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바보 만들기에 앞장서는 부모님들(1)

by 권승호

학급 학부모 회의. 빨리 오시는 학부모님이 계실 것 같아서 7시 10분경에 교실에 들어갔다. 상담일지, 중간고사 성적표, 모의고사 성적표를 훑어보고 있는데 교실 문이 열렸다. 진환이 어머님이셨다. 오늘 수업 시간에 앞자리에서 졸고 있던 진환이의 얼굴과 진환이가 어젯밤 기숙사에서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다가 늦게 잤다고 알려준 지훈이의 말이 떠올랐다.

“지난번 학부모회의 때에 가능하면 스마트폰을 해지해야 한다고 부탁을 드렸었는데 왜 진환이는 아직도 스마트폰을 해지하지 않았지요? 진환이 어머님!”

당황하는 진환이 어머니의 표정을 확인하고서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아! 예. 선생님. 중간중간에 연락할 일들이 있을 것 같아서요……. 무슨 문제 생겼나요? 기숙사에 두고 학교에는 가지고 다니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스마트폰은 학교에 가지고 와서 교실에서 이용하는 것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밤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여 수업 시간에 조는 것이 더 큰 문제지요. 오늘 수업 시간에 진환이가 꾸벅꾸벅 졸더라고요. 왜 조느냐고 물으니까 옆자리의 친구가, 진환이가 어젯밤 기숙사에서 스마트폰 하다가 늦게 잤기 때문이라고 알려주었어요.”

“…….”

표정이 일그러졌다.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진환이가 스마트폰에 목숨을 거는 학생이라면, 그래서 부모님으로서도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면 어머님께 뭐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진환이는 부모님께서 핸드폰을 해지하라 하면 수긍하고 해지할 아이잖아요. 저는 그렇게 알고 있는데…… 아들과 연락해야 하니까 스마트폰을 해지하지 말라 한 것이라면, 연락은 제 핸드폰으로 하시고…… 빨리 진환이의 스마트폰 해지하여서 진환이 공부에 방해되지 않게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급히 연락할 일이 있고…… 목소리도 듣고 싶고…….”

“예. 압니다. 연락도 연락이지만 아들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 엄마의 마음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그러나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 아시잖아요. 아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아들의 목소리 듣겠다고 아들의 공부, 아들의 성장을 망칠 수는 없잖아요. 아들의 목소리 듣고 싶으실 때 저에게 전화하세요. 바로 통화하도록 해 드릴게요. 그리고 진환이에게 무슨 일 생기면 제가 어머님께 곧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리고요, 어머님!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이제부터 서서히 이별 연습, 하셔야 합니다. 아들을 떠나보낼 준비, 하셔야 한다는 말입니다…….”

거칠게 말이 나갔다는 생각이 들고 뭔가 오해할 수 있게 말하였다는 생각이 들어서 찝찝하였지만 했던 말을 취소하거나 변명할 그 어떤 말이나 행동도 생각나지 않았기에 이미 했던 말을 부드럽고 상냥한 톤으로 바꾸었다.

“핸드폰 없어도 급한 연락은 가능하거든요. 저한테 전화하시면 언제든지 통화하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진환이 어머님!”

화를 냈던 나 자신을 확인하자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내가 왜 진환이 어머니에게 이렇게 큰소리치고 또 화를 내는 거지? 진환이 어머니께서 무슨 잘못을 했다고? 무슨 권리로, 무엇을 믿고서…… 담임이면 이래도 되는가? 이것, 갑질 아닌가?’

‘학급 학부모 간담회’에 오시라 해놓고 화부터 내버린 자신이 ‘철부지 선생’이다 못해 ‘나쁜 선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함을 확인하였고 밉기까지 하였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자신의 감정 하나 다스리지 못하는가? 그것도 학부모님에게, 자식 사랑한 죄밖에 없는 어머니에게, 자식 사랑의 마음으로 찾아온 학부모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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