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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박 Mar 02. 2019

황국균 논문과 Jos Houbraken

곰팡이 이야기 11

‘이것이 황국균이다’라고 황국균의 종 개념을 명확하게 밝힌 따끈따끈한 논문 한 편을 소개합니다. 이어 이 논문의 교신저자이자 저와 동문수학(同門受學)한 Jos Houbraken 박사가 평범한 연구보조원에서 세계적인 곰팡이학자로 성장한 요인에 대해서 분석해보고 나침반으로 삼고자 합니다.


지난 7월에 황국균과 플라부스균에 대하여 소개한 적이 있다(곰팡이 이야기 6, 황국균과 플라부스 균의 수상한 별거). 장과 술을 만드는 최고로 유용한 곰팡이인 황국균(Aspergillus oryzae)과 강력한 발암물질인 아플라톡신(aflatoxin)을 생성하는 최고로 나쁜 곰팡이인 플라부스균(A. flavus)이 유전체 분석에 의하여 같은 종으로 밝혀졌는데 향후 이 두 종의 분류 진행 방향이 주목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답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논문이 발표되었다.

‘아스페르길루스 섹션 플라비의 분류와 아플라톡신, 오클라톡신 등의 곰팡이독소 생산(Taxonomy of Aspergillus section Flavi and their production of aflatoxins, ochratoxins and other mycotoxins)'


이 논문은 곰팡이 분야 최고 저널인 SIM (Studies in Mycology,  IF 12)에 게재되었다. Jos Houbraken이 교신저자이고 Jens Frisvad가 일저자이며 Robert Samson 등의 아스페르길루스 속의 분류를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학자들이 공저자로 포함되었다.


이 논문은 아스페르길루스 속내의 섹션(section) 플라비에 속하는 황국균과 플라부스균을 포함하는 31종의 분류와 곰팡이독소 생성을 다룬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황국균은 독립된 종이다.

2) 플라부스균은 아플라톡신 B뿐만이 아니라 아플라톡신 G도 만들 수 있다.


추가 설명하면

1) 황국균은 여전히 독립된 유효한 종이다. 황국균은 플라부스균과 과학적으로는 한 종이지만 실용적인 목적에서 서로 구분한다. 플라부스 종과 구분되는 황국균의 조건은 두 가지다. 첫째로 아플라톡신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둘째로 발효식품에서 분리되었거나 생명공학 산업에 사용되는 것이어야 한다. 


이 논문으로 인하여 이제 전통 메주와 누룩에서 분리되는 아플라톡신을 만들지 않는 곰팡이는 떳떳하게 황국균(A. oryzae)으로 명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까지는 전통 메주와 누룩에서 분리된 균주를 우리는 황국균이라 하였지만 서양 학자들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 논문은 우리나라 발효곰팡이 연구에 의의가 크다.


2) 이때까지 A. flavus하면 아플라톡신 B를 만들고 A. parasiticus하면 아플라톡신 B와 G를 동시에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따라서 아플라톡신 G의 생성 여부는 두 종을 구분하는 열쇠였다. 균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논문에서 A. flavus의 일부 균주도 아플라톡신 G를 만들었다. 따라서 이제 아플라톡신 G의 생성 여부로는 더 이상 두 종을 구분할 수 없고 분류의 핵심 유전자인 칼모둘린(Calmodulin)을 사용하여 두 종을 구분하여야 한다.


논문소개는 이 정도로 하고자 한다. 긴 논문이지만 읽을 내용은 그리 많지 않고 쉽게 써졌으니 관심 있는 분은 원문을 참고하기 바란다.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166061618300289


사실 지금까지는 미끼상품이었고 오늘 정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논문의 교신저자이자 나와 동문수학한 Jos Houbraken 박사가 평범한 연구보조원에서 어떻게 세계적인 균학자가 되었는지 이다.


Jos Houbraken 박사(이하 Jos)를 내가 처음만난 것은 한일월드컵이 끝난 2002년 가을이었다. 그는 아인트호벤 출신으로 축구를 좋아했고 그때에 PSV아인트호벤팀 선수였던 박지성과 이영표 중에서는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하는 이영표를 좋아했다. 


당시 그는 27살이었고 전문대학인 HBO (hogescholen)를 졸업하고 CBS곰팡이다양성센터(CBS Fungal Biodiversity Center, 현 Westerdijk Fungal Biodiversity Institute, 이하 CBS) 에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국제공동연구를 위하여 내가 CBS에 머무는 2개월 동안 그는 종일 함께 하면서 실험 재료를 챙겨주었고 내 실험을 도왔다. 그러던 그가 16년이 지난 지금은 SIM에 수시로 논문을 게재하고 Aspergillus와 Penicillium 연구를 이끄는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었다.


