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어휘력

건물 매매

by 권승호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듣고 웃은 적이 있었는데

중학생들의 꿈이 건물주라는 말을 듣고는 많이 서글펐어.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아파트를 비롯하여

학교, 체육관, 빌딩, 상가, 탑, 교회, 절 등을 건물이라 하는데

‘건물’은 무슨 의미일까?

건축물의 준말이야. 그리고

건축물은 ‘세울 건(建)’ ‘쌓을 축(築)’ ‘물건 물(物)’로

사람이 세우고 쌓아서 만든 물건이라는 의미지.

왜 세우고 쌓았느냐고?

그 안에서 생활하고, 쉬고, 일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물건을 보관해 두기 위해서이기도 해.

아무튼 기둥을 세우고 벽을 쌓고 지붕을 얹어서 지어놓은 집을

건축물(建築物), 건물(建物)이라 하는 거야.

기둥과 지붕과 벽은 건물의 기본이 되겠지?

‘매매’에서 앞의 ‘매’는 ‘팔 매(賣)’고 뒤의 ‘매’는 ‘살 매(買)’야.

‘買’는 물건을 산다는 의미의 ‘매’이고

‘선비 사(士)’가 더해진 ‘賣’는 물건을 판다는 의미의 ‘매’지.

‘매매’처럼 음은 같은데 뜻은 반대인 단어가 또 있는데 뭘까?

‘부부’야. ‘남편 부(夫)’에 ‘아내 부(婦)’로

남편과 아내를 부부라고 하잖아.

지금은 ‘살 매(買)’에 ‘선비 사(士)’가 더해져 ‘팔 매(賣)’이지만

옛날에는 ‘살 매(買)’에 ‘날 출(出)’이 더해졌었다고 해.

파는 일은 나가게 하는 일이니까

‘出’을 덧붙였다가 ‘士’를 덧붙였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

미리 파는 일은 ‘미리 예(豫)’의 예매고,

거래가 금지된 물건을 몰래 파는 일은 ‘조용할 밀(密)’의 밀매야.

하나씩은 팔지 않고 여러 개만 파는 일은 ‘모두 도(都)’의 도매고,

소비자에게 작게 나누어 파는 일은 ‘작을 소(小)’의 소매야.


할인매장이라고 할 때의 ‘매’도 ‘팔 매(賣)’냐고?

물론이지. ‘팔 매(賣)’ ‘장소 장(場)’으로

파는 장소라는 의미란다.

할인이 ‘나눌 할(割)’ ‘끌 인(引)’으로

나누어진 일정 금액을 끌어내린다는 의미이니까

할인매장은 물건 값을 내려서 판매하는 장소라는 의미지.

20% 할인이라면 80%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거야.

물건 값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물건을 몽땅 사들인 후

비싼 값에 조금씩만 파는 일을 매점매석이라 하는데

‘살 매(買)’ ‘차지할 점(占)’ ‘팔 매(賣)’ ‘아낄 석(惜)’으로

차지해서 사놓고 아껴서 파는 일이라는 뜻이란다.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이 적으면 값은 올라가겠지?

값을 올려서 받으려고 아껴서 파는 것이란다.

<아빠! 이 말이 무슨 뜻이에요?>에서 발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자동이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