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4당 5락이라는 거짓말(4.끝)

by 권승호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스마트폰이 큰 문제예요. 스마트폰 때문에 대화도 사라지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지요. 스마트폰이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황폐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맞아요. 옛날에는 대부분의 교통사고 원인이 과속이나 음주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졸음운전이 교통사고 원인 1위가 되었더라고요. 학생뿐 아니라 어른들도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음이 분명해요.”

“선생님, 그러면 부모가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 좋을까요? 부모로서 반드시 해주어야 할 무슨 일을 알려주세요. 가만히 보기 있을 수는 없잖아요? 아들이 공부하는데 엄마 아빠가 먼 산 구경하듯 바라보고만 있어선 안 되잖아요.”

“부모로서 꼭 해주어야 하는 일은 잠 잘 자도록 해주는 일과 아침밥 먹이는 일, 그리고 칭찬해 주고 기다려 주는 일이 전붑니다. 부모가 아이들을 위해 해줄 다른 일은 없습니다. 11시 이전에 잠자도록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요.”

“알았습니다. 그리고 또요?”

“없습니다. 부모이니까 뭔가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셔야 합니다.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부모님이 해줄 일이고, 열심히 즐겁게 사는 모습 보여주는 것이 부모로서 해줄 일입니다. 대다수 부모님께서는 뭔가를 해주어야 한다는 사명감 아닌 사명감을 느끼고 있는데, 이것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참으로 많습니다.”

“그래도 엄마로서 아들에게 뭔가 더 해주고 싶은데요…….”

“이해합니다. 해주고 싶은 마음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참아야 합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위하여 뭔가 해주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것처럼요. 먼저, 엄마가 변해야 합니다. 충식이 어머님뿐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어머니가 변해야 합니다. 뭔가를 해주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는 생각부터 버리셔야 합니다.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아야 하지요. 정 뭔가를 해주고 싶으시다면 기도나 해주세요. 기도밖에는 없는 것 같네요. 그런데요…… 제 생각으로는 기도한다고 하나님이나 부처님께서 그 기도를 들어주시지는 않을 것 같긴 하네요.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을 좋아하는 하나님 아니시고, 대학에 합격시켜 주는 것을 좋아하는 부처님 아니신 것 분명하니까요. 물론, 기도하면서 충식이 어머님의 마음이 편안하고, 충식이가 어머님의 정성에 감동하여서 열심히 공부하게 되면 그것으로 효과는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사회 봉사활동 하시든가, 취미생활 열심히 하시든가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공부는 당사자인 아이에게 맡기고 부모님은 부모님 하실 일 열심히 하세요. 어머님이 간섭받기 싫어하는 것처럼 아들도 간섭받기 싫어합니다.”

“저는, 그동안 아들이 학교에 가는 뒷모습과 밤늦게까지 잠자지 않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행복해했었는데…….”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실력을 쌓느냐 쌓지 못하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었느냐 적게 앉아 있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본말전도(本末顚倒)인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참기로 했다.

“선생님, 아들이 공부하겠다는데, 어떻게 자라고 해요? 그리고 그때가 가장 예쁜데…….”

“진정으로 아들을 사랑한다면 늦어도 11시 이전에 잠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밤늦게까지 공부한다는 것을 믿어서 안 되지만 설령 공부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도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것은 다음 날 학교에서의 공부를 방해하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저녁에 1시간 더 공부하게 되면 낮에 학교에서 무려 3시간이나 4시간을 자거나 졸게 된다는 사실 잊으시면 안 됩니다.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예요. 이익 아니라 손해이지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밤을 주신 것은 잠을 자라는 명령이에요. 진정으로 충식이를 사랑한다면 충식이가 11시 이전에 자도록 하고, 충식이가 잠든 것을 확인한 다음에 주무세요. 피곤하시겠지만.”

“아침밥을 먹이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에요. 아침밥을 먹지 않아도 버스를 놓쳐 택시 타고 가는 날도 많은데…….”

“그러니까 빨리 재워야 한다니까요. 빨리 자면 빨리 일어날 수 있잖아요. 아침밥 먹을 수 있어서 좋고, 공부 잘할 수 있어서 좋으며, 건강해서 좋잖아요. 일석삼조네요. 어려운 일 아니고요.”

목소리의 톤이 높아져 있었다. 화를 내는 목소리였다. 아직도 감정 조절 못 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나이를 헛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 편지에, 선생님께서 믿어주고 칭찬해 주고 기다려 주라 말씀하셨는데, 믿어주고 칭찬해 주고 기다려 주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에요. 믿어주었는데 거짓말하면 얼마나 속상한데요? 그리고 칭찬할 게 없고 밉기만 한데 어떻게 무엇을 칭찬해요? 기다려 주는 일도 쉬운 일 아니에요. 우리 아들을 그동안 제가 얼마나 많이 믿고 기다려 주었는데…….”

목소리에도, 눈가에도 어느새 눈물에 젖어버린 충식이 어머니였다. 난감했다. 내 엄마도 나 때문에 울었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멍해졌다.

“인정합니다. 쉬운 일이 아닌 것 저도 잘 압니다. 그래도 사랑한다면 칭찬해주어야 하고,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어른이니까요, 엄마이니까요, 포기해서는 안 되는 아들이니까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만 어렵답니다.”

“선생님, 야식은 어때요? 학교에서 돌아오면 배고프다고 하거든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니까 괜찮은 거죠?”

“야식을 먹으니 잠이 사라지고, 잠이 사라지니 엉뚱한 짓을 하면서 늦게 자게 되고, 그래서 낮에 졸리게 되고, 졸린 상태이니 공부가 되지 않고……. 밤에 일찍 자는 것, 야간 자율학습 끝나고 집에 와서 간식 먹지 않고 바로 자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

“제가 언젠가 아이들에게 수면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가 조사해 본 적 있었는데요, 1위가 스마트폰이었고, 2위가 야식이었답니다. 전문가들도 스마트폰과 야식이 수면을 방해하고 스마트폰과 야식 때문에 졸음이 온다고 말하더라고요. 야식이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지요? 야식을 먹이는 것이 사랑인지, 사랑이 아닌지 잘 생각해 보세요. 야식을 먹이려 하지 마시고 아침을 영양식으로 해서 먹이세요. 빨리 일어나면 여유 있게 많이 먹일 수 있잖아요, 야식도 습관입니다. 1주일만 참고 먹지 않으면 먹고 싶은 마음도 사라질 것이니까요.”

“선생님 말씀, 잘 알았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무실을 나서는 충식이 어머님을 배웅하고 돌아서서 다시 교무실로 돌아오면서 교실을 훔쳐보았다. 선생님은 열심히 강의하고 있는데, 다섯 명 정도의 아이들은 엎드려 자고 있었고, 다섯 명 정도의 아이들은 졸고 있었으며, 예닐곱 명의 아이들은 멍 때린 채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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