성공요인이 무얼까? 


먼저 그의 이력을 보자! 그는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의 조그만 시골마을에서 1975년에  태어났다. 

네덜란드 고등교육은 실업계고(MBO), 전문대학(HBO), 대학(WO)의 3 계열로 나뉘며 중등교육 때부터 계열을 결정한다. 그는 전문대학 계열을 선택하여 22살인 97년에 전문대학을 졸업하였다. 졸업 후에 CBS에 연구기사(research technician)로 입사하여 연구보조원(Research assistant)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여기서 그는 스승인 Robert A Samson 박사님을 만나고 연구에 대한 재능을 보이면서 새로이 대학(Utrecht Univ.)에 입학하고 그가 38세인 2013년에 늦깎이로 박사학위를 받는다. 


경력으로는 실업계 고등학교 때에 6개월간 병원에서 실습한 것과 전문대학 시절에 2년간 우유회사에서 인턴한 것 외에는 CBS에서의 경력이 모두다. CBS에서는 박사학위 전까지는 연구보조원으로 학위 후에는 연구원(Researcher)으로 재직하였고 2016년부터는 Samson 박사님을 이어서 산업곰팡이팀의 팀장을 맡고 있다.

학력과 경력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업적은 화려하다. 2002년부터 논문을 쓰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124편의 논문을 게재하였고 6권의 책을 저술하였다. 특히 그의 학위논문은 500종이 넘는 거대한 속인 Penicillium (푸른곰팡이)을 Penicillium과 Talaromyces로 나누었는데 현재는 모두가 그의 분류체계를 사용한다. 이를 포함하여 현재 그는 우리 생활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곰팡이인 Aspergillus, Penicillium, Talaromyces 곰팡이의 세계 분류를 주도하고 있다. 


다시 돌아와서 균학자로서 그의 성공요인은 무얼까?


먼저 한우물파기를 들고 싶다. 

CBS에 입사한 1997년부터 지금까지 그는 오로지 Aspergillus, Pecnicillium, Talaromyces 속과 연관된 곰팡이들, 그리고 이들 곰팡이가 발생하는 공기와 식품 곰팡이만을 연구하였다.


사람의 능력은 고만고만하다. 특히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의 능력 차는 크지 않다. 따라서 주어진 능력을 한 분야에 집중하면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을 여러 분야로 분산하면 이것도 저것도 되기가 어렵다. 과학 분야는 더욱 그러하다.


세계곰팡이학술대회를 참석하면 Jos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Aspergillus & Pecnicillium이 포함된 세션에서 구두발표를 하고 각국에서 모인 이 그룹의 전문가들과 안부를 나누고 나면 자유시간이다. Pecnicillium과 연관된 식품 분야나 균독소 분야 정도에 참석하여 느긋하게 즐긴다. 


그런 그가 늘 부러웠다. 나는 세계 균학회에 참석하면 정신이 없다. Jos가 하는 Aspergillus & Penicillium의 분류와 응용은 역시 나의 전공분야다. 이 외에도 나는 ‘곰팡이 자원 관리와 미생물은행의 운영’, ‘곰팡이 명명 규약의 변화’, ‘나고야의정서 채택에 따른 우리의 갈길’, 심지어는 ‘곰팡이 자원 관리 DB’ 등 Jos에 비하면 엄청 많은 데를 뛰어 다녀야 했다. 


Jos가 한 분야에만 집중하여 연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곰팡이가 식품 오염, 발효 등 산업적 중요성이 큰 곰팡이였기 때문이다. 즉 전공분야가 좋았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그가 속한 조직 CBS가 곰팡이 분류 연구에 대한 훌륭한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 CBS는 세계 최고의 곰팡이은행으로서 필요한 곰팡이 자원을 Jos에게 충분하게 공급하였고 또한 다수의 유능한 곰팡이 분류학자를 보유하여 연구에 필요한 know-how를 충분하게 제공하였다. 


결국 Jos는 Aspergillus & Penicillium 분류의 한 우물만 팔 수 있는 기반을 가지는 행운을 잡았다. 여기에 그의 성실과 능력이 더해져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림 2. CBS Fungal Biodiversity Center (현 Westerdijk Fungal Biodiversity Institute)


