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배움보다 중요한 익힘(3)

by 권승호

“그래. 특히 스마트폰, 유튜브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

“스마트폰은 정말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어른도 아이들도 틈만 나면 핸드폰만 보는 세상이 되었으니까요.”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 하는 것 알지?”

“들어는 보았어요. 그런데 왜 바보상자라 하는 거지요?”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 때문에 바보상자라 하는 거지.”

“텔레비전이 왜, 어떻게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고 하는지 이해되지 않아요. 저는 텔레비전이 즐거움을 주고 많은 정보를 주는 고마운 문명의 이기라고 알고 있는데……”

“그래. 재미도 주고 정보도 주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건 인정해야지. 하지만 텔레비전은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음을 알아야 해. 생각을 많이 해야 지식도 지혜도 키워나갈 수 있고 판단도 올바르게 할 수 있는데, 특히 청소년들은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데 텔레비전, 유튜브, 스마트폰은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지.”

“그렇군요. 이제 알게 되었네요. 미디어를 왜 가까이하면 안 되는지.”

“……”

“내 친구 미경이 알지요? 미경이 아들은 학원은 가지 않고 인터넷 강의만 들으면서 공부한다고 하던데……”

“그러면 점수 잘 나오지 않는 것은 불 보듯 뻔한데……”

“맞아요. 열심히는 하는데 점수는 오히려 떨어졌다고 걱정이 많아요.”

“당연한 일이야. 인터넷 강의로 성적 올리는 학생을 나는 본 적이 없어. 강사의 강의를 쫓아가느라 생각할 여유를 거의 갖지 못하기 때문이지. 따라간다고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주저앉아버리게 돼. 선생님에게 50분 수업은 듣지만, 아이들은 10분도 공부하지 못했다고 보아야 해. 듣는다고 알게 되는 것 아니니까. 생각하지 않으면 실력은 쌓이지 않는 것이니까.”

“생각하지 않으니까 점수가 나오지 않는 것이군요.”

“그래. 가방 크다고 공부 잘하는 것 아니고, 책 많다고 공부 잘하는 것 아닌 것처럼 강의 많이 듣는다고 공부 잘하는 것도 아니야. 그런데 우리 학생 학부모들은 강의 많이 들으면 공부 잘하게 된다고 생각해. 매우 안타까워. 빨리 미경이 친구에게 전화해서 인강 끊고 책으로 생각하면서 공부해야 한다고 말해줘.”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현명한 것 같지만 어리석은 게 인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이 되어버린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이 시작되기 전에도 끝난 후에도 출제 관계자들은 사고력 측정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말하는데 안타깝게도 학생과 선생님들은 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아이들은 생각하기를 귀찮아하고,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생각하도록 기다려 주지 못하며, 부모님들도 생각하기의 중요성을 모르는 오늘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워요.”

“뉴턴에게 만유인력을 어떻게 발견하였느냐고 물었더니 ‘내내 그 생각만 하였습니다’라고 대답하였대, 아인슈타인에게 어떻게 상대성 원리를 발견하였느냐고 물었더니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였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고 했어.”

“그러니까요. 당신 말이 맞는데, 우리 아들 우리 딸, 사교육 없이도 공부 잘하였는데……”

“당신 방금 실수한 거 알아?”

“…… 실수했다고요?”

“‘사교육 없이도’가 아니야. ‘사교육 하지 않았기 때문에.’라고 해야지.”

“아하! 그렇군요. 제가 실수했네요.”

“생각하기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필요하고 중요한 해. 공부에서 뿐 아니라 삶 구석구석에서 생각하기는 엄청 중요하지. 생각하는 축구라야 승리할 수 있고, 생각하는 요리라야 맛있으며, 생각하는 여행이라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으니까. 생각 없이는 승리도 즐거움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으니까.”

“그런데 어려운 일인 것도 분명해요.”

“그렇지. 하지만 ‘빨리빨리’를 친구 하지 않으면 어렵지 않아. 눈앞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면 되고,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만으로 즐거워하면 돼.”

“나이를 먹을수록 생각하기의 중요성을 확인하곤 해요. 무슨 일에서든 성패(成敗)는 ‘생각하기’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어요. 생각의 중요성을 진즉 깨달았다면 훨씬 멋진 삶을 살았으리라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고 있어요. 생각하기를 즐겨했다면 당신하고의 갈등도 적었을 것이고 더 많이 행복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해요.”

“이제야 우리가 철이 드는 것 같아. 환갑이 되어가는 나이에……”

중간고사 끝난 다음 날 점심시간, 식사를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오는데 등 뒤에서 “선생님!”이라는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는 나를 향해 키 작은 학생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선생님! 저도 공부 잘하고 싶어요. 공부 잘하는 비법 좀 알려주세요.”

낯은 익었지만 이름은 생각나지 않았다. 따뜻한 미소를 지으면 손을 잡고 운동장 한쪽에 있는 의자로 데리고 갔다. 전순길이라 하였다. 그동안 공부한다고 하였는데 성적이 나오지 않아 괴롭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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