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혈관 동정맥루
자, 저번에 이어 동정맥루에 관해 계속해서 글을 이어가려 한다.
왜 자가혈관 동정맥루가 우선 되어야 하는지, 인조혈관 동정맥루의 장단점에 관해 자세히 그려보겠다.
인조혈관(AVG, arteriovenous graft)이라 함은 환자의 동맥과 정맥을 직접 이어주는 것이 아니라 인조혈관(graft)을 덧대어 이어주는 투석혈관을 말한다. 동맥과 정맥 사이를 인조혈관으로 잇게 되면, 동맥과 정맥의 혈압 차이로 다량의 혈액이 인조혈관을 통해서 동맥에서 정맥으로 흐르게 된다.
장점은 수술 후 약 4~6주 정도 지나면 삽입된 인조혈관 주변에 부종이 빠져서 투석혈관을 찌를 수 있게 되며, 이때부터 수술받은 인조혈관을 투석혈관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환자의 정맥의 직경이 작거나 혈관벽이 이미 너무 두껍게 변성이 있는 경우 등 자가혈관 수술이 어려울 경우 인조혈관 수술을 시행하게 되며,
단점은 우리 몸이 아닌 Gore-tex란 PTFE( polytetrafluoroethylene )를 팔에 삽입하여 주 3회씩 반복적으로 굵은 투석 바늘을 찌르게 되면 물리적으로 아직은 어느 정도의 손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조혈관을 오래 쓰신 분들을 보면 바늘을 찌르는 천자 부위의 인조혈관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경우도 있으며, 감염에 취약해진다.
오늘의 환자분은 8년 전 인조혈관을 넣고 투석하던 중 2년 전부터 인조혈관이 말썽을 부려, 입퇴원과 수술을 무한 반복하시던 40대 남성이다.
환자분과 첫 만남은 2023년 어느 가을날이었다.
투석 중 혈관이 혈전으로 막히거나 혈관이 좁아져서 혈류가 충분히 흐르지 못할 때, PTA(percutaneous Transluminal Angioplasty-경피적 혈관성형술, 피부를 통해 풍선카테터를 좁아진 혈관까지 삽입해 풍선을 팽창시켜 혈관을 넓히는 치료법)를 통해 혈관을 뚫는 시술은 빈번히 이뤄진다.
어느 날, PTA시술 후 카테터 삽입부위가 지혈되지 않고 피가 계속 뿜어져 나와 응급수술을 들어가게 되었다.
인조혈관은 지혈이 쉽지 않고, 구멍이 뚫리면 자가혈관처럼 자연치유가 어려워 못쓰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역시나 이번 케이스도 인조혈관에 구멍이 너무 커져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혈류를 막는 수술을 시행했다.
여기서 문제는 환자분이 오른쪽 팔 편마비 셔서 왼쪽팔밖에 사용이 어렵기에 오른쪽팔에 어떻게 해서든 다시 혈관을 만들어야 했다. (일반적으로 감염위험성 때문에 반대편 팔에 수술을 한다.)
임시투석도관을 목에 넣고, 오른쪽 팔에 있는 막은 인조혈관을 그대로 두며 겨드랑이로 가는 정맥을 사용하여 새로운 인조혈관을 넣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끝났으나.... 기존 인조혈관이 말썽이다.
고름이 나오며, 계속 혈관 끝 부분이 튀어나오고 피부를 봉합하면 또 튀어나오고...
결국 그 감염으로 새로운 혈관에 투석을 시도도 할 수 없도록 팔이 코끼리 다리처럼 부어 투석이 불가한 지경에 이르렀고, 일단 팔의 부기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목에 임시투석도관을 삽입하여 투석을 진행했다.
(목에 넣는 임시도관은 길게 6개월 정도까지만 사용가능하다.)
신장을 기증해 줄 가족은 없고 왼팔에는 투석혈관 만드는 수술을 강력 거부하셨으며, 오른팔엔 인조혈관이 두 개나 들어있지만 계속되는 감염으로 사용이 불가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목에 투석도관을 넣고 일주일쯤 지난 어느 날, 뇌사자가 발생했고 1순위로 그분의 이름을 전달받았다.
정말 정말 답이 없었다. 입퇴원을 수없이 반복하시며 고생도 너무 많이 하셨고 그 와중에도 항상 감사하다며 웃음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견뎌내시던 모습이 스쳐 지나가며, 마치 내 가족처럼 기뻤었다.
수술도 다행히 너무 잘되셨고, 신기능이 원활하여 이제는 주 3회 오시던 외래도, 한 달에 2번 정도로 줄어 예전처럼 자주는 못 뵙지만, 너무나 잘 졸업시켜드린 것 같아 시원 섭섭(?)한 마음이다.
인조혈관은 이처럼 정말 감염에 취약하고, 주 3회의 큰 주삿바늘 2개를 견디기엔 평균 6~8년 정도밖에 사용 못 할 만큼 약한 재질이다.
물론 자가혈관이나 인조혈관이냐를 환자분이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 주로 사용하는 팔이 오른쪽이라 오른쪽엔 수술을 거부하며 왼팔엔 인조혈관 삽입밖에 방법이 없는 분이라면 그래도 조심히 생활하시며, 오른팔에 자가혈관 만드시는 걸 추천드린다.
인조혈관으로 고생하시는 환자분들을 너무 많이 뵈어왔고, 만약에 감염이 생기면 팔로 끝나는 것이 아닌, 이 균이 온몸을 돌며 몸 전체를 감염덩어리로 만들기 때문이다.
투석, 이 얼마나 사람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