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렉티브 교수법은 강사의 설명을 최소화한 교수법이란다. 주로 짧은 소집단 토론과 간단한 시험,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지지. 칼 와이먼 교수는 이를 통해 ‘학습에 있어서 누가 가르치느냐보다 학생들의 생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아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어.”
“선생님, 정말로 이해가 안 돼요. 사람들은 실력 있는 선생님에게 배워야 잘하게 된다고 생각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형석이었다. 평소에 진지한 표정을 지은 바 없었던 형석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반문하였다.
“그래, 선생님도 서른여덟 살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어. 선생님도 서른여덟 살 때까지 실력 있는 선생에게 배워야 실력이 향상되리라고 생각했었지. 그러니까 너희들이 지금 선생님의 이야기를 믿지 못하는 것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지금 이해되지 않더라도 선생님의 주장, 따라주면 안 될까? 나중에 선생님께 고맙다고 할 것 같은데.”
“……”
“조금 전에 잘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배운 학생들과 못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배운 학생들의 성적 차이가 없다고 했지? 오히려 못 가르친다고 소문난 선생님에게 배운 반 학생들의 성적이 더 좋은 경우도 많아. 선생님만 믿고 공부 안 하는 학생이 선생님을 믿지 못해 열심히 공부한 학생을 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지. 잘 가르치고 못 가르치고가 학생의 실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해 주면 좋겠어.”
“선생님, 그럼,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은 어떻게 좋은 성적을 내는 거죠?”
민서였다. 목소리 톤이 높았다. 질문이 아니라 반항이라는 생각에 화가 났으나 아이들과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무조건 선생이 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곧바로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다.
“상산고가 자사고로 되기 이전에는 우리 학교와 상산고의 대학입시 결과가 비슷했다. 실력이 거의 같았다는 이야기야. 상산고가 대학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시작한 것은 자사고가 된 이후부터인데, 왜 그랬을까? 전북에서 뿐 아니라 전국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야.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모였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낸 것이지 선생님이 잘 가르쳐서가 아닌 거야. 자사고 되기 이전의 상산고 선생님들과 자사고 된 이후의 상산고 선생님들은 같은 선생님이었거든.”
“……”
“자! 생각해 보자. 잘 가르치는 선생님을 만나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선생님의 강의를 잘 듣기만 하면 잘 알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하겠지? 그러면 그 선생님의 강의를 듣긴 듣지만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보지도 않고 암기하려 노력하지도 않겠지? 그러면 어떻게 될까?”
“그런데 선생님! 배우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게 될까요? 잘 배워야 쉽고 빠르게 알게 되는 것 아닌가요?”
“선생님에게 배우는 것도 좋지만 책으로 배우는 것이 더 좋단다. 책이 가장 훌륭한 스승이거든. 선생님이나 실력자에게 직접 배워야만 실력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잘못된 생각이야. 선생님에게 배우는 것보다 책으로 공부해야 실력을 더 많이 더 쉽게 쌓을 수 있지.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지식도 알고 보면 선생님이 책을 보면서 탐구하고 연구하고 궁리하여 쌓은 것이거든.”
“……”
“잘 가르치는 것으로 유명한 교수에게 배운 그룹보다 인터렉티브 교수법으로 공부한 그룹이 더 좋은 성적을 낸 이유를 생각해 보자. 인터렉티브 교수법은 강사의 설명을 최소화하고 주로 짧은 소집단 토론과 간단한 시험, 그리고 질의응답으로 이뤄졌다고 했고 그 교수법이 거의 두 배 가까운 좋은 결과를 냈다고 했지? 이유는 간단해.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면 고개는 끄덕일 수 있지만 머릿속에 지식이 쌓이지는 않거든. 그런데 자신이 능동적으로 생각하게 되면 흥미를 느끼게 되고 몰입하게 되어 쉽게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거야.”
수업 시작한 지 20분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어김없이 상당수 학생이 비몽사몽이다. 졸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워하다가 칠판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인간의 ㄴㄴ ㅁㅇㅇㄱㄹ ㅇㄱ ㅆㄱ ㅇㅅㅎ ㄸ ㄱㅈ ㅎㅂㅎㄱ ㅎㄷㅎㄷ.
그리고 상금 1,000원을 걸었다. 상금 때문인지, 퀴즈라는 형식 때문인지 모든 아이가 칠판을 주시하며 골똘하게 생각에 잠겼다. 1분여의 시간이 지났을까,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인간의 뇌는 무엇인가를 읽고 쓰고 ‘땡땡’할 때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
모두 감탄사를 토해낼 내는 동안 나는 ‘땡땡’을 제외한 다른 글자를 완성했다. ‘ㅇ’과 ‘ㅅ’ 두 초성만을 남겨놓은 칠판을 쳐다보면서 ‘연습할 때’, ‘인식할 때’, ‘예습할 때’ 등의 말이 나오더니 한동안 잠잠해졌다. 조용히 칠판에 다가가서 ‘암송’이라고 썼다. 그리고 함께 읽어보자고 했다. “인간의 뇌는 무엇인가를 읽고 쓰고 암송할 때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가 나지막하지만 크게 교실을 꽉 채웠다.
“선생님이 칠판에 쓴 이 말은 인문 고전 읽기를 권하는 이지성 씨의 『리딩으로 리드하라』라는 책에 나온 내용인데, 무슨 의미인 줄은 알겠지?”
“……”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뇌를 활발하게 활동시켜야 하고 뇌를 활발하게 활동시키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쓰고 암송해야 한다는 이야기인 거야. 공감할 수 있겠니?”
“물론이지요. 제가 공부 못하는 이유가 바로 뇌가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뭘.”
“그래,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뇌가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뇌가 활발하게 활동하기 위해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읽고 쓰고 암송하는 일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