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학원 그만두고 성적 엄청나게 올랐어요(2)

by 권승호

“그러니까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일이 공부라는 이야기네요?”

조금 전 감탄사를 내뱉었던 성훈이였다.

“그래. 국어사전은 ‘학문이나 기술 등을 배우고 익힘’이라 쓰여 있지. 그 뜻이 일반적이지만 선생님은 한자를 풀어서 해석해 본 거야. 학문이나 기술 등을 배우고 익히는 일이라는 뜻이지만,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일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이해해 주면 고맙겠다.”

말을 멈췄다. 다시 찾아온 고요함.

“5번 김창열, 공부가 뭐라고?”

“사람을 만드는 일이요.”

“좋았어. 국어사전의 뜻은?”

“……배우는 일…… 아닌가요?”

“배우는 일도 맞지만, 또 하나?”

“……”

“아는 사람? 1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들었다고 들은 게 아니구나. 분명히 배우고 익히는 일이라고 말했는데…… 배운다고 아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확인했지? 배워도 모르는 게 인간이야. 보아도 보지 못한 것 많고 들어도 듣지 못한 것도 많거든. 공부는 배우는 것보다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 명심하면 좋겠다.”

모두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이런 태도가 수업 시간마다 계속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 옆에 ‘=’를 쓰고 ‘ㅎ’과 ‘ㅅ’을 적었다. 그러자 서너 명이 나지막하게 학습이라 말해주었다. ‘ㅎ’을 ‘학’으로 완성하고 ‘ㅅ’을 ‘습’으로 완성시킨 다음에 학습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누군가 ‘배우고 익히는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헛기침을 한 번 한 다음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래. 지난번에 말해주었었지? ‘배울 학(學)’ ‘익힐 습(習)’. 배우고 익히는 일.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다. 오늘부터 공부를, 배우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배우고 익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주면 고맙겠다. 그리고 배우는 일보다 익히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주길 부탁한다.”

몇몇 아이는 눈을 말똥말똥 뜨면서 나를 주시하였고 몇몇 아이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더 많은 아이는 아무런 표정 변화도 보여주지 않았다.

“학생과 학부모님, 심지어 선생님들까지도 배우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익히는 일이 배우는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하단다. 3 배수 법칙이라고 들어보았니? 공부해 본 사람들은 이 말에 동의하는데, 1시간을 배우면 3시간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익히는 시간이 많아야 공부 잘하게 된다는 말씀이지요?”

“그렇다. 공부가 영어로 뭐지?”

“study요.”

“study는 사전에 뭐라 쓰여 있을까?”

“공부요”

“반장! 핸드폰 꺼내 영어사전에서 study를 찾아볼래?”

반장이 사전을 검색하는 사이, 아이들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

“1. 연구 2. 조사 3. 공부 4. 검토 5. 관찰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선생님!”

“좋아. 너희들이 생각하는 뭐가 없지?”

“‘배운다’ 요.”

“그래. 맞아. 공부는 배우는 게 핵심이 아니란다. 연구하고, 조사하고, 검토하고, 관찰하는 게 핵심이지.”

“……”

“이렇게 이야기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구나. ‘갑’이라는 학생은 10시간 배웠고, ‘을’이라는 학생은 10시간 책을 보면서 혼자서 익혔어. 그리고 시험을 치렀어. 누가 더 높은 점수를 받았을까? 물론 ‘갑’과 ‘을’은 같은 능력을 지닌 학생이라고 가정해야 하겠지.”

서로 눈치만 살필 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결론을 내려줄까 하다가 멈췄다. 스스로 결론을 내려야만 실천으로 옮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기다려야 한다고 다짐하며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나뭇가지에 싹이 움트고 있었다. 세상 만물이 성장하듯 아이들도 성장해 나가리라고 생각하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선생님! 10시간 책을 보면서 익힌 ‘을’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겁니다.”

“맞았어.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중요한 사실이기도 하지.”

“……”

“혹시 그런 사례를 경험했거나 보았거나 들어본 적 있니?”

“제가 작년에 다리를 다쳐서 학교를 못 나간 적이 있었어요. 물론 학원에도 못 갔지요. 저도 부모님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전 시험보다 훨씬 점수가 잘 나왔고 등수도 엄청나게 올랐어요. 진짜 이상했어요. 지금까지는 그냥 운이 좋아서였다고 생각했었는데 선생님 말씀 듣고 보니 운이 아니었네요.”

“그래. 맞아. 운이 좋아서가 아니었어. 혼자 책으로 공부했기 때문이었어. 한글과 숫자만 알면 어떤 공부도 혼자서 책으로 할 수 있는 거란다. 배우는 일은 초등학교로 충분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어.”

운동장 쪽 맨 뒷자리에 앉은 명준이가 손을 들었다.

“저희 외삼촌이 이번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는데 학원에 다니지 않고 인터넷 강의도 듣지 않고 합격했대요. 학원 다녔던 외삼촌 친구들은 다 떨어졌는데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한 외삼촌만 합격한 거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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