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확실한 하나 대충 열 안 부럽다(2)

by 권승호

“아하! 그렇군요. 그러면 분필은 왜 분필이라 하는 거지요?”

“좋았어. 이제 질문할 줄 알게 되었구나. ‘가루 분(粉)’ ‘붓 필(筆)’이야. 가루로 된 글씨 쓰는 도구이기 때문이지.”

“그런데 분필은 붓이 아니잖아요?”

“‘붓’이 ‘붓글씨 쓰는 도구’로만 사용되지 않고 ‘글씨 쓰는 도구’라는 넓은 뜻으로도 사용된단다. 분필, 연필에서는 ‘글씨 쓰는 도구’라는 뜻이지. 옛날에는 만년필도 많이 썼는데 오래 쓰는 펜이었어. 만 년(萬年) 동안 쓰는 펜이라는 의미였지.”

“만 년을 쓴다고요?”

“과장된 표현이야. 진짜 만 년이 아니라 오래오래라는 뜻이지.”

“그렇군요. 잘 알았습니다. 재미있네요?”

“그래. 재미있다고 했잖아. 책은 책인데 비어있는 책이기에 ‘빌 공(空)’의 공책(空冊)이고, 책을 놓는 탁자이기에 ‘탁자 상(床)’의 책상(冊床)이며, 몸을 의지할 수 있도록 만든 물건이기에 ‘의지할 의(倚)’의 의자(倚子)란다. ‘자(子)’는 아들이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물건을 나타내는 접미사로도 많이 쓰인단다.”

“선생님, 교단, 교탁도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가르칠 교(敎)’인 것은 알 것이고, ‘단’의 의미가 궁금할 터인데, ‘단’은 ‘단 단(壇)’이다. 흙을 높이 올려 쌓은 공간을 가리키지. 가르치기 위해 높이 올려 쌓은 곳이기에 교단(敎壇)이라 하는 거란다. 제사 지내기 위해 쌓은 높은 곳을 제단(祭壇)이라 하고. 교탁의 ‘탁’은 ‘탁자 탁(卓)’이니까 교탁은 가르치는 데 사용하기 위해 만든 탁자라는 의미란다. 음식을 먹기 위해 만든 탁자라서 식탁(食卓)이고, 탁자 위에서 하는 공놀이라서 탁구(卓球)인 거야.”

아무도 졸고 있지 않았다.

“선생님, ‘교편을 잡았다’라고 하잖아요? 이때의 ‘편’은 무슨 뜻이지요?”

선우였다. 쓸데없는 말은 많이 하지만 질문은 거의 하지 않던 선우가 질문을 한 것이 의아했다. 그동안 질문하지 않은 건 무엇을 질문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질문이다. 이렇게 선우처럼 질문해야 한다. 의문을 품는 것이 앎의 출발점이기 때문이지. 자! 질문했으니까 상금을 주겠다.”

선우를 앞으로 나오라고 하여 1,000원을 주었다. 질문이 중요성, 의문 품는 일의 중요성을 깨우쳐주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선우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부러움인지, 시기인지, 질투인지 모를 작은 함성을 질렀다.

“‘채찍 편(鞭)’이다. 가르치기 위한 채찍이라는 의미지.”

“아하! 그렇군요. 선생님, 그러면 복도는 어떤 뜻이에요?”

늘 진지한 태도로 수업에 임하는 철영이였다. 아이들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를 주시하였다. 철영이에게도 상금을 주는가, 주지 않은가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일은 어려운 일 아니었다.

“철영이에게는 상금이 없다.”

“왜지요? 선생님.”

“준다고 하지 않았으니까. 선우를 모방했으니까, 돈이 아까우니까, 그리고 선생님 마음이니까?”

교실에 한바탕 웃음소리가 진동했다. 곧바로 가르쳐주려다가 좀 더 생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철영이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라고 물었더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

“잘 모르겠는데요.”

“물론 모르겠지. 하지만 모르더라도 고민은 해보는 게 좋아.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을 수 있지만 답이 나오지 않더라도 고민한 만큼 이익이 되니까.”

“고민했는데 답을 내지 못하면 시간 낭비 아닌가요?”

“시간 낭비 같지만 시간 낭비 아니야. 고민을 통해 뭔가는 앎의 기초를 닦았기 때문이고, 고민한 내용은 오래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겹칠 복(複)’이고 ‘길 도(道)’란다. 겹쳐서 사용할 수 있는 길, 특정한 사람 아니라 누구라도 갈 수 있는 길,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는 길이라고 해석하면 좋을 것 같구나.”

“아하, 그렇군요. 저도 이제부터는 의문 품는 연습,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처음에는 습관이 되지 않아서 어려울 수 있지만 탐구하고 의문 품는 습관을 붙이기만 하면 정말로 놀랄만한 발전이 있을 거야. 지식을 쌓아가는 일이 즐거운 일이라는 사실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성적도 기대 이상으로 올라갈 거야.”

“선생님, 스포츠 용어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체육부장이면서 농구를 잘하는 철웅이였다.

“축구는 ‘찰 축(蹴)’ ‘공 구(球)’로 공을 찬다는 의미이고, 농구는 ‘바구니 농(籠)’으로 바구니에 공을 넣는 경기이고, 탁구는 ‘탁자 탁(卓)’으로 탁자 위에서 하는 공놀이고…….”

“아, 선생님! 그래서 축구는 foot에 ball이 더해진 footballl이고, 농구는 basket에 ball이 더해진 basketball이군요.”

늘 쾌활하고 말하기 좋아하는 양재였다.

“그래, 역시 양재는 이해가 빠르다니까. 양재처럼 단어를 분석해 보려는 태도는 매우 훌륭하다. 국어 단어도, 한자 단어도, 영어 단어도 분석하다 보면 이해도 빠르고 암기도 쉬우니까. 앞으로도 분석해 보려는 노력을 계속해주면 좋겠다. 조금 전에 탁구(卓球)는 ‘탁자 탁(卓)’이라고 하였다. 영어로는 무엇이지?”

“테이블 테니스(Table Tennis)요. 테이블 위에서 하는 테니스, 진짜로 재미있네요. 묶어진 단어를 분해하니까 재미있는데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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