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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박 Mar 18. 2020

자연의 숨겨진 절반,  마이크로바이옴

곰팡이 이야기 27

코로나19로 나라가 얼어붙었지만 어김없이 봄은 오고 있다. 매화가 꽃을 피우고 풀들이 다시 초록을 더해 가는데 전북 혁신도시 나무들은 그다지 건강해 보이지는 않는다. 왜 혁신도시의 나무들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할까?    

그 답을 자연의 숨겨진 절반,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화학 비료와 농약    


사람들은 식물이 썩은 유기물(부식질, humus)이 풍부한 토양을 먹고 산다고 생각했었다.  

   

1634년 플랑드르(현 벨기에 지역)의 판 헬몬트는 2.3kg 버드나무를 90kg의 화분에 심고 물을 주면서 5년 동안 키웠더니, 흙의 무게는 큰 변화가 없는데 버드나무가 74kg으로 늘어난 것을 확인하였다. 그래서 그는 나무가 부식질이 있는 토양을 먹고 자라는 것이 아니라 물을 먹고 자란다는 결론을 내렸다.  

   

1804년 스위스의 소쉬르는 식물이 광합성을 통하여 성장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즉 식물이 햇빛을 받아서 물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생장한다는 것이다 (6CO2 + 6H2O  -> C6H12O6 + 6O2). 이는 식물이 부식질을 먹고 자란다는 수백년 묵은 이론을 뒤엎는 것이었다.   

  

1840년에 독일의 폰 리비히 역시 식물이 부식질을 직접 흡수한다는 부식질 가설에 등을 돌렸다. 그는 식물을 태웠을 때에 재에는 탄소가 없고 질소와 인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재에 든 성분이 바로 식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라고 가정하였다. 즉 식물의 몸에는 토양의 부식질 또는 그 분해물이 남아 있지 않으므로 식물은 토양의 부식질을 흡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어 리비히는 식물이 자라는 데는 물, 이산화탄소, 질소, 인, 칼륨의 5가지가 필수 요소이고 유기물은 중요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즉 물과 이산화탄소는 주변에 흔하기에 질소, 인, 칼륨만 공급하면 농사가 잘된다는 것이다(*붙임 2. 비료의 3요소).  

  

시대적 분위기는 리비히의 주장을 적극 수용하였다. 당시 독일은 탐험가 폰 훔볼트의 개척으로 페루로부터 다량의 구아노(새똥, 질소와 인산이 풍부)를 도입할 수 있었고, 노후한 독일의 토양에 이들을 공급하였을 때에 작물 생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하지만 19세기가 되면서 아메리카 대륙에서 제공되는 구아노의 공급이 부족하게 되자 유럽은 질소를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공기의 80%가 질소이다. 하지만 질소분자(N2)는 질소 원자가 삼중결합으로 강하게 묶여 있기에 식물이 바로 이용할 수가 없다. 강하게 묶인 질소 원자가 수소나 산소와 결합하여 암모늅(NH4)이나 질산염(NO3)이 되어야 물에 녹아 식물이 뿌리로 흡수할 수 있다.    

 

질산염은 식물에게는 비료이지만 폭약의 필수성분이라 국가의 군수산업에도 매우 중요하였다. 무력으로 식민지를 확장하던 유럽 국가들에게 천염 암반의 질산염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였다. 이에 유럽 과학자들은 질산염 생산 방법 개발에 혈안이 되었고, 결국 1918년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는 질산염의 대량 생산에 성공한다. 이들이 개발한 방법은 하버-보슈법으로 불리고 폭약과 비료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하였다.   

 

화학비료 생산공장(Wikipedia)

  

2차세계대전이 끝나면서 탄약을 만들던 공장들이 비료를 만들게 되고 화학비료의 추가는 농작물의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화학 비료가 농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자 농화학은 농학의 주류가 되었다.    

 

하지만 유기물의 추가 없는 화학비료에 의한 작물 생산은 미네랄 부족 등의 토양 노화를 부추겼고 이로 인하여 식물의 건강이 위협받았다. 약해진 작물은 병충해에 시달리고, 이를 막기 위한 살균제, 살충제 등의 농약 산업이 발전하였다. 작물의 병과 해충을 다루는 농생물학 역시 농학의 중요한 학문으로 부상하였다.    

     


끊어진 연결고리, 분해자 미생물

       

지구에서 식물의 가장 큰 역할은 광합성을 통하여 포도당이라는 유기물을 만들고 여기에 태양 에너지를 저장한다는 것이다(광합성: 6CO2 + 6H2O + 에너지 -> C6H12O6 + 6O2). 그래서 식물을 (에너지)생산자라고 한다. 동물은 생산자 식물이 만들어 놓은 포도당을 섭취하고 이들을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다(해당작용: C6H12O6 + 6O2 -> 6CO2 + 6H2O + 에너지). 따라서 동물을 (에너지)소비자라고 한다. 동물은 해당작용으로 만들어진 이 에너지로 이동하고, 먹이를 구하고, 자손을 만드는 등의 모든 활동을 하게 된다.   

