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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승호 Mar 13. 2024

스마트폰은 스스로 자제 못해요

 밤에 충분히 잠자지 않으면 낮에 졸거나 잘 수밖에 없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인데도 아이들은 밤에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아이들의 수면을 방해하는 주범은 무엇일까요? 바로 스마트폰과 

사교육입니다.

 스마트폰이 아이들을 올빼미로 만들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영리한’ ‘현명한’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기능으로 편리함과 재미를 주는 놀라운 물건이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영리함을 파괴하는’ ‘현명함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물건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등교 후 교실에 앉은 아이들 대부분은 선생님이 들어오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립니다. 수업이 끝나고 수거했던 스마트폰을 돌려주면 곧바로 스마트폰에 빠져듭니다. 책 볼 시간, 대화할 시간, 생각할 시간, 운동할 시간을 스마트폰에 빼앗기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만화와 영화는 물론 드라마 ·연예 프로그램·스포츠 중계도 봅니다. 대화조차 스마트폰 문

자로 나눕니다.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생활 중심에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아이들은 스마트폰보다 더 좋은 친구가 없고 스마트폰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며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버스에 앉아서도 스마트폰 속으로 빠져듭니다. 봄이 왔는지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아나는지 꽃이 피는지도 모릅니다. 엄마의 미소도 아빠의 피곤함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몰입 그 자체입니다. 몰입을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스마트폰에 몰입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걱정과 근심이 앞섭니다.

 이처럼 스마트폰이 아이들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 편리함과 이익만 따질 뿐 해로운 점은 깊이 고려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은 누군가 통제하지 않으면 종일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립니다. 다른 일에는 자율을 주더라도 스마트폰 이용만큼은 간섭과 통제와 설득이 필요합니다. 아이들 스스로 자제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 스스로 자제하지 못한다면 부모가 절제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견물생심見物生心입니다. 스마트폰이 옆에 있는 한, 만지지 않고 들여다보지 않을 재간이 없습니다. 부모님들이 단호하게 스마트폰을 해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스마트폰 못지않게 수면을 방해하는 또 다른 주범은 사교육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밤 11시, 늦으면 12시까지 학원에 머무릅니다. 학원에 ‘머무르는 것’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학원에 오래 머물렀다고, 강의를 들었다고,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고 공부를 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아이들

은 밤늦게 집에 와서 그때까지 학원에서 공부했으니 배 고프다며 간식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며 게임을 하거나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잠이 달아나 늦은 시간까지 뒹굽니다. 숙제라도 있다면 금세 2시, 3시를 훌쩍 넘깁니다. 그 시간에 잠자리에 드니 낮에 졸릴 수밖에요.

 아이들이 지쳐 있습니다. 대낮에 교실에서 아이들은 조는 것이 아니라 숫제 잠을 자고 있습니다. 수면 부족은 공부를 방해할뿐 아니라 건강까지 위협합니다. 수면 부족이 아이들의 뇌 발달과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많은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기억과 관련 있는 뇌 부위인 전두엽은 물론, (특히 어린이의 경우) 

계획된 움직임과 공간 추론, 집중력 등과 관계된 뇌의 후두엽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스마트폰과 사교육이 잠을 방해하고 있는 현실은 ‘얻음’만 보고 ‘잃음’은 생각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지금 계산해 보십시오.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지를. 

 수업 시간이나 쉬는 시간의 교실 풍경을 한 번만이라도 본다면 자녀가 밤에 잠 안 자고 공부하는 모습에 뿌듯해할 부모님은 없을 것입니다. 잠을 잘 자야만 공부도 잘할 수 있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방법이 아닙니다. 잠을 줄여 가며 하는 공부는 아이에게 독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

다. 밤에 잠을 자는 것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필요하고도 중요한 일입니다. 시속 10킬로미터로 15시간 달리면 150킬로미터를 갈 수 있지만 시속 70킬로미터로는 10시간만 달려도 700킬로미터를 갈 수 있습니다. 쉼 없이 기어가는 것보다, 중간에 쉬고 놀다가 비축된 힘으로 뛰어가면 더 오래 더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쉼 없이 뛰어가면 된다고요? 인간은 쉼 없이 뛸 수 있는 존재

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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