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꼴찌였는데 수능 다섯 문제 틀렸다고?(7)

by 권승호

수능 공부 방법에 대해 이보다 쉽고 간단하게 설명해 줄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그동안 직접 또는 동영상 강의를 통해 적지 않은 학습법에 대한 강의를 들었지만 이만큼 유익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유명 초청 강사가 와도 졸고 떠들던 아이들이 오늘만큼은 진지하게 듣고 있음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없이 행복했다. 내가 담임했던 제자가 강사이기 때문이고, 오늘의 강연이 내가 기획한 강연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이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줄 거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선생은 가르치는 역할도 해야 하겠지만 이런 기회를 마련해 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중얼거리면서 나 자신을 다시 한번 칭찬하였다.

마지막으로 사탐입니다. 저는 사회문화와 생활윤리를 선택했습니다. 사회문화도 빨리 개념 정리를 하고 평가원 기출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개념 정리는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사회문화는 평가원 문제가 수준이 너무 높아서 그런지 EBS 문제가 못 따라갑니다. 평가원 문제 수능 기출 플러스 세 번이나 네 번만 풀면 만점 나옵니다. 특히 표 풀이 같은 경우는 평가원 기출에 있는 걸 확실하게 알고 넘어가야 합니다. 평가원 문제 완벽하게 정리하고 시간이 허락되면 EBS 풀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EBS 한 문제도 안 풀고 평가원 기출문제만 네 번 돌렸고 만점 받았습니다. 생활윤리는 지금 기출문제도 1개년밖에 없는데, 워낙 쉬우니까 그냥 학교 수업을 따라가도 될 것 같습니다.

원고를 주라고 부탁해야겠다 생각했다. 한 달 후에 이 원고를 다시 한번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지금은 집중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지만, 내일이면 50% 이상 잊어버릴 것이고, 한 달 후면 80% 이상 잊어버릴 것이며, 그래서 그때 다시 들려줘서 효율적인 공부를 하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제자이지만 존경스러웠다.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공부 못한다고 무시하였던 과거의 나를 채찍질하고 또 채찍질하였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정말로 단 한 명의 제자도 무시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정말로 대단했다. 내 제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지만 동시에 저런 이야기를 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나 자신을 자책하기도 하였다.

오늘 강의로 인해 아이들의 성적이 수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확신이 밀려왔는데 바로 그 뒤를 이어 문제는 실천이라는 생각이 따라왔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믿고 열심히 공부하면서 기다려 줄 줄 알아야 하는데 과연 …… 서두르지 말고 흔들리지 말고 참고 견딜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 구슬이 서 말일지라도 꿰어야 보배라 했는데 과연 …….

여기까지 제가 백지상태에서 성적을 올리면서 생각한 것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말로 설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신경을 쓴다고 썼지만 부족한 부분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혹시 궁금한 것이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질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의껏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누군가 손을 번쩍 들었다. 현호였다.

“아까 기출을 돌린다고 하셨는데, 돌린다는 말이 무슨 뜻입니까? 그리고 그것이 왜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기출은 기출문제의 줄임말로 이미 출제된 시험 문제라는 것은 아시지요? 돌린다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부한다는 표현입니다. 제가 아까 수학은 다섯 번 돌렸다고 했지요? 그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섯 번 반복해서 공부하였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왜 중요하냐고 질문하셨지요? 공부는 반복이기 때문입니다. 운동선수만 반복을 통해 실력을 쌓는 게 아니고, 음악만 반복을 통해 실력을 쌓는 게 아니며, 공부 역시 반복을 통해 실력을 쌓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섯 권의 책을 한 번씩 보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세 번 보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뒷자리에서 누군가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정말로 꼴찌를 하였습니까? 진짜로요?”


꼴찌는 아니고 꼴찌 부근에서 놀았습니다. 정말로 끝에서 5등을 벗어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선생님은 저를 잘 모를 테니까 3학년 담임 선생님이셨던 김승혁 선생님에게 물어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아는 아니었어요. 존재감이 없었을 뿐이지요. 잘하는 게 없어서. 그리고 결석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각, 조퇴를 몇 번 하였기에 개근상을 받지는 못하였지만요……. 아무튼 저를 보고 용기를 얻으시면 고맙겠습니다. 여러분은 저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선배님, 진짜로 7시간 이상 잤습니까? 저희 엄마는 6시간만 자도 많이 잔다고 야단치는데, 4당 5락이라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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