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혹시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의 차이에 대해서 알고 있니?”
뜬금없는 질문에 신문 읽기를 즐기는 해준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네, 들은 것 같아요.”
“그래, 어디 한번 말해볼까?”
“예, 공부 잘하는 아이는 시험 후에 잊어버리고, 공부 못하는 아이는 시험 전에 잊어버린다. 맞죠?”
아이들 모두 고개 끄덕이며 미소 지었고 나 역시 작은 미소를 지으며
“그래, 맞다. 그런데 웃고 지나가기에는 뭔가 찝찝함이 남지 않니?”
“그래요. 학생들도 잘못이고 선생님도 잘못인 것 같아요.”
“맞다. 선생님도 찝찝하고 가슴 답답하다. 우리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말이라 생각되는데, 진짜로 공부 잘하는 학생이나 못하는 학생이나 시험 후에 아는 것이 없다면 이것은 정말 큰 문제잖아. 헛공부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고 시험만을 위해 공부한다는 이야기이니까.”
“대학입시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한민국 현실이 안타까워요. 그래도 대학입시를 무시할 수는 없어요. 제 미래와 관계되니까요.”
“대학입시가 중요한 것 인정한다. 하지만 대충대충 공부해서 빨리빨리 잊어버리는 공부는 대학입시에도 도움 되지 않는단다. 그러니까 완벽하게 알려하지 않고 대충 암기하여 시험만 잘 보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거지. 음식을 씹지 않고 먹는 것과 같다고 보면 돼. 씹지 않고 먹게 되면 소화되지 않을 것이고 소화되지 않으면 탈이 나서 건강에 도움 되지 않는 것 분명하잖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이해하지 않은 채 암기하는 일은 없으면 좋겠어.
아무리 바쁠지라도 바늘귀에 실 꿰어 바느질해야 하는 것처럼, 아무리 공부할 내용이 많다고 할지라도 반드시 철저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해. 열 개를 대충 아는 것보다 하나라도 확실하게 알아야 시험도 잘 치를 수 있으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이 많음을 확인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이해 없이 암기한 지식은 쉽게 도망치지만 이해한 후에 암기한 지식은 오래오래 자신의 지식으로 남는단다. 그리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도 쉽게 쌓을 수 있지.”
고민이 밀려왔다. 잠시 멈췄다. 진도는 어떻게 하지? 알아듣기는 할까? 실천해 줄까? 실천하지 않으면 시간 낭비일 뿐인데. 우물쭈물하다가 부리나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이해를 잘하기 위해서는 국어사전이 필요하단다. 국어사전을 잘 활용하여 정확하게 이해해야만 올바르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고 실력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은 국어 공부는 물론 다른 과목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해. 그런데 국어사전만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아. 우리말의 대부분, 특히 공부에 쓰이는 어휘 대부분이 한자이기 때문이지. 그러하기에 국어사전으로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귀찮을지라도 한자 사전까지 찾아보는 게 좋아. 한자 사전 찾는 일이 번거롭고 시간 많이 걸리는 일인 것은 맞지만, 한자 사전까지 찾아서 어휘나 용어의 뜻을 확실하게 알아야만 공부를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어. 한자 실력을 쌓아두면 또 다른 단어의 의미도 유추할 수 있게 되지.”
“선생님, 효율성이 중요한데 사전 찾기는 시간 낭비 아닌가요?”
“시간 낭비일 거 같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 만 원짜리 튼튼하지 못한 물건 열 개를 사는 것보다 3만 원짜리 튼튼한 하나를 사는 게 나은 것, 인정하지? 공부도 마찬가지야. 어렴풋하게 열 개 아는 것보다 확실하게 다섯 개 아는 게 나아. 열 개를 배워 하나도 모르는 것보다 두 개를 정확하게 익혀서 두 개를 아는 것이 더 이익인 것과 같은 이치야. 또 사전 찾는 시간 내내 그 단어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 그 단어를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게 되기도 하지. 사전 찾기는 시간 낭비가 아닌 게 분명해.”
“……”
“칠판이 왜 칠판일까?”
“……”
“‘옻칠할 칠(漆)’ ‘널빤지 판(板)’으로 옻칠한 널빤지이기에 칠판이야. 판은 판인데, 널빤지는 널빤지인데 니스나 페인트를 칠해서 만든 판이기에 칠판이라 이름 붙인 거야.”
“그렇군요, 선생님. 그런데 널빤지가 무엇이에요?”
“널빤지는 넓은 면을 가진 나뭇조각이야. 판자라고도 하지. 칠판을 흑판이라고도 하였는데 ‘검을 흑(黑)’이야. 검은색으로 칠한 널빤지였기 때문에 흑판이라 한 거란다. 지금의 칠판은 대부분 녹색이지만, 옛날에는 검은색이었거든.”
아이들의 얼굴이 조금 밝아지고 재미있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선풍기(扇風機)는 왜 선풍기라 이름 붙였을까?”
“……”
“‘부채 선(扇)’ ‘바람 풍(風)’ ‘기계 기(機)’로 부채가 만드는 바람처럼 바람을 만들어내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선생님! 우리 고장 특산품에 합죽선이 있잖아요? 합죽선의 ‘선’도 ‘부채 선’이겠네요?”
“그래. 잘 생각했구나. 합죽선의 ‘선’도 ‘부채 선’이다. ‘합’은 ‘합할 합(合)’이고 ‘죽’은 ‘대나무 죽(竹)’이자. 그러니까 합죽선은 대나무 살을 합해서 만든 부채라고 이해하면 좋을 듯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