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읽는 것, 쓰는 것, 그리고 암송하는 것이 중요해. 활발한 뇌 활동을 위해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읽고 쓰고 암송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거야.”
“선생님, 읽고 쓰고 암송하는 것 자체가 공부 아닌가요?”
“그렇지. 읽고 쓰고 암송하는 것 자체가 공부지.”
“선생님, 그런데 아이큐는 태어날 때 정해지는 것 아닌가요?”
“그렇지 않아. 아이큐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단다. 구슬을 닦으면 빛이 나는 것과 같은 이치지. 칼을 갈면 날카로워지는 것처럼 두뇌도 계속 사용하게 되면 더 좋아지게 되는 것이고 사용하지 않으면 무뎌지는 것이란다.”
“선생님.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는 말과 통하는 말인가요?”
“응, 그래, 바로 그거야.”
“거짓말도 해본 놈이 잘하게 된다는 말과도 의미가 통하겠네요.”
“그래, 그런데 놈이라는 표현이 좀 거슬린다, 그지……?”
“네, 고치겠습니다. 사람으로.”
“좋아. 언젠가 텔레비전에 출연한 연극배우가 이렇게 말하더구나. 암기력도 암기할수록 향상되는 것이라고. 처음 연극 대본 암기할 때 한 달 걸렸는데, 두 번째는 3주 걸렸고, 세 번째는 2주가 걸렸다고.”
“……”
“천기 앞으로.”
뜬금없는 호명에 천기도, 다른 아이들도 모두 어리둥절하였다.
“선생님이 천기를 부른 이유를 아는 사람에게 상금 만 원을 준다.”
“에이, 어떻게 알아요, 사람의 마음을. 그리고 우리가 선생님 마음을 알아냈다고 해도 선생님이 아니라고 해버리면…….”
“첫 번째의 지적은 인정하겠지만, 두 번째의 지적은 선생님 인격을 모독하는 말 같은데…… 선생님이 그까짓 만 원에 양심 팔 사람이라고 생각되니? 신뢰받지 못한 나에게 잘못이 있는 거니? 아니면 신뢰하지 못하는 너희들에게 잘못이 있는 거니?”
“선생님, 그건 아니에요. 다만…….”
“좋아. 선생님이 생각해도 너무 어려운 문제구나. 선생님이 천기를 부른 이유는 어제 교회에 갔다 왔기 때문이다.”
“????????”
“천기야! 너 어제 교회 갔다 왔지?”
“네, 갔다 왔습니다.”
“어제 목사님 설교를 약 30분 정도 들었나?”
“예, 약 30분 정도 들은 것 같습니다.”
“졸았나? 열심히 들었나?”
“졸지 않고 열심히 들었습니다.”
“어제 들은 목사님 말씀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겠니?”
“예?”
“괜찮아. 말해봐.”
“기억이 안 납니다.”
“1분도 이야기할 수 없니?”
“……네,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생각이 안 납니다.”
“너희들 똑똑히 들었지? 이것이 현실이고 진실이다. 누구라도 한 번 들은 것만으로 자신의 지식을 만들 수 없다. 반복하고 반복해야만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 수 있다.”
천기를 자리로 들여보낸 뒤 말을 이어갔다.
“자, 다시 하나의 문제를 내겠다. 이 문제 역시 1,000원이다. 조금 전에 ‘인간의 뇌는 무엇인가를 읽고 쓰고 암송할 때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라고 했는데, ‘인간의 뇌는’과 ‘무엇인가를’ 사이에 ‘○○ 때가 아니라’를 넣는다고 하면, ○○에 해당하는 말이 무엇일까?”
어렵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하면서도 굳이 상금을 건 이유는 상금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기쁨을 주고 자신감도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인환이가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번쩍 들었다.
“그래, 말해봐라.”
“‘들을 때가 아니라’요.”
누군가는 진환이를 쳐다보고, 누군가는 칠판을 쳐다보았지만 대부분 아이는 나를 주시하면서 정답인지 아닌지를 빨리 확인하고 싶어 했다.
“맞았다. ‘들을 때가 아니라’ 정답 맞다. 인환이 앞으로, 자! 여기 1,000원.”
고개 끄덕이는 아이들 반절, 무표정의 아이들 반절이었다.
“매우 중요한 이야기다. 생각해 봐라. 천기가 머리가 좋지 않아서 어제 들었던 목사님 말씀 기억 못 하는 것일까? 아니야. 100명 중 99명은 기억하지 못해. 한 번 들은 내용을 자신의 지식으로 만드는 일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지. ‘듣는 일’을 공부라고 착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야. 들을 때에는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한 번 들어서는 절대 기억할 수 없거든. 반복해서 읽고 쓰고 암송했을 때라야 기억할 수 있지. 학원 다니는 일, 과외받는 일, 인터넷 강의 듣는 일이 공부에 도움 되지 못하는 이유란다. 강의 들어서 알려하지 말고 책을 스승 삼아서 혼자서 생각하고 읽고 쓰고 암송하는 노력을 하면 좋겠다.”
진지하게 듣는 모습을 보면서 미소를 지으려는데 순삼이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
“그러면 선생님! 학교에서 선생님의 강의 듣는 것은 지식 쌓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까?”
당황스러웠지만 언젠가도 이런 질문을 받고 대답해 주었던 기억을 끄집어냈다.
“선생님의 강의 듣는 일이 의미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강의만 들어서는 지식을 쌓을 수 없다는 이야기야. 반드시 익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지. 선생님 강의 듣는 일은 공부의 기본이니까 듣는 게 좋지.”
“그렇군요, 선생님! 잘 알았습니다. 공부 잘하려면 듣는 것에 힘쓰기보다 스스로 읽고 쓰고 암송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축구 잘하는 현규였다. 진짜 잘 알았기 때문인지 수업을 빨리 마무리하라는 무언의 압력인지 헷갈리고 있을 때 수업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