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생각하지 않으면 망한다(2)

by 권승호

다음 날 1교시, 10반 수업을 하는데 15분도 지나지 않아 몇 명이 졸기 시작하였다. 졸고 있는 수한이를 계속 쳐다보았는데, 그것도 모르고 한참을 더 졸다가 옆자리의 법신이가 옆구리를 찌르자 눈을 뜨고서 얼굴을 비벼대는 것이었다. 말하기 좋아하는 정호가

“수한이 어제 과외받았대요. 밤늦게 까지요. 그래서 피곤하대요.”

수한이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고 아이들은 그 상황이 재미있는지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못 들은 척할 수 없어서

“그래? 과외라는 것이 과연 효과 있을까?”

“없어요, 효과. 저도 받아 보았는데요, 진짜로 효과 없어요. 중학교 때는 그래도 조금 효과가 있는 것 같은데, 고등학교 때에는 시간 낭비, 돈 낭비예요.”

“맞다. 효과 없다. 선생님 제자 중에 과외받고 학원 다녀서 좋은 성적 받은 아이들 없었으니까. 공부 잘하는 아이 중에 과외받는 아이들도 거의 없었고.”

“학원 다니는데 성적 좋은 친구가 없는 건 아니에요.”

“누구?”

“철웅이요, 이철웅.”

“그러니까 전교 10등 안에 못 들지. 학원 다니지 않았다면 1, 2등도 가능한데.”

“에이, 그런 억지가 어디 있어요? 전교 1등 정혁이도 학원 다녔는데요?”

“정혁이는 6개월만 다녔잖아. 1학년 때만, 그것도 토요일에만. 토요일에 6개월 동안 수학 학원 다닌 것이 전교 1등의 원인이라고 할 순 없잖아. 학원 다니지 않았어도 전교 1등 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 분명하잖아.”

“…….”

“학원 다니는 것이 효과 있다고 이야기하려면 그 학원에 다니는 학생 모두 성적이 올라야 해. 열 명의 학원생 중 한 명의 성적이 오르고 아홉 명의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면 학원이 성적을 올려준 것이라 할 수 없잖아.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이 왔다고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말이지.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잘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배운다고 실력이 향상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좋겠어. 실력은 학생이 노력해서 쌓아가는 것이지 선생이 쌓아주는 것이 아니니까. ‘나는 어떤 학생이라도 1년을 가르치면 2등급 이상을 받게 할 자신 있다.’라고 이야기할 선생은 이 지구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는 거야.”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은 많았지만 크게 끄덕이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까 선생님이 옛날에 과외했던 경험을 말해줄까?”

“…….”

“선생님이 학교에 오기 전, 학원에서 재수생들을 가르쳤었다는 것, 이야기해 주었지? 그때 개인 과외도 했었는데, 고액의 과외였다. 50만 원 받았으니까. 1주일에 두 번 하고. 지금도 큰돈이지만 그 당시엔 진짜로 큰돈이었지. 그런데 과외를 하러 가면 학생은 선생님이 풀어놓으라는 문제를 풀어놓았을까, 풀어놓지 않았을까?”

“…….”

“당연히 풀어놓지 않았지. 국어를 과외받을 정도면 영어 수학 과외도 당연히 했을 것이잖아. 학교 수업받고, 또 과외받게 되면 스스로 문제 풀 시간이 없잖아. 아마 학교 숙제할 시간도 없었을 거야. 학생이 문제를 풀어놓지 않았다면 선생은 어떻게 해야 옳을까? 가르치기 전에 풀어보라고 해야 옳지? 생각하는 일이 중요하고 예습이 중요하니까. 그런데 부끄럽게도 선생님은 그럴 수가 없었다. 왜였을까? 선생이었기 때문이지. 선생은 열심히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 때문이었고, 거실에서 선생을 감시하는 부모님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어. 부모님에게 잘 보여야 과외를 계속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사실, 그때에는 선생님도 열심히 많이 가르쳐 주면 아이들이 많이 알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었어. 아무튼, 선생님은 무조건 열심히 가르쳤어. 그것도 큰 소리로. 아이에게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성적이 올랐을까, 떨어졌을까? 부끄럽지만 떨어졌거나 제자리걸음이었다. 왜 그랬을까? 학생은 공부하지 않고 선생인 나만 공부했기 때문이었지. 선생이 아무리 열심히 가르쳤을지라도 학생이 생각하지 않았고 공부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성적이 오를 수 있겠니? 열에 아홉은 성적이 오르지 않았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고 부끄럽지.”

고개 끄덕이는 아이들이 많아진 것을 확인하자 힘도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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