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머리에 쥐 나지 않고는 수학 공부 잘할 수 없어요. 머리 쥐 나는 과정 있어야만 수학 실력 쌓을 수 있습니다. 머리 쥐 나는 과정 피하려 한다면 실력 쌓을 수 없는 거지요. 또 인내심 없이는 수학 잘할 수 없고 엉덩이가 무겁지 않으면 수학 잘할 수 없어요. 혼자서 문제와 씨름하도록 기회를 주고 시간을 주어야 수학을 잘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선생님!”
어지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영철이 어머니께서 말을 끊었다.
“선생님께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선생님 말씀 억지 아닌가요?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학교도 필요 없다는 말씀이잖아요? 배워야 알게 되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 아닌가요? 배우지 않고도 알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배워야만 더 쉽고 빠르게 알 수 있게 되는 것 아닌가요? 특히 어려운 것은, 특히 수학은?”
화나지 않았다. 이미 여러 학부모님한테서 들어온 항변이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이런 반론이 있어야 내 주장을 더 확실하게 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배우는 일 자체를 의미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 아닙니다. 배우기만 할 뿐 익히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지요. 학교에서 배우잖아요. 배움은 학교로 충분합니다. 학교에서 배우고 학원에서 배우면 언제 익혀서 실력을 쌓겠습니까? 익힐 시간이 필요하기에 익힐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익힐 시간을 주어야 하기에 사교육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이고요.”
머리를 끄덕이는 부모님들의 모습이 내게 힘을 주었다.
“천천히 보고 오래 보아야 정확하게 볼 수 있고 확실하게 알 수 있으며 오래 기억할 수 있고, 스스로 생각하여 확실하게 알아야 지식 쌓기가 가능한 겁니다. 스스로 공부할 시간을 주세요.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얻은 지식은 자신의 지식이 되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힘들게 알아낸 지식이 자기의 지식이 되는 겁니다. 많이 배우면 아는 것이 없는 이유이지요.”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 뿌리 깊은 사교육에 대한 맹신. 정말로 버릴 수 없는 것인가? 주먹을 쥐었다. 나는 담임이었다. 이겨야 했다.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그동안 나는 이 사회를 위해 한 일이 없다.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뭔가는 해야 한다는 강하게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이 땅에서 사교육을 몰아내어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을 없애주고 싶었다. 물병을 입에 가져다 댔다.
“수학을 배우는 목적 중 가장 큰 것은 사고력 향상입니다. 사고력은 앞에서도 이야기한 바와 같이 스스로 생각하는 연습을 통해 키울 수 있지요. 학교나 학원에 가면 선생님들이 열심히 잘 가르쳐 주지요. 선생님이 열심히 잘 가르쳐주면 학생이 잘 알게 되고 많이 알게 될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에요. 선생이 열심히 가르쳐 주면 학생은 생각할 이유가 없어지니까 오히려 실력이 향상되지 않아요. 학생 스스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실력이 향상되겠습니까? 들었다고, 배웠다고 머리에 남는 것이 아니에요.”
고개 끄덕이는 학부모님이 반절은 되는 것 같아서 힘이 솟구쳤고 자연스럽게 목소리 톤도 높아졌다.
“이해하시겠지요? 다시 한번 부탁합니다.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혼자 공부할 시간을 가져야 성적이 올라갑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믿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기다려 주셔야 해요. 배워야 알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시고 스스로 연구해야 실력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머리 쥐 날 시간을 많이 주셔야 합니다. 그래야만 실력이 키워지는 것이니까요. 강의 들을 때에는 머리 쥐 나지 않습니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의 정적과 사람이 많은 가운데에서의 정적은 의미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묵은 어색함이었고 그 어색함을 참아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애써 30여 초를 침묵으로 버텨냈다. 30초는 엄청나게 긴 시간이었다.
“‘수학의 정석’이라는 참고서 아시죠? 저자분이 누구신지도 아시지요? 그분은 아들딸에게 수학을 가르쳤을까요? 가르치지 않으셨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