한우물만 파다가 우물에 갇히면 우물안개구리가 된다. 일본은 20세기에 곰팡이학계의 세계적 강자였다. Tubaki와 같은 대표적인 곰팡이 분류학자도 배출하였다. 일본 균학자들은 특정 그룹의 곰팡이를 맡아 평생 그 연구만 하였는데도 의외로 좋은 결과를 낳지 못했다. 일본학자들은 세계의 학자들과 교류하지 않았고 분자생물학으로 바뀌는 세계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고 현미경만 고집하였다. 결국 일본은 균학의 중심에서 멀어졌고 21세기에는 오히려 국제 교류를 중시하는 중국이 인해전술과 함께 균학계에 부상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Jos 성공의 두 번째 요인으로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들 수 있다. 네덜란드는 유럽의 강자인 영국, 프랑스, 독일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은 작지만 강한나라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을 주장하기 보다는 주변을 비위를 잘 맞추어야 한다. 그러려면 소통에 능해야 한다. 네덜란드인들은 영어, 독어는 기본으로 하고 필요하면 불어, 스페인어까지 한다. 이를 바탕으로 네덜란드는 국가 간 무역에 능하고 은행, 보험 등 돈장사도 잘한다.


이런 더치(dutch)인들의 피를 받아 Jos 역시 세계의 균학자들과 넓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특별히 말을 잘하거나 많이 하지는 않지만 그는 필요한 어떤 나라와도 공동연구를 한다. 앞서 소개한 논문도 덴마크, 체코, 나이지리아, 중국, 이란, 태국, 한국 등 7개국과의 공동연구의 결과다. 유럽의 저자들과는 평소에도 한나라처럼 교류하겠지만, 나이지리아는 아플라톡신을 생성하는 플라부스 균주의 확보를 위하여 필요하였을 것이고, 나와 중국 친구는 황국균의 종개념을 정의할 때에 동양 발효식품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였을 것이다. 필요할 때에 필요한 사람을 골라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인 인력 pool을 갖고 있다.


그의 인적네트워크 구축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 CBS에서 매년 열리는 ‘식품 공기 곰팡이(Food and air-borne fungi)’ 연수과정이다. 그가 이 과정을 운영한다. 이 연수과정에는 유럽을 포함한 세계의 곰팡이 연구자들이 참석하는데 참석자는 세계의 연구자들과 동문이 되고 Jos는 필요한 인력과 재료를 참석자들로부터 얻는다. 


나도 2001년 10월에 열린 ‘식품 공기 곰팡이 연수과정’으로 CBS와 연을 맺었고 이를 바탕으로 이듬해부터 3년간 국제공동연구를 하였다. 그 결과 나는 CBS로부터 많은 자원과 지식과 인적 네트워크를 얻었지만 CBS에서 볼 때에 나는 CBS의 동북아시아 지점장 정도나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연수과정(training course)를 가진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연수과정을 통하여 지식을 전파하지만 부가적으로 동문이라는 인적네트워크를 만들고 해당분야의 중심역할을 하게 된다. 농업미생물은행(KACC)이 곰팡이 분류 코스를 만들면 우리나라 곰팡이 연구중심 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곰팡이 연구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Jos에게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 아시아판 ‘식품, 공기 곰팡이 연수과정’을 만들 테니 와서 강의해달라고, 곧.


Jos의 성공에 그의 스승 Robert A. Samson 박사님을 빼고 이야기 할 수 없다. Samson 박사님은 1946년 생으로 1970년에 CBS에 입사하여 2016년까지 46년간 근무한 CBS의 터줏대감이다. 후에 Jos에게 물려준 산업곰팡이 팀을 만들었고 오랫동안 팀장을 맡았다. 그는 ‘식품 공기 곰팡이(Food and Air borne fungi)’의 저자로 세계의 Aspergillus & Pecnicillium 분류 연구를 주도하였다. 72세가 된 지금도 세계미생물학회연합(IUMS)의 사무총장으로 미생물 학계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Jos의 성공요인의 세 번째로 도제제도(徒弟制度)를 들 수 있다. 아니 이것이 제일로 중요할 수도 있겠다. Samson 박사님이 전문대학을 졸업한 22살의 연구보조원 Jos를 발굴하여 세계적인 학자로 만들고 자기가 쓰고 있던 Aspergillus & Penicillium의 왕관을 물려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곰팡이 분류는 경험에 의존하는 학문이다. 이러한 학문은 혼자의 힘으로 당대에 세계 최고의 수준에 도달하기는 어렵다. 1대에서 know-how를 집적하여 세계 수준에 접근하면 2대에서 조기에 이를 전수받고 새로운 지식을 추가하여 세계 정상그룹에 진입할 수 있다. 


농업연구는 도제제도가 유용한 분야이다. 농업은 다양한 학문의 응용분야고 기술이 세분화되어 있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즉 도제제도에 의한 기술의 계승이 성공에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발달과 빠른 가치관의 변화로 세대 간의 갈등이 크다. 유교문화에 바탕을 둔 기성세대는 본인이 가진 노하우에 대하여 후배들이 머리숙여 배우기를 바란다. 하지만 후배들은 이런 선배를 꼰대 취급하며 선배의 노하우에 대하여 과소평가한다. 전통의 사제 관계는 무너지고 멘토-메티의 부재속에서 사람들은 방황한다. 


