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우니까 혼자 해야 하는 거랍니다. 쉬운 내용은 배움으로 충분할 수 있지만 어려운 내용은 배우는 것으로 절대 충분치 않아요. 내일 어디에서 몇 시에 만나자는 약속이나 더하기 빼기 등은 쉬우니까 머리 쓸 필요도 없고 익힐 필요도 없어요. 한 번 듣기만 해도 되지요. 하지만 악기 연주나 외국어 익히기, 과학이나 수학의 원리 등은 배운다고 알게 되거나 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니에요. 많이 생각해야 하고 여러 번 반복해서 익혀야 해요. 그래야 오래 머릿속에 간직할 수 있는 실력이 되는 겁니다.”
긍정하기도 부정하기도 어렵다는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옆 사람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어머님들, 요리 잘하시지요?”
뜬금없는 이야기를 왜 하느냐는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서로를 두리번거리며 살펴보았다.
“지금의 요리 실력, 배워서 쌓으셨나요? 아니면 직접 여러 차례 익힘으로써 쌓으셨나요? 배운다고 잘할 수 있는 것 아니잖아요. 생각하고, 여러 번 반복해서 익혀야만 잘할 수 있게 되잖아요.”
고개를 끄덕이는 부모님들이 많음을 확인하자 힘이 났다.
“고등학교 공부, 쉽지 않아요. 수학뿐 아니라 모든 과목이 다 어려워요. 어려우니까 오래 생각해야 하고, 어려우니까 반복해서 익혀야 하는 거예요. 쉽게 얻으면 쉽게 잊어버리게 되는 것은 공부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어려운 것을 쉽게 얻으려는 욕심, 이제라도 버려야 합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수학만큼은 혼자서 안 되고 잘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거지요?”
“그런 말을 가짜 뉴스라 합니다.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마세요. 다수결이 옳은 것 아니고, 많은 사람이 선택하였다고 옳은 것도 아니에요. 선거 결과를 보세요. 가장 많은 표를 받아 선거에 당선된 사람들, 능력 있고 청렴하고 훌륭하던가요? 아니잖아요. 인간의 선택 중 엉터리 선택도 많습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어리석어요. 물론 저도 어리석지요. 현명한 면도 있지만 어리석은 면이 더 많다는 사실, 인정하셔야만 해요. 하루에도 자신의 판단과 행동에 열 번 이상 후회하면서 살잖아요. 사람들이 말한다고 그 말이 옳은 말인 것 아니랍니다.”
고개 끄덕임의 각도가 좀 더 커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힘이 솟구쳤다.
“수학은 매우 어렵다고 하지요. 수학만큼은 혼자서 공부하기 벅찬 과목이라면서 수학만큼은 사교육 받지 않으면 잘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지요.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다른 과목도 사교육이 필요 없지만, 특히 수학은 더더욱 사교육을 해서는 안 됩니다. 실력 향상을 방해하기 때문이지요. 그동안 고3 담임을 아홉 번 하면서 분명하게 확인한 사실이랍니다. 사교육 때문에 수학 망친 학생들 많이 보았고 사교육 없이 수학 1등급 받은 학생들도 많이 보았어요. 그래서 이렇게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졸업생 중에 사교육 없이 수학 1등급 받은 학생들도 많았다고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수학을 진짜 잘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전북 수학 경시대회에서 과학고 상산고 학생들을 제치고 3등을 할 정도였지요. 모의고사는 거의 만점이었고요. 어느 날, 그 학생을 앞으로 나오도록 해서 친구들에게 수학 잘하는 비법을 말해주라 했는데, 그때 그 학생이 뭐라 말했는지 아세요? 자기는 수학을 풀다가 모르면 그냥 넘어간다고 했어요. 그리고 다음 날에 다시 푼다고 했지요. 다음 날에도 풀리지 않으면 또 넘어가고, 다시 다음날에 풀어보곤 했답니다. 보통은 2~3일에 풀렸지만 어떤 문제는 일주일 걸린 문제도 있었다고 했어요. 선생님에게 질문하지 않았고 해설지도 보지 않았으며 끝까지 혼자서 문제와 씨름했다고 했어요.”
그것은 특별한 예인 것 아니냐고? 공부 잘하는 대부분 아이는 사교육 하고 있다는 눈빛을 발견하였지만, 시간이 없기에 무시하기로 했다.
“수학을 왜 공부하는지 아십니까? 상경 계열을 제외한 문과생에게는 대학 공부에 필요하지도 않은데, 의학 공부에도 수학은 전혀 필요 없는데 왜 모든 고등학생에게 수학을 공부하라 하는 걸까요?”
묻지 말고 빨리 답을 달라는 눈빛을 이길 수 없었다.
“머리에 쥐 나게 하려고 수학을 공부시키고, 인내심을 길러주기 위해서 수학을 공부시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