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들을 땐 뇌가 활동하지 않는다(1)

by 권승호

“선생님, 인터넷 강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두어 달 전부터 눈에 띄게 열심히 공부하는 병문이었다.

“인터넷 강의는 잘 활용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절제력이 부족한 보통 학생들에게는 시간을 빼앗는 도둑일 뿐이란다. 인터넷 강의의 질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터넷 강의를 듣게 되면 혼자 공부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이야기지. 선생님이 학생들의 공부 방법을 많이 관찰하면서 대화를 나누어보았는데, 인터넷 강의 많이 듣고서 시험 망친 학생들은 많이 보았지만 인터넷 강의를 많이 듣고서 미소 지었던 아이들은 거의 보지 못했어.”

“선생님, 수능이 EBS에서 나오잖아요. EBS 강의도 필요 없다는 말씀인가요?”

“그렇다. EBS 강의도 들을 필요 없다.”

“예에? 뭐라고요?”

병문이뿐 아니라 20명 넘는 학생들이 나를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이나 된 것처럼 바라보았다. 그동안 내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던 천욱이도 이 말만큼은 절대 동의해 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EBS 교재와 EBS 강의를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EBS 교재와 EBS 강의는 다르단다. EBS 교재로 공부하는 건 괜찮지만 EBS 강의를 듣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해.”

상당수 아이는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학교 다니지 않고 학원에도 다니지 않는다면 EBS 강의 듣는 것, 괜찮아. 배우는 것도 필요하고, 종일 책만 바라보는 것도 지루한 일일 테니까. 하지만 너희들은 학교에서 하루에 6시간 이상 배우잖아. 더 배우면 익힐 시간이 줄어드니까 안 된다는 거야. 하루 한 시간 정도라면 괜찮을 수 있지만.”

조용했다. 적막을 깨기 위해서인지 영찬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선생님! ‘배움’보다 ‘익힘’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지요?”

구원병이라도 만난 양 기쁨이 솟구쳤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마. EBS 강의 듣는 일은 절대 잘못 아니야. 선생님이 이야기하는 것은 EBS 강의 듣느라 자기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는 일이 잘못이라는 이야기야.”

“EBS 강의는 좋지만, EBS 강의를 듣게 되면 자기 공부할 시간이 없어지기 때문에 나쁘다는 말씀이시지요?”

“바로 그거야. 영천이가 선생님 뜻을 완전하게 이해하였구나.”

수긍하는 듯, 수긍하지 못하는 듯 아이들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

“옛날부터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고 이야기했던 것 아니?”

“선생님께서 언젠가 말씀해 주셨던 것 같아요.”

“그래.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 했고 뇌가 활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어. 인터넷 강의 듣는 것도 텔레비전을 보는 것과 같아. 인터넷 강의 들을 때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뇌가 활동하지 않지. 듣긴 듣는데 뇌에 저장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야. 수능이 EBS 교재와 연관되어 출제되니까 EBS 교재를 공부하는 것은 괜찮지만, EBS 강의까지 들을 필요는 없는 거라고 이해해 주면 고맙겠구나.”

“정말로 강의는 듣지 않고 교재만 공부해도 괜찮을까요?”

“수능 출제위원들은 EBS 교재는 참고하지만, EBS 강의는 참고하지 않아.”

“선생님, 그래도 EBS 강사 선생님들이 강의를 잘하시잖아요.”

“그래, 강의 잘하는 건 인정해. 대단한 능력을 지닌 선생님들이시지. 그렇지만 그것이 학생들의 실력 향상과 연결되지는 않아. 노래 잘하는 가수의 노래를 여러 번 듣는다고 노래 잘하게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지. 직접 노래를 많이 불러보아야 노래 잘할 수 있는 것처럼, 학생이 열심히 탐구해야 공부도 잘할 수 있는 거란다.”

“그래도 잘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배우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선생님도 학습법에 대해 알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었어.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더구나. 1반에서 4반까지는 잘 가르친다고 소문난 A선생님이 가르치고, 4반에서 8반까지는 못 가르친다고 소문난 B선생님이 가르쳤는데, 성적은 거의 비슷한 경우를 선생님은 많이 보았다. 학급 분위기에 따른 성적 차이는 조금 있지만 가르치는 선생님에 따른 성적 차이는 거의 없다는 것 너희들도 확인할 수 있을 거야.”

“저도 각 반의 시험 성적을 비교하여 본 적 있었는데…… 선생님 말씀처럼 가르치는 선생님에 따른 점수 차이는 거의 없었어요.”

“그래. 잘 가르치는 선생님에게서 배우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 어긋나는 실험 결과가 있어.”

“……”

“학습의 성패는 선생님보다 교수법이 좌우한다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의 연구 결과를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미국 대통령의 과학 고문인 칼 와이먼 교수가 사이언스지에 ‘누가 가르치느냐보다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중요하다’라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게재하였어. 실험은 캐나다의 한 대학에서 250여 명이 수강하는 비슷한 수준의 물리학 수업에서 이뤄졌다고 해. 250명을 두 반으로 나눈 와이먼 교수팀은 1주일 동안, 한 반은 저명하고도 노련한 교수가 전통적인 강의 방식으로 물리학을 가르치게 했고, 다른 반은 경험이 없는 대학원생들이 상호소통을 하는 인터렉티브(interactive, 쌍방향) 방식으로 가르치도록 했다는 거야.

그 결과, 인터렉티브 방식으로 물리학을 배운 반이 유명한 교수에게 강의를 들은 반보다 2배나 좋은 성적을 냈대. 인터렉티브 방식으로 물리학을 배운 반은 평균 74점을 기록했지만, 교수에게 강의를 들었던 반은 평균 41점을 받았다는 거야. 특히 강의를 들었던 반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의 점수는 인터렉티브 반에서는 평균 이하에 해당하였대. 출석률과 집중도에서도 인터렉티브 반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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