특징은 듣고, 암기하고, 시험 보고,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도 아니다. 듣자마자 잊어버린다. 아니, 잊어버릴 것도 없다. 그냥 들을 뿐이다. 강의만 들을 뿐 자기 지식으로 만들지 못한다. 시험공부하면서 비로소 이해를 시작하고 암기를 시작한다.

한글을 읽을 줄만 안다면 누구나 독학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한글 읽을 능력만 있다면 그 이후로는 누군가에게 배우려 하기보다 책을 보며 스스로 탐구하려 노력하는 것이 좋다.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지식 대부분은 대학에서 교수님에게 배운 것 아니라 선생님 스스로 책과 씨름하고 연구하여 얻은 것이다.

그해 여름방학, 상위권 아이 중, 보충수업을 받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중상위권에서는 서너 명 아이들만 보충수업을 받았다. 아이들 대다수는 웃으면서 즐겁게 자율학습을 하였다. 1주일이 지나자 보충수업을 받던 아이들도 자율학습을 택하였다. 2학기 보충수업은 참여하는 학생이 거의 없어 폐강하고 말았다. 아이들은 신나게 공부하였다. 그 이듬해 대학입시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만들어낸 아이들의 숫자가 예년보다 훨씬 많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 많이 배우면 많이 알 거라는 선생님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