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했다. 아니, 냉기가 교실에 꽉 들어차 있었다.
“지금은 거의 모든 아이가 학원에 다니니까 비교가 쉽지 않지만 15년 전만 해도 학원 다니는 아이가 반절 정도 되었기에 비교가 쉬웠어요. 그때, 제가 아는 공부 잘하는 아이 중에는 학원 안 다닌 아이들이 훨씬 많았어요. 그리고, 좋은 성적으로 입학했는데 사교육 열심히 하다가 망한 아이들 많았습니다. 부모님들 학교 다닐 때도 그랬을 것 같은데요? 생각해 보세요. 부모님 친구분 중에 공부 잘했던 친구들, 학원 다녔는지 안 다녔는지? 학원 다닌 친구들은 모두 공부 잘하였는지?”
“선생님 말씀이 맞아요. 제가 학교 다닐 때를 생각해 보니 제 친구 중에 공부 잘하는 아이는 거의 학원에 다니지 않았어요. 학원 열심히 다녔던 아이들은 성적이 떨어졌고요. 명문 대학에 간 친구들은 거의 학원에 다니지 않은 것 같아요. 이제 생각나네요.”
진실을 말하고 싶어서였는지 나를 도와주고 싶어서였는지 민철이 어머님이 혼잣말처럼 말씀하셨다.
“맞습니다. 다른 어머님들도 어머님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세요. 그러면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
“어떤 학생이라도 자신이 2년 이상 가르치면 반드시 2등급 이상 받을 수 있도록 할 자신이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선생님이 우리나라에 있을까요? 없을까요? 없습니다. 절대 없습니다. 3등급 이상은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는 선생님도 이 지구상에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지요. 병석이 어머님처럼 생각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은 이유는 요즘은 거의 모든 아이가 학원에 다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1등급 아이들만 봅니다. 상위권 학생 중에 사교육 받는 아이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부 잘하는 것이 사교육 때문은 결코 아닙니다. 학원 다니는데 성적 잘 나온 아이는 사교육 때문이 아니라 공부에 재주가 있기 때문이고 또 학원에 갔다 온 이후에 자기주도학습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사교육 받지 않고 자기주도학습을 하였더라면 더 좋은 성적 받았을 것입니다.”
“학원 다니지 않으면 더 좋은 성적 받을 수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학원 다니지 않았다면 더 좋은 성적 나왔을 것 분명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 계신 진환이 어머님, 재혁이 어머님 말씀해 보세요. 진환이도 재혁이도 수학 잘하는데 그동안 학원 다니거나 과외받았나요?”
“우리 진환이는 학원 한 번도 안 다녔고 과외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어요.”
진환이 어머님이 시원하게 대답을 해주셨다. 망설이는 재혁이 어머니를 향해
“재혁이도 1학년 초에 학원 끊었고, 그 이후에 성적 많이 올랐지요? 말씀 한 번 해주세요.”
“예. 우리 재혁이 지난해 5월에 선생님 말씀 듣고서 학원 그만두고 혼자 공부하고 싶다 해서 학원 끊었고요, 그 이후에 성적이 엄청나게 올랐어요. 선생님 말씀이 옳아요. 진심으로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
“…….”
“그렇지만 선생님, 사교육은 공교육에서 미처 채워주지 못한 것들을 채워줄 수 있잖아요.”
화가 솟구쳤다. 누군가가 만들어낸 말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하는 사람들을 미워하고 있었는데, 그 말이 지금 내 귀에 들어온 것이다.
“공교육이 채워주지 못한 것이라니요? 언론에서 그런 말 많이 하는데, 저는 공교육이 채워주지 못한 부분이라는 말의 의미를 잘 모르겠어요, 공교육이 무엇을 채워주지 못하였습니까? 설령 채워주지 못하였다고 해도 그것은 학생 본인이 채워야지 다른 누군가가 채워줄 수 없습니다. 공교육이 채워주지 못하였다면 사교육도 절대 채워줄 수 없어요. 어머님께서 아들에게 밥상을 차려 줄 수는 있지만, 밥을 입에 넣어줄 수는 없는 것과 같지요. 공부는 학생이 하는 것이지 선생이 시켜줄 수 있는 것 아니에요.”
“선생님, 제가 한 말씀드려도 될까요?”
재혁이 아버님이셨다. 맨 앞자리에 앉아계셨던 재혁이 아버님은 일어나셔서 학부모님을 향해 서셨다.
“저희 아들은 1학년 때에도 김승혁 선생님 반이었어요. 먼저 선생님께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사실 저도 교직에 있습니다만 작년 초까지만 해도 사교육 받아야 공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작년 3월에 담임 선생님께서 학원 다니지 말고 자율학습을 하도록 하라고 해서 제가 전화로 선생님께 항의했었어요. 왜 아이의 공부를 방해하느냐고요? 선생님 기억하시나요? 정말 죄송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