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가 갈라지는 기적을 본 적 있는가?
출발 전에 장기기증자분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우울증을 앓던 20대의 꽃 같던 그녀는 수많은 자해 시도를 했었고, 이에 불안감을 느낀 남자친구분이 함께 상주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산책을 나간다던 그녀는 아파트 정자에 목을 매달고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어 장기기증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현대인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고 이 글을 적고 있는 나 또한 개인적인 일로 충격을 받아, 2년 전 일로 아직 심리상담센터에 다니고 있다.
우울증은 감기 같은 것이지, 색안경 끼고 볼 일도, 손가락질당할 일도 아니다.
그러니 고개 들고, 약도 꼭 꾸준히 잘 챙겨 먹고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병원도 다니시길 꼭꼭 당부한다.
장기가 신체에서 적출된 순간부터는 1분 1초라도 빨리 새 주인을 만날수록 예후가 좋기 때문에 모두가 분주해진다.
다시 한번 홍해의 기적이 절실하게 필요한 순간이다.
물론, 몸이 갸우뚱할 정도로 감사히도(?) 빨리 달려주셔서 4시간이 걸리는 거리는 3시간 20분 컷이 되었고, 수술실에서 대기 중이던 선생님께 애증의 가방에 담긴 그 귀한 신장을 넘기면 1차적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럼 저는 퇴근할까요?
아뇨, 퇴근이 무슨 말입니까.....

물 한 모금 빠르게 마시고 수술복으로 환복 한 후, 수술방으로 들어간다.
긴급공수해 온 신장은 일명, '발라지는 작업'이 필요하다.
교수님과 함께 같이 딸려온 지방과 미세혈관들을 신장에서 떼어내고, (벗겨낸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동맥과 정맥 그리고 요관을 찾아 이식하기 좋은 생김새로 만든 후, 제일 중요한 체외순환액을 동맥으로 넣어, 정맥으로 잘 나오는지 한번 더 확인하면 2차 작업이 끝난다.
2차 작업은 약 1시간-1시간 반 정도 걸리며, 이 '발라지는 작업'에서 이 장기를 최종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판가름이 난다.
만약, 혈관의 석회화가 너무 심하거나, 체외순환액을 주사기로 넣었을 때 장기에서 압력이 걸려 액체가 들어가지 못하면 이 신장은 신기능부전 혹은 불량장기로 판정받고 폐기된다.

왕복 8시간을 걸려 데려온 이 친구,,,, 괜찮으려나 가장 조마조마한 순간이 바로 이 1시간여의 바르는 작업시간이다.
다행히도 적합판정이 내려지면, 이제 병동에서 대기 중이신 이식예정환자분을 수술실로 부른다.
드디어 그렇게 끊임없이 말했던 '신장이식'수술, 3차 작업을 시작한다.
3-4시간 정도의 신장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내면, 회복실에서 소변이 한 시간 동안 얼마나 나오는지 15분 간격으로 체크하며 수액을 주면 비로소 ‘타 병원 뇌사자장기이식수술’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많은 이들이 이야기한다.
신장하나 가져와서 붙이는 수술이 왜 그렇게 고생스럽고 오래 걸리냐고.
하지만 저 모든 과정을 거쳐야만 수술이 완전하게 끝이 나므로, 사실상 모든 과정은 13-15시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되겠다.
뭐, 당일 퇴근은 글렀다는 이야기다:)
보통 11am쯤 출근해서 다음날 3-5am 새벽에 퇴근을 하는데, 이젠 그 새벽공기가 가끔 그리울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기분이 들 때면 꼭 뇌사자분이 생긴다:)
아직은 열심히 일을 해야 될 때인가 보다, 앞서 말했듯 약간 은은하게 돌아있는 것 같긴 한데, 그래야 세상이 즐겁지 아니한가.
그렇게 아침부터 새벽까지 일을 하고 병원을 나서는 순간, ‘와 내 살갗에 닿는 상쾌한 공기, 그리고 밤 냄새’
그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이식수술, 겨우 수술 하나라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이면엔 적어도 7-8명의 조바심과 긴장감, 그리고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이뤄지는 10시간이 넘는 사투가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