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바보 만들기에 앞장서는 부모님들(10. 끝)

by 권승호

“선생님, 그런데 인터넷 강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 아들은 집에 돌아와서 밤늦게까지 잠자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강의를 듣거든요…… 칭찬해주어야 하는지 말려야 하는지……”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이 인터넷 강의를 시청하고 또 신뢰하고 있더라고요. 인터넷 강의를 듣기만 하면 성적이 오를 것으로 생각해요. 인터넷 강사들이 시원시원하게 강의를 잘하니까 끌리는가 본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인터넷 강의는 실력 향상에 절대 도움 되지 않습니다.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 하지요? 텔레비전을 볼 때 뇌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 것처럼 인터넷 강의를 들을 때에도 뇌 활동은 정지됩니다. 제 생각이 아니라 뇌 과학자들이 밝혀낸 사실이에요. 실제로 인터넷 강의에 의존하였던 제자들은 하나같이 실패하더라고요. 인터넷 강의, 듣지 말아야 합니다.”

“……”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온전히 인터넷 강의만 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그것이지요. 1초도 되지 않는 순간에 컴퓨터 화면 바꿀 수 있다는 사실, 아시지요? 게임도 할 수 있고 다른 동영상도 볼 수 있으며 SNS도 할 수 있습니다. 유혹에 빠져서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이지요.”

“그렇군요. 선생님!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네요. 고민해보아야 하겠네요.”

“물론 학교 다니지 않고 학원도 다니지 않는 재수생들에게는 괜찮을 수도 있습니다. 온종일 책 보는 일이 지루한 일인데 그 지루함을 없앨 수 있고, 큰 흐름을 알 수 있으며,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도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학교 다니는 학생에게는 학교 선생님의 강의로 배움은 충분합니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잘 설명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가 말하면 잘 안 듣는데 선생님 말씀하시는 것은 잘 듣더라고요…….”

“텔레비전이나 **브에서 가끔 유명 대학교수나 전문가들의 특강 들으신 적 있으시지요? 강의 내용 지금 기억하실 수 있으신가요? 물론 쉬운 내용, 관심 있는 내용,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의 강의라면 기억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어려운 내용, 생소한 내용의 강의라면 기억하기 어려워요. 그 강의를 듣고 시험을 치른다면 몇 점 받으실 것 같으신가요?”

“……”

“저도 많이 들어보았는데, 지금 기억나는 것은 하나도 없네요.”

모두 고개를 끄덕였고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들을 때에 조금의 잡념도 없이 완전히 몰두해서 감탄하면서 들었다고 해도, 하루만 지나면 무슨 말을 들었는지 거의 기억나지 않더라고요. 기억나는 것은 ‘참 훌륭한 강의였다’ ‘어쩌면 저렇게 많이 알고 유창하게 잘할 수 있을까?’라는 감탄뿐이지요. 저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그럴 것 같은데…… 듣는다고 알게 되는 것 아니라는 사실, 한 번 들어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아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요. 공부는 반복해야 잘할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은 정말 옳은 말 같아요.”

“우리나라 학생들은 생각하기 싫어하고 반복하기도 싫어해요……. 생각하지 않고 반복하지 않으니까 머리에 남는 것이 없지요.”

“생각하기와 반복하기를 좋아하도록 만드는 방법, 없을까요?”

“있지요. 간단하고도 쉽지요. 과외 끊고 학원 끊고 인강 끊고 자기주도학습 하면 됩니다.”

조용했다. 머릿속이 복잡하다는 표정과 진실을 깨달았다는 표정이 섞여 있었다.

“변화 없이는 발전도 없습니다.”라는 말을 하려다가 아이들에게 자주 했던 초성 퀴즈가 생각나서 분필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칠판에

『ㅂㅎ ㅇㅇㄴ ㅂㅈㄷ ㅇㄷ』라고 적었다. 조용했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다섯 번째 ‘ㄴ’을 ‘는’으로 바꾸고 여덟 번째 ‘ㄷ’을 ‘도’로 바꾸었다. 잠시 후, 누군가 나지막하게 ‘변화 없이는 발전도 없다’라고 읽어주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4. 바보 만들기에 앞장서는 부모님들(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