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학원 그만두고 성적 엄청나게 올랐어요(4)

by 권승호

아이들의 집중력이 떨어져 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시계 역시 그렇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맹자가 이런 말을 했어.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 할 때는 먼저 그 마음을 괴롭게 하고 그의 육체를 고달프게 하며 그의 몸을 굶주리게 하고 그의 생활을 궁핍하게 한다. 이유는 마음을 강하게 하고 참을성을 길러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라고.”

“……”

“위대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고통을 이겨내는 경험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야. 편한 것을 좋아하지 않으면 좋겠어. 편한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편한 것은 자기 발전에는 좋은 게 아니란다. 편한 상태에서는 기쁨도 만날 수 없기 때문이지. 힘들어야 하고 땀 흘려야 하며 실패를 맛보아야 한다. 단맛만 계속 보아서는 행복을 느끼지 못해. 쓴맛을 본 다음에 단맛을 보아야 달콤하고 행복한 거지. 벤치에 편하게 앉아 있는 축구선수와 운동장에서 땀 흘리면서 뛰는 축구선수 중 누가 더 행복할까? 축구선수에게 물어보니 한결같이 운동장에서 땀 흘리면서 뛰는 축구선수가 행복하다고 하더라. 마찬가지야. 열심히 머리 쥐어짜면서 공부하는 학생이 행복한 학생이고 그 학생이 훗날 큰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야.”

상당수 아이가 피곤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몇몇 아이들은 졸고 있었다.

“선생님은 학부모님들을 만날 때마다, 가능한 자녀들을 도와주지 말라고 부탁하곤 한단다. 도움이 좋은 결과를 만들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즐거움을 빼앗는 일이 되고 바보 만드는 일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지. 자기주도학습을 해야만 공부를 잘할 수 있고, 자기주도학습으로 성적을 올렸을 때만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으며, 이렇게 얻은 성취감과 자신감이 또 다른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도 이야기한단다.”

점심 식사 후 교무실로 향하는 길목에서 작년과 재작년에 가르쳤던, 이제는 2학년 3학년이 된 아이들을 만났다.

“선생님! 이 친구 아직도 학원 다니고 있대요.”

“아니에요. 이제 많이 끊었어요.”

“이 친구 한 달 학원비가 200만 원이래요.”

“아니에요. 200만 원은 아니에요.”

“수학 학원 열심히 다녔는데 5등급이에요.”

“이제 끊을 거예요.”

장난인 듯 장난 아닌 듯 일러바치고 부정하고 변명하면서 겸연쩍어하였다.

‘그래. 나 학원 다닌다. 어쩔래?’

‘그래. 나 학원 다니니까 성적 잘 나오는 거야.’

‘학원 다녀서 성적 잘 나오는 아이들도 많아.’

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아이는 없었다.

4년째 1학년 수업만 담당하고 있다. 1학년 수업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을 1학년 때 깨달아 사교육을 빨리 그만두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교육은 실력 향상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자기 공부할 시간을 없어지게 만듦으로써 실력 향상을 방해하는 결과만을 낳게 된다는 사실을 하루라도 빨리 깨우쳐주려는 욕심 때문이다. 2학년 때 깨달으면 너무 늦고 3학년 때 깨닫게 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졸업식 날에 꽃다발을 들고 찾아온 학생이 있었다. 얼굴은 알지만 이름을 알 수 없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에게 졸업장을 든 학생은 1학년 때 나의 이야기를 듣고 사교육을 그만두고 자기주도학습을 하게 되었고, 이후 성적이 수직으로 상승하여 의과대학에 합격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내가 기쁨을 감추지 못했던 이유는 감사 인사를 받아서가 아니었다. 내 생각이 옳음을 확인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였다.

사교육 그만두고 만족할만한 결과를 낸 아이들은 정말 많다. 사교육 그만두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점수 올랐다는 아이들은 차고 넘친다. 어제도 졸업을 앞둔 학생이 찾아왔다. 이름을 기억해 내지 못하여 난감했지만, 다행히 마스크를 쓰고 있기에 마스크를 핑계 삼아 누구냐고 물었더니 한결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어느 대학에 가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포항공대 합격했노라 하였다. 이어지는 질문은 당연히 ‘학원 다니지 않았지?’였고 그 물음에 대한 학생의 대답은 ‘선생님 말씀 듣고 1학년 여름방학 끝나면서 다 끊었죠.’였다. 이어지는 질문 역시 당연하게 ‘그래. 학원 끊기 전과 후의 차이는?’이었고 답은 ‘학원 끊은 다음에 점수 팍팍 올랐지요.’였다. ‘다른 친구들은 어때?’라는 질문에 ‘잘은 모르지만, 야간 자율학습 열심히 하였던 아이들은 모두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학원과 인터넷 강의에 의존했던 아이들은 몽땅 쓴맛을 본 것 같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고등학교 입학할 때는 감히 꿈꾸지 못하였던 포항공대를 선생님 때문에 가게 되었다면서 밝은 표정으로 인사한 후 돌아서는 학생을 보면서 20여 년 전의 제자를 떠올렸다.

초등학교 때 부모님 모두 돌아가셔서 초등학교 5학년 때 고아가 된 학생이 있었다. 기도원 원장님께서 돌보아주셨고 나와는 3학년 때 담임과 제자로 만났다. 중고등학교 때 한 시간의 사교육도 받지 않았음에도 서울대학교에 합격하였다. 장학금 받고 조교 하면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자기주도학습을 하였던 힘이 대학에 가서도 남보다 앞서도록 만들었고 하버드대학교 연구원으로 초청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같은 반에 또 다른 제자.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냈지만 꿋꿋하게 생활하였고 열심히 공부하여 대기업에 입사하였다. 중고등학교 때 단 한 시간도 사교육 받지 않았다. 사교육 받을 형편도 못 되었다. 사교육 없이 성공한 사례들이 많고 많은데, 어떻게 사교육 하느라 시간도 돈도 에너지도 낭비하는 제자들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사랑하는 제자들이 올바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나의 학생 분류 기준은 사교육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다. 성적표를 볼 때도 사교육을 한 학생성적이 상향 곡선인지 하향 곡선인지 확인하고, 사교육 없이 자율학습만 하는 학생 점수가 상향 곡선을 그리는지 하향 곡선을 그리는지를 중심으로 확인한다. 확인할 때마다 미소를 짓는 이유는 사교육을 하지 않는 학생 대부분은 상향 곡선을 그려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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