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향해 허리 굽혀 인사하는데 고맙기도 했지만 겸연쩍기도 하였다. 물론 그때의 항의는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렇지만 곧바로 내 말을 믿고 따라주셨으니 현재는 고마울 뿐이다.
“선생님의 편지를 읽고, 또 이야기를 듣고서, 그리고 아들 역시 혼자 해보고 싶다 해서 수학 학원을 그만두었는데요, 점수가 정말로 많이 올랐습니다. 아들도 매우 만족해하고 있으며 지금은 수학에 자신이 생겼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도 다른 부모들처럼 학원 다니면 뭔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다녀야 한다고 하였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까 아니더라고요. 사교육은 공부할 시간을 빼앗는 어리석은 행동일 뿐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옳아요. 저는 아들의 결과를 통해 선생님의 말씀이 옳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모두 재혁이 아버지를 향해 귀를 기울였고 뭔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기를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저도 처음에는 적잖이 불안했어요. 그런데 아들이 선생님 말씀에 절대 공감하여서인지 학원 끊고 혼자 하겠다면서 믿어달라 하였고, 저 역시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제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이기도 했지요.”
모두 진지하게, 선생인 나의 말을 들을 때보다 훨씬 더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역시 경험자의 말은 더 신뢰도가 높다고 생각했다.
“학원을 끊고 혼자서 공부하면 불안하지 않나요?”
주현이 어머니였다. 이번에는 재혁이 어머님께서 답해주셨다.
“솔직히 저와 재혁이 아빠 모두 처음에는 적잖이 불안했어요. 처음 얼마 동안은 아들 역시 어떻게 할 줄 몰라 힘들어하기도 하였지요. 그런데 3주가 채 지나지 않아 아들이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찾았다며 즐거워하였고, 학원 다닐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해하였어요.”
재혁이 아빠가 말을 이었다.
“선생님 말씀대로 교육은 믿음과 기다림인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부모나 학생들은 믿음도 부족하고 기다릴 줄도 모르며 모두 불안에 빠져 있어요. 더 잘못된 것은 지금 성적이 사교육 덕분이라는 착각, 사교육을 그만두면 지금의 성적마저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 사교육을 계속하면 언젠가 성적이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인 것 같아요.”
재혁이는 참으로 예쁜 아이다. 공부를 열심히 해주어서 예쁘기도 하지만,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까지 부드럽고 예의 바르기 때문에 더 예쁘다. 물론 가장 예쁜 이유는 나를 믿고 학원을 그만두어서다. 학원을 그만둔 후 성적이 반에서 2등, 이과에서 7등까지 올랐다. 입학 성적이 100등 정도였고, 1학년 중간고사 때에도 반 8등, 전교 80등 정도 하였는데 학원 그만두고 성적이 수직으로 상승하여 내 말이 옳음을 증명해 주었다. 거기에 엄마 아빠까지도 담임인 나를 신뢰해 주니 이보다 더 고마울 수 없었다. 나의 말소리는 어느새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주도학습을 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학 성적도 잘 받게 되고, 대학 졸업 이후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에요. 제자들을 보니 고등학교 때 사교육 없이 혼자 공부한 아이는 대학 생활도 잘하고 장학금도 받으며 졸업 후 취업도 잘하더라고요. 직장에서도 실력을 발휘하면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고요. 반대로 사교육에 의존한 아이들은 원하는 대학 입학에도 실패하고, 대학 생활도, 취업도, 취업 후의 생활도 잘하지 못하더군요……. 꼬마 아이들이 밥을 먹을 때, 밥을 흘릴지라도 스스로 먹도록 하여야만 시간이 흐른 뒤에 혼자서 잘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부모들은 자녀가 스스로 할 때까지 참고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혼자서도 잘할 수 있는데 혼자서는 잘할 수 없다고 단정하고, 스스로 할 기회를 빼앗는 것은 아이를 사랑하는 일이 아니라 바보 만드는 일이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