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바보 만들기에 앞장서는 부모님들(3)

by 권승호

고개를 끄덕임에 힘을 얻은 나는 학부모임을 망각한 채 학생들 나무라듯 소리를 높였다.

“‘밥 먹기 싫어서 빵을 사고/ 애들한테도/ 간단하게 빵 먹으라 한다.’처럼 공부하기 싫다고 하니까 학원 보내고, 가르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학원으로 내쫓고, 집에서 노는 꼴을 볼 수 없어서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일은 잘못된 행동입니다.”

모두 야단맞은 아이들처럼 슬픈 표정으로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공교육만으로는 부족하기에 사교육을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필요를 느껴서 선택한 경우보다는 불안감이나 막연한 기대감, 그리고 남들이 하니까 생각 없이 학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 말하지만 사실은 실체 없는 그 누군가에 의해 선택을 강요당한 것입니다. 저도 핸드폰 여러 번 바꾸었습니다. 제가 선택한 것 분명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가 선택하였다기보다 구매나 교체를 강요받았다고 할 수 있더라고요.”

인정하기 어렵다는 표정의 학부모님이 반, 인정할 수 있다는 표정의 학부모님이 반인 듯 보였다.

“교회도 마찬가지라는 말씀이신가요?”

승혁이 어머님이셨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종교 문제를 이야기했다가 괜히 서먹해진 경우가 몇 번 있었기에 오늘은 종교 이야기 없이 마무리하려 했는데 질문이 왔고,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사실, 이야기하고 싶기도 하였다. 한 번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생각하고 뒤돌아볼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요. 조금은 조심스럽습니다만……. 하나님을 찬양하고, 하나님께 감사하고, 잘못을 회개하고 용서받기 위해서, 그리고 예수님 닮은 삶을 살기 위해서 교회에 가야 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좋은 대학에 가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기 위해, 병을 치료해 달라는 기도를 하기 위해, 성가대에 서기 위해 교회에 가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비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하나님은 합격시켜 달라는 어머님들의 기도를 들어주실까요? 실력 없는 학생, 노력하지 않은 학생도 기도하기만 하면 합격시켜 주시는 하나님이실까요? 간절히 구한다고 해서 아무것이나 무조건 들어주시는 하나님은 아니실 거라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합격시켜 달라고 기도하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일지는 몰라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하나님께서 들어주시고 싶은 기도는 아닐 것 같은데요. 기도가 아니라 기복 아닌가요? 기도가 아니라 억지 아닌가요? 예수님께서는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고 더불어 평화롭게 지내라고 가르치셨지, 시험 점수를 잘 받아 좋은 대학 가라고, 누군가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라고, 땀 흘리지 않고도 뜻을 이룰 수 있다고 가르치시지는 않으셨잖아요. 누구는 합격하고 누구는 떨어져야만 하는, 모두 승자가 될 수 없는 경쟁의 시스템 속에서 내 아들만 합격시켜 달라는 기도는, 씨도 뿌리지 않았고 열심히 가꾸지도 않았지만, 열매는 많이 거둘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는 기도가 아니라 잘못된 욕심이잖아요? 세 살 어린아이의 떼쓰기이잖아요? 부끄러운 행동이잖아요?

부처님께 기도하는 것도 마찬가지이지요. 아니, 부처님이 누구십니까? 부귀영화 다 버리고 진리를 깨치기 위해 스스로 고행을 자처하신 분이잖아요. 이런 부처님에게 합격을 기도하고 성공과 부귀영화를 기도하다니요? 부처님께서 그 기도 들어주실까요? 웃기지 않나요? 우리 인간들…… 너나없이 참으로 어리석고 연약하기 그지없는 존재예요. 저 역시 그 어리석은 인간 중 한 사람이지만요.”

“…….”

“…….”

“선생님, 저도 자기주도학습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알지만, 저 또한 과외비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수학만큼은 정훈이가 도저히 혼자서 할 수가 없다고 그래서요……. 그리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 대부분 학원에 다니지 않나요? 특히 수학만큼은.”

어이가 없었다. 마음이 아팠다. 무슨 근거로 공부 잘하는 아이는 대부분 학원에 다닌다고 생각하는가? 누가 심어놓은 편견이고, 고정관념이며, 가짜뉴스인가? 왜 학원 다니기 때문에 공부 잘한다고 생각하는가? 왜 혼자서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안타까움을 넘어 화가 났지만, 감정 추스르지 못하면 선생 자격 없는 것이고, 설득도 할 수 없으리라 생각하여 자신을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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