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확실한 하나 대충 열 안 부럽다(3)

by 권승호

“그렇다니까. 정구는 ‘뜰 정(庭)’이고, 야구는 ‘들 야(野)’야. 뜰(마당)에서 하는 공놀이이기에 정구(庭球)고, 들판에서 하는 공놀이이기에 야구(野球)인 거지.”

“선생님, 그러면 배구의 ‘배’는 무슨 의미예요?”

“‘밀칠 배(排)’란다. 공을 상대편의 코트로 밀친다는 의미지. 배타적(排他的), 배출(排出), 배설(排泄), 배란(排卵) 등에도 ‘밀칠 배(排)’를 쓰지.”

알 듯 모를 듯한 표정도 있었지만 진지하고 흥미 있어하는 표정이 더 많았다.

“선생님, 영어로는 volleyball이잖아요. 그러면 volley에 ball이 더해졌다는 말인데, volley가 밀친다는 의미인가요?”

“한자어와 영어의 의미가 일치되지 않는 단어도 가끔 있어. 영어사전 있는 사람 volley의 뜻 한번 찾아볼래?”

잠시 후 태호가 입을 열었다.

“‘일제 사격, 공이 땅에 닿기 전에 되받아치거나 차기’라고 나와 있는데요.”

“그래, 스포츠에서의 volley는 일제 사격은 아닐 테니까 공이 땅에 닿기 전에 되받아치거나 찬다는 의미일 거야. 상대편에서 넘어온 공을 땅에 닿기 전에 넘기는 경기이니까 volleyball이라 이름 붙인 것 같구나.”

“아하, 그렇군요. 아주 재미있네요.”

“축구에서도 발리슛 있잖아요. 날아오는 공이 땅에 닿기 전에 하는 슛을 말하잖아요.”

엄청난 사실을 발견한 양 정수가 소리 질렀다.

“육상이나 수영에서의 계주 경기가 있는데 무슨 뜻이지요? 그리고 배영, 접영도 설명해 주세요.”

철웅이의 계속된 질문이었다.

“계주는 ‘이을 계(繼)’ ‘달릴 주(走)’로 이어 달린다는 뜻이야. 배영은 ‘등 배(背)’로 등을 수면에 대고 헤엄치는 것이지. 그리고 접영은 ‘나비 접(蝶)’이란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헤엄친다는 의미지.”

“선생님의 해설이 마술과 같은 느낌이 들 만큼 재미있네요. 저는 과학 과목이 무척 어려운데, 과학 용어도 한자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이제 막 공부에 재미를 붙인 이수였다.

“물론이지. 과학도, 사회도, 심지어 영어나 수학에 쓰이는 용어도 모두 한자를 활용해서 공부하면 쉽고도 재미있지.”

“선생님, 과학, 사회, 영어, 수학 용어 중 중요한 단어 몇 개만 알려주세요.”

“음, 개구리를 양서류라고 하는 건 알지?”

“예, 알아요. 그런데 왜 양서류라 하는지는 몰라요.”

“‘둘 양(兩)’ ‘살 서(棲)’란다. 두 군데서 산다는 뜻이지. 땅에서도 물에서도 생활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야.”

“아하! 그렇군요. 맞아요. 개구리는 땅에서도 살고 물에서도 사는 것 맞아요.”

“동맥, 정맥, 모세혈관은 알고 있니?”

“……”

“아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것 같기도 하지?”

“예, 아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것 같기도 해요. 안다고도 할 수 없고 모른다고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심장에서 나가는 혈액이 흐르는 핏줄은 동맥이고,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액이 흐르는 핏줄은 정맥이며, 이 동맥과 정맥을 이어주는 핏줄이 모세혈관이야. 이해가 안 되고 헷갈리지? 한자로 알게 되면 이해가 쉽고, 이해되면 암기도 쉬울 거야. ‘움직일 동(動)’의 동맥이고 ‘고요한 정(靜)’의 정맥이란다. ‘맥(脈)’은 ‘줄기’라는 의미지.

“……”

“심장은 언제나 힘차게 움직이지. 이렇게 힘차게 움직이는 심장에서 나오는 피가 힘차게 흐르기 위해서는 혈관 벽이 두껍고 탄력이 커야 하겠지? ‘움직일 동(動)’을 써서 동맥이라 하는 이유는 힘차게 움직이는 피가 흐르는 줄기이기 때문이야. 이와 달리 심장으로 피가 들어갈 때는 조용하게 천천히 들어가도 되니까 혈관 벽이 얇고 탄력이 약해도 괜찮겠지? ‘고요할 정(靜)’을 써서 정맥이라 하는 이유란다. 정맥은 고요하게 움직이는 피가 흐르는 줄기라고 이해하면 좋을 듯하구나.”

“그렇군요. 모세혈관도 설명해 주세요.”

“‘털 모(毛)’ ‘가늘 세(細)’ ‘피 혈(血)’ ‘대롱 관(管)’이란다.”

“털처럼 가느다란 피가 흐르는 대롱이라고요?”

“피가 털처럼 가늘다는 건 조금 이상하지? 털처럼 가느다란 혈관이라고 이해하는 게 좋을 것 같구나.”

“혈관은 피를 보내는 관이지요?”

“그래. 피를 몸 안의 이곳저곳으로 보내는 대롱이지. 모세혈관은 털처럼 가느다란 혈관이기에 혈액이 흐르는 속도가 느리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선생님, 이해도 되었고 헷갈리지 않아요. 앞으로는 한자를 활용하여 공부해야겠어요.”

“고맙다. 한자로 설명하니까 쉽고 재미있지? 어쨌든 선생님이 일일이 다 가르쳐줄 수 없으니까 너희들이 국어사전 찾고 또 한자 사전까지 찾아서 정확하게 알아내려무나.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선생님!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옥편이라 하시던데 한자 사전과 옥편은 어떻게 달라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윤호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조심스럽게 질문해 왔다.

“정말 좋은 질문이다. 선생님은 대학 졸업 후에 품은 의문을 윤호는 고등학교 때 하다니 대단하구나. 한자 사전이 옥편이고 옥편이 한자 사전이야. 옥편은 ‘구슬 옥(玉)’ ‘책 편(篇)’으로 구슬처럼 가치 있고 소중한 책이라는 뜻이야. 책 중의 책, 아주 좋은 책이라는 뜻이지.”

“아하! 그렇군요. 한자 사전은 아주 소중한 책이군요. 고맙습니다. 국사나 사회 과목도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음, 무엇을 말해줄까? 임진왜란, 정유재란, 병자호란의 의미는 알고 있니?”

“……”

“임진왜란은 ‘일본 왜(倭)’ ‘난리 란(亂)’이니까 임진년(1592)에 일어난 일본에 의한 난리라는 뜻이야. ‘다시 재(再)’를 쓴 정유재란은 정유년(1597)에 다시 일어난 난리라는 뜻이지. ‘오랑캐 호(胡)’를 쓴 병자호란은 병자년(1636)에 일어난 오랑캐에 의한 난리라는 뜻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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