  

많은 소비자가 먹고 살기 위해서는 생산자가 계속 광합성을 통하여 포도당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생산자,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영양소를 계속 공급해줘야 한다. 그런데 지구상의 영양소는 식물의 생산으로, 동물의 소비로 식물과 동물에 축적된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식물과 동물에 축적된 영양소를 다시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무기물로 만들어 줘야 한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미생물이다. 미생물은 식물과 동물의 사체를 다시 무기물로 분해하기 때문에 분해자라고 한다. 이 분해자의 역할로 지구는 자연스럽게 물질이 순환되며 재생가능하고 지속가능한 행성이 되는 것이다.       

지구의 물질순환(소년한국일보 인용)


농업은 생산자의 역할이다. 즉 작물이 광합성을 통하여 당을 생성하는 작업이 농업이다. 작물은 미생물이 식물과 동물의 사체를 다시 무기물로 환원해 주면 이를 받아 다시 당(곡식)을 생산하는 작업을 한다.

    

그런데 미생물에 의한 분해 과정은 시간을 요하는 과정이고 그 과정이 명확하게 밝혀지지도 않았다. 인구는 늘어나고 식량을 대량생산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마음이 급해졌다. 미생물이 천천히 식물과 동물을 분해하여 무기물로 전환하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미생물이 만들어야 할 무기물을 화학비료로 대체하였다.     


화학비료의 추가는 우선 급한 대로 생산자의 생산을 가능하게 하였다. 그리고 소비자의 소비에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분해자에 의한 분해의 고리가 끊어지므로 자연스런 물질순환 고리가 끊어지게 되었다.  

   

식물의 입장에서 보면 분해자에 의한 영양분 공급은 제대로 차려진 한상이다. 반면에 필수영양소로만 구성된 화학비료는 마치 환자에게 투여하는 링거액과 같다. 따라서 화학 비료에 의존한 영양 공급은 당연히 작물의 약화를 가져오고 이에 작물은 병충해에 시달린다. 결국 화학농약을 사용하여 병(病, 미생물에 의한 식물의 피해)과 충(蟲)을 방제하게 되는데 이는 분해자 미생물의 생장에는 치명적이다. 분해자의 역할은 더 약화되고 결국생산자, 소비자, 분해자의 물질 순환에 의한 지속가능한 농업이 파괴된다.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하여 붕괴된 지속 가능 농업



작물의 동반자, 미생물  

  

이 외에도 화학농약은 작물에 잔류하여 소비자인 사람을 직접 해치기도하고, 꽃가루의 수분을 담당하는 곤충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 화학농약의 폐해가 커가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친환경 농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20세기 초반의 유럽 열강의 식민정책과 1,2차 세계대전, 그리고 그 잉여시설이 화학비료 생산과 잘 맞아 떨어지는 바람에 20세기의 농업은 화학비료와 화학 농약에 의존하였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화학비료의 사용의 문제점을 미리 예견하고 미생물에 의한 친환경 농업을 시도하였다.  

  

하버-보슈법으로 질산염을 대량생산하기 훨씬 이전에 독일의 헤르만 헬리겔과 헤르만 빌파르트(1888)는 콩과작물의 뿌리혹에 미생물(뿌리혹박테리아)이 서식하면서 대기의 질소를 암모늄으로 바꾼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헬리겔과 빌파르트는 곡류와 콩과식물을 번갈아 심으면 토양의 질소가 신기하게도 고갈되지 않았던 오랜 비밀을 알아낸 것이다.    

공기중의 질소를 식물에게 바로 공급하는 뿌리혹 세균 (인용: https://www.quora.com)

   

세균에 뿌리혹박테리아가 있다면 곰팡이에게는 균근(Mycorrhiza = Myco (곰팡이, 菌) + rhiza(뿌리, 根))이 있다. 균근(菌根)은 말 그대로 곰팡이 뿌리이다. 곰팡이 실, 균사가 뿌리와 연결되어 뿌리 역할을 해 주는 것이다. 잔뿌리 보다 훨씬 가는 곰팡이 실이 사방에 퍼져서 식물 뿌리가 흡수할 수 없는 인, 철 등의 미네랄을 흡수하여 식물에 공급한다.     


물론 이 때에 식물은 곰팡이가 먹고 살 당분을 제공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많은 식물이 균근을 가지는데, 식물의 80% 이상이 균근을 가지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주곡 작물인 벼와 밀도 이 균근의 도움을 받는다.    

