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배움보다 중요한 익힘(2)

by 권승호

“그렇다네. 사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문제 중에서 고등학생이 해결하기 어려울 만큼의 고난도의 문제는 없다네. 정답률 10% 이하 문제는 거의 없으니까. 해결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지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풀 수 있는 문제라는 이야기지. 시간을 들이고, 머리 쥐 나는 고통을 견뎌야만 실력 향상이 가능한 것이라네.”

“자네 말이 옳다고 생각되긴 하지만 문제는 시간 아니겠나? 시간을 절약해야 하지 않겠나? 혼자서 공부하려면 시간 많이 걸리지만, 선생님에게 배우게 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잖아. 시간은 없고 해야 할 공부는 많으니까. 효율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쉽게 얻으면 쉽게 잃게 되는 것은 세상의 이치고 공부에서도 예외 아니라네. 그리고 낑낑대는 과정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실력을 키우는 시간이라네.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 실 매어 바느질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시간이 부족할지라도 스스로 고민하지 않으면 실력 쌓을 수 없는 거라네. 시간을 들여 고민하여서 확실하게 알아내는 것이 최고의 공부법이라는 이야기지. 많이 배운다고 많이 알게 되는 것 아니고 잘 배운다고 잘 알게 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까지 알면 좋겠네.”

“…….”

“그러니까 김 선생 말은, 일요일에 과외선생 오라 해서 질문하도록 하는 것도 좋지 않은 방법이라는 이야기인가?”

“그렇다네. 배수진(背水陣)을 친다는 이야기 있지 않은가? 배수진을 치고 싸워야만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게 되어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처럼, 과외선생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해보려는 의지가 있어야만 집중할 수 있게 되고 실력도 키울 수 있는 거라네.”

“…….”

“쉬운 일 아니라는 것, 나라고 왜 모르겠는가? 지금 내가 말한 것이 쉬운 일이라면 누가 공부를 어렵다고 이야기하겠는가? 공부가 어렵다는 것은 지금 내가 말한 내용을 실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지. 자네도 자네이지만 우선 자네 아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거라는 사실도 잘 아네. 그동안 과외선생이 도와주어서 쉽고 편하게 공부해 왔었는데 혼자서 하려니 얼마나 답답하고 짜증 나겠는가? 짜증을 넘어서 공황 상태에 빠질 수도 있지……. 고비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나? 언젠가는 반드시 넘어야만 할 산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나? 성장통이라 이해해 주면 안 되겠나? 쉽지 않겠지만 현직 교사인 친구의 말, 고3 담임을 아홉 번이나 한 친구의 말을 인정해 주고 따라주면 고맙겠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참으로 헷갈리네. 더 생각해 보겠네그려. 어쨌든 고맙네. 김 선생이 한 말, 아내와 아들에게 전해주고 설득하고 따르도록 노력함세.”

“고맙네, 친구.”

“자네 말이 옳다는 것은 알겠는데 왜 이렇게 자신이 없는 것인지……”

전화를 끊고 돌아서자 아내가 다가왔다.

“그런데 여보! 수능시험이 끝나면 수능 출제 위원장은 교과서를 중심으로 공부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였다고 하잖아. 수능 점수가 발표되면 점수를 잘 받은 학생들도 교과서를 중심으로 공부한 결과라고 말하고……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 말 정말일까? 아니면 누가 시켜서 한 이야기일까?”

“누가 시켜서 한 이야기라니? 그렇지 않아. 정말로 옳은 말이야.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할 리 없잖아. 학생이 거짓말할 이유도 없고. 그 말이 누구에게 이익이 된다고…… 이렇게 설명해 볼게. 어떤 길을 자동차를 타고 갔어. 그러면 그 길가에 있는 것들을 다 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없겠지. 걸어서 가면? 자동차를 타고 갈 때보다 훨씬 많이 볼 수 있지만 그래도 못 본 것 많아.”

고개를 끄덕이는 아내를 향해

“기어가면 자세히 볼 수 있어. 그것도 한 번 아니라 여러 번. 힘들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필요하지만 그래야만 볼 수 있고 알 수 있게 되는 거야.”

“자세히 보아야 하는데 대충 보니까 아는 게 없다는 이야기네요. 맞아요, 영화도 한 번 보고 나서 알았다고 생각하지만 두 번째 보게 되면 처음 볼 때 못 보았던 것을 볼 수 있고, 처음 볼 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이해할 수 있었던 적 많았어요.”

“그래. 학교 공부에 충실하고, 교과서를 완벽하게 공부하면 충분히 좋은 점수 얻어낼 수 있는 거야. 좋은 성적 얻어낸 아이들은 기본에 충실해. 교과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교과서를 대충 보는 게 아니라 천천히 보고 또 보더라고. 자세히 보고 여러 번 보지.”

“여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시의 내용과 통하는데요 “

”그래. 맞아. 고등학교 선생 사모님 오래 하더니 이제 공부법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구먼. “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데 저도 고3 담임 각시 9년이나 했으니 이 정도는 해야지요. “

”교과서는 기본 개념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있고, 또 생각할 기회를 주는 책이기에 수능을 잘 치르고 싶다면 반드시 보아야 해. 그리고 교과서는 분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반복해서 볼 수 있고 그 반복을 통해서 완전한 실력을 쌓을 수 있어. 교과서로 공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공부법이라는 사실을 믿으면 좋은데……”

“요즘 아이들은 생각하기를 귀찮아한다고 하던데요…”

“그러니까. 생각하기를 무척 귀찮아하더라고. 안타깝기 그지없어.”

“미디어의 영향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도 많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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