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히 미안하지만, 비법은 없어. 선생님이 세상을 살아보니 공부뿐 아니라 세상일 대부분에 비법은 없더구나. 세상에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고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일도 없어. 쉽게 얻은 건 쉽게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 세상 이치란다. 공부하기 힘든가 보구나?”
“힘들다기보다 성적이 나오지 않으니까 괴로워요. 비법은 없을지라도 조금이라도 쉽게 잘하는 방법은 있지 않을까요? 조금이라도요. 선생님.”
울먹울먹 하는 순길이의 손을 잡았다.
“좋아, 알려주마. 생각하면서 읽고 또 읽는 것, 반복해서 생각하면서 읽는 것이 비법이다. 무식한 방법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진짜로 이 방법 말고 비법은 없다.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보면 스스로 알아낼 수 있게 된단다. 반복해서 읽으면 알게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읽고 또 읽는 거야.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거야. 쉽게 점수 올리겠다는 마음 버리고. 누군가에게 배워서 성적 올리겠다는 마음도 버려야 한다. 책을 여러 번 읽게 되면 스스로 알 수 있게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생각하면서 읽어야 한다. 책 보다 좋은 스승은 없다고 믿어야 하고, 스스로 생각하면 알아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선생님, 정말인가요? 반복해서 생각하면서 읽으면 성적 올릴 수 있나요?”
“좋아, 너, 다른 아이들보다 잘하는 게 뭐니?”
“탁구요.”
“탁구를 못 하는 어떤 친구가 너에게 짧은 시간에 탁구 잘할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면 너는 어떻게 가르쳐 줄래? 쉽게 빨리 잘할 수 있는 비법, 있니? 네가 열심히 잘 가르쳐 주면 그 친구가 일주일 만에 아니, 한 달 만에 너만큼 잘할 수 있을까?”
“없지요. 절대 없지요. 최소 1년은 걸릴 것 같은데요.”
“그렇지? 너뿐 아니라 그 어떤 훌륭한 선수, 코치, 감독도 짧은 시간에 실력을 쌓도록 만들 수 없어. 시간이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해. 배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연습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니까.”
“연습 많이 하는 것이요.”
“그래, 바로 그거야. 공부 잘하는 것도 탁구 잘하는 것과 똑같아.”
“……”
“오해하지 마라. 배움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니까. 배움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이야기이니까.”
“선생님 말씀 이해는 가는데……”
“이해는 가는데 뭐? 힘들다는 말이지? 힘들지 않고 잘할 수는 없어. 알든 모르든, 이해되든 이해되지 않든 일단 생각하면서 반복해서 읽는 거야. 천천히 읽고 또 읽다 보면 반드시 깨달음이 오게 되어있어. 당연히 실력이 쌓이고 성적도 올라가지.”
“읽고 또 읽으려 해도 시간이 없어요, 학원 갔다가 집에 오면 11시가 넘는데요. 씻고 간식 먹으면 12시 정도 되고요.”
설득할 자신감이 생겼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인 것이다.
“그렇지? 시간이 없지? 방법은 있어. 학원 다니지 않는 것이 방법이야. 학원 끊으면 예습할 시간도 복습할 시간도 생기잖아.”
“그래도 배우는 게 낫잖아요, 선생님에게 많이 배우면 좋잖아요.”
“너, 그동안 많이 배웠지? 그래서 성적 나왔니? 나오지 않았잖아. 반복해서 읽지 않았기 때문이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 학원 다니지 않으면 읽을 시간, 생각할 시간 많아지는 거야. 그러면 성적 반드시 올라가게 되어있어.”
“……”
“혹시 너, 다독, 다작, 다상량이 무슨 뜻인지 아니?”
“잘 모르겠어요……”
“옛날 중국에 글 잘 쓰기로 유명한 구양수라는 사람이 한 말이란다. 누군가가 구양수라는 사람에게 글 잘 쓰는 방법을 물었어. 그때 구양수라는 사람이 다독, 다작, 다상량을 이야기했어. ‘많을 다(多)’ ‘읽을 독(讀)’ ‘지을 작(作)’ ‘헤아릴 상(商)’이야. 많이 읽고, 많이 짓고(쓰고), 많이 헤아리다 보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이야기였어.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뿐 아니라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도 다독 다작 다상량은 매우 중요하단다.”
“선생님, ‘헤아리다’가 무슨 뜻이에요?”
“응, 짐작하여 안다는 뜻이란다. 추측하여 안다는 뜻인데, 많이 생각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구나.”
“열심히 반복해서 읽고, 열심히 반복해서 써보고, 열심히 반복해서 생각하면 된다는 이야기이네요.”
“그렇지, 예습하고, 수업 잘 듣고, 복습하고…… 반복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어. 배우려고 하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해서 알아내겠다는 각오로 노력하면 성적은 반드시 올라갈 거야.”
체육관 외벽에 걸린 시계가 점심시간이 끝나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자! 5교시 수업해야 하니까 오늘은 여기서 멈추자. 선생님 이야기가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 많이 생각해 주면 고맙겠다. 선생님이 1주일 생각할 시간을 줄게. 다음 주 월요일 점심 식사 후에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 이야기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