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바보 만들기에 앞장서는 부모님들(4)

by 권승호

“어머님께서 전국의 성적 우수 학생들 다 조사해 보셨어요? 성적 우수자 모두가 사교육 받던가요? 어머님 주변의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사교육 많이 받는지 몰라도 제가 아는 공부 잘하는 학생 중에는 사교육 받지 않은 아이가 훨씬 많아요. 그리고 학원 다니면서 성적 좋은 아이는 사교육 덕분에 성적이 좋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공부 잘하는 아이는 사교육 받지 않았을지라도 성적 좋을 거예요. 사교육을 받으면서 성적은 좋지 않은 아이들이 훨씬 많다는 건 아시나요?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좋은 성적의 원인이 사교육이라면 사교육 받는 아이들 다 좋은 성적 거두어야 하잖아요.”

학부모님들이 내 이야기에 공감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이 떠올랐기에 아들 이야기로 확실하게 생각을 바꿔주고 싶었지만, 자식 자랑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참기로 마음먹었다. 누군가 질문해 오면 그때 이야기하겠다고 생각하였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무엇을 측정하는 시험인지 아시지요? 사고력이잖아요. 사고력은 ‘생각 사(思)’ ‘곰곰이 생각할 고(考)’ ‘힘 력(力)’으로 생각하는 힘이고요…….”

라고 말하면서 큼지막하게 한자로 ‘思考力’을 썼다. 그리고 물을 한 모금 마시면서 잠시 숨을 돌렸다.

“생각하는 힘이 중요합니다. 생각하는 힘이 있어야 수학능력시험을 잘 치를 수 있습니다. 생각하는 힘은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혼자서 생각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기를 수 있지요. 피아노 치는 것 구경한다고 피아노 잘 칠 수 있지 못한 것처럼, 선생님이 문제 푸는 것 많이 구경한다고 학생이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것 아니랍니다.”

학부모님들은 학생들보다 더 열심히 귀 기울여 듣고 있었고, 나는 학생들에게보다 더 정성껏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교육은 아이들이 혼자서 공부할 시간,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빼앗습니다. 사교육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지요. 보충수업도 받지 말아야 하고 인강도 듣지 말아야 합니다. ‘익힘’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공부 잘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아이들 스스로 공부할 시간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지요. 많이 배운다고 많이 아는 것 아니라는 사실,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침묵이 흘렀다. 꽤 긴 시간이었다.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내 말을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침묵의 어색함을 참아내려 했는데, 30초도 지나지 않아 학부모님들은 무슨 일이 생겼느냐는 표정으로 두리번거리기 시작하였다. 나는 애써 태연한 척 미소를 지으며 지금 부모님들께 생각할 시간을 주고 있다고 하자 모두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 수학은요? 수학은 어렵잖아요?”

예상된 질문이었기에, 아니 많은 사람에게 여러 번 받은 질문이었기에 답은 진즉 만들어져 있었다.

“어려우니까 혼자 해야 하는 거예요.”

‘그런 엉터리 말이 어디 있어요?’라는 표정으로 나를 쏘아본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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