30년을 한 분야에서 연구한 분들이 후계자를 받지 못하고 쓸쓸히 물러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열심히 산 인생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그가 쌓은 많은 know-how가 후배들에게 전수되지 못하고 사장된다는 것이 더욱 안타깝다.


그림 3. Jos Houbraken과 그의 스승 Robert A. Samson 박사님


스승과 제자의 관계일지라도 수십년을 함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일반적으로 제자가 머리가 굵어지면 위대하게만 생각했던 스승의 인간적인 면도 보이고 문제점도 보이게 된다. Samson 박사님과 20년을 함께한 Jos도 가끔은 불만족을 내게 하소연하였다. 하지만 충심으로 Samson 박사님을 보필하였고 CBS의 산업곰팡이팀장 직위와 Aspergillus & Pecnicillium 분류의 왕관을 인계받았다.  


그런 측면에서 Jos를 현재위치에 있게 한 네 번째의 요인은 그의 인품이다. 그는 겸손하고 관대하며 성실하다.

Jos 인생에서 제일로 중요한 기간 중의 하나가 CBS에 입사한 97년(22세)부터 첫 논문을 쓰기 시작한 2006년(31세)까지이다. 연구기사(research technician)에서 학자로 바뀌는 시기였다. 그는 이 기간 동안 Samson 박사님의 노하우를 오롯이 전수받고 세계적인 곰팡이학자가 될 기반을 닦았다. 


여기에는 공부도 중요하였겠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겸손한 인품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는 조용한 성품으로 함께 하면 늘 상대방을 돋보이게 한다. 이러한 그의 겸손한 성품이 Samson 박사님의 호감을 얻었고 이것이 그의 성실과 맞물려 연구기사가 영역을 넓혀 학자의 길을 가게 하지 않았을까?


또한 그는 타인에게 관대하였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그는 나의 다양한 무리한 요구에 대하여 화를 내거나 불만을 표시한 적 없이 늘 온화하게 응해 주었다. 나만이 아니라 CBS 직원들에게도 큰소리를 내거나 얼굴을 붉히는 것을 본적이 없다. 이에 산업곰팡이팀 뿐만이 아니라 동료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Jos만이 아니라 CBS의 세계적인 학자들은 모두 매우 관대하였다. 02년 처음 CBS를 찾았을 때에 CBS의 학자들은 동양에서 온 무명인 연구자에게도 몇 시간을 아끼지 않고 충분히 설명해주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분이 작년에 타계하신 Walter Gams 박사님이었다. Gams 박사님으로부터 칼러도감을 빌려 보았는데 내가 더 자주 보니 내자리에 두고 보게 하고 당신이 필요할 때에 내 자리에 와서 그 책을 참고하였다. 동양의 무명의 연구자에게 대학자가. 중국과 인도에서 유학온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나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볼 일이다.

Jos는 매우 성실하다. 그는 집이 아인트호벤이어서 CBS가 있는 유트레크트까지 한시간 이상 차를 운전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항상 나보다 일찍 출근하였다. 성실로 따지자면 한국인도 세계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데 그는 한국인보다도 더 성실했다. 그의 성실성은 이메일 왕래로도 알 수 있는데 지금도 이메일을 보내면 하루 이틀이면 답이 온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제 이글을 정리할 때가 되었다. 우리는 주변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부단한 노력으로 입지전적으로 성공한 과학자를 갈구한다. 때로 역사는 실제보다 부풀려진 가공의 과학자를 생산해낸다. 하지만 실제는, 사람은 고만고만하고 결국 훌륭한 시스템에서 훌륭한 학자가 배출되는 것 같다. 


이 글 역시 처음에는 내친구 Jos가 매우 훌륭한 친구이고 부단한 노력으로 훌륭한 과학자가 되었다고 적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글을 써보니 그리고 정리하면 정리할수록 그의 개인적인 노력보다는 그가 속해 있는 CBS라는 훌륭한 곰팡이 연구조직과 멘토 Samson 박사님을 포함한 인연이 중요하다는 쪽으로 귀결이 되었다. 여기에 겸손하고 관대하며 성실한 그의 성품이 더해 졌을 뿐이다.


결국 조직의 발전이 나의 발전이고 내 주변 인물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다.


참고문헌

Frisvad JC, Hubka V, Ezekiel CN, Hong SB, Nováková, Chen A, Arzanlou M, Larsen TO, Sklenář F, Mahakarnchanakul W, Samson RA, Houbraken J. 2019. Taxonomy of Aspergillus section Flavi and their production of aflatoxins, ochratoxins and other mycotoxins. Stud Mycol. 93: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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