   

 식물 뿌리에 이어서 형성된 균근(사진인용, https://www.marysheirloomseeds.com)
흑색이 식물뿌리이고 백색이 식물뿌리와 곰팡이가 함께 자란 균근. 균근이 형성된 작물은 비형성 작물 대비 700배 더 많은 영양분 흡수(인용, Green Bean Connection


세균의 뿌리혹박테리아와 곰팡이의 균근은 쉽게 눈에 띄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일찍부터 연구되어 왔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일반 미생물들은 그 역할이 간과되어 왔는데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생물의 다양한 역할 들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특히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과 생물정보학의 발달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탄생시켰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microbe)과 생물군계(biome)의 합성어로 미생물군(群)을 말한다. 기존의 미생물학이 하나의 미생물 종(種, species)이 작물에 병을 일으키고, 이 종을 제어하여 병을 퇴치한다라는 것이라면, 마이크로바이옴은 식물의 뿌리, 잎, 싹 등에 있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을 조사하는 학문이다.    

 

예전에는 순수분리되어 배양된 미생물 한 종에 대해서만 염기서열 분석이 가능했으나, 요즘은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덕분으로 배양없이 바로 특정장소(장속, 뿌리 등)의 다수 미생물들의 염기서열을 분석이 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특정장소(장속, 뿌리 등)에  어떤 미생물들이 어떤 비율로 존재하고,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석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 분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사람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으로, 대장의 미생물군이 사람의 비만, 질병 등의 건강문제 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사람의 정신세계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마이크로바이옴 기술로 인하여 그 전에는 알 수 없었던 식물뿌리와 미생물의 관계가 밝혀지고 있다.  

  

식물은 뿌리에 붙은 매우 가는 뿌리털을 통하여 탄수화물이 풍부한 분비물을 근권(根圈,  rhizosphere-뿌리주위의 식물과 미생물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공간)으로 내 보낸다. 식물의 분비물은 토양속의 미생물에게는 잘 차려진 한상이다. 식물이 미생물에게 제공하는 밥상은 식물이 먹고 남은 잔반이 아니다.   

  

우군 미생물만이 선별하여 먹을 수 있도록 매우 차별화하여 차려진 밥상이다. 식물은 이 밥상을 제공하여 경호부대 미생물이 뿌리주변을 차지하도록 한다. 경호부대 미생물이 뿌리 주변의 근권을 차지하면 이들이 자연스럽게 성벽이 되어 병원성 미생물의 접근을 차단한다.   

  

식물뿌리의 미생물은 공짜로 밥을 얻어먹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자기 능력에 맞게 식물이 스스로 만들 수 없는 유용한 물질을 제공한다. 예를 들자면 식물 뿌리로부터 아미노산의 한 종류인 트립토판을 제공받은 미생물은 이를 인돌아세트산으로 변환하여 식물에게 제공한다. 이 인돌아세트산은 곁뿌리가 돋게 하는 식물자신은 생성할 수 없는 귀중한 호르몬이다.   

  

식물이 잎에서 받는 공격을 막아내기 위하여 뿌리 주변에 사는 세균의 도움을 받는 흥미로운 일도 알려졌다. 식물 잎을 병원균이 공격하면 이 신호가 뿌리로 가고, 뿌리에서 말산(malic acid)을 분비하여, 뿌리 주변으로 고초균(Bacillus subtillis)을 모은다. 그리고 식물은 고초균과 상호작용으로 전신방어화합물을 합성하고 이를 식물 잎으로 전달하여 식물 잎의 기공(대문)을 닫아 병원균을 방어한다.    

 

이처럼 최신 과학기술은 식물과 미생물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밝혔는데, 이들의 협력이 과거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광범위하여, 식물생장에 그리고 농사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20세기 농업의 중심에 농화학이 있었고 토양학이 토양화학과 토양물리학이었다면, 21세기는 농업의 중심에 (미)생물학이 와야하고 토양학에서도 토양생물학에 더 많은 비중을 둬야 한다고 할 수 있겠다.   


       

혁신도시 나무들,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

   

농진청이 2014년 8월에 전주로 내려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면 전북혁신도시 나무들은 아마 2014년 봄에나 심겨졌겠지. 그러면 올봄이 벌써 나무가 심겨진지가 6년이나 된다. 그런데도 왜 나무들이 건강해 보이지가 않고 허약하고 병에 시달릴까?    


혁신도시 지방행정연수원 주변의 매화, 봄이 되어도 나무의 세력이 회복되지 않는다

  

농진청의 서** 박사는 물빠짐이 좋지 않아서라고 진단하며 흙을 교체하고 배수가 잘 되게 두둑을 높일 것을 제안하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조경이 건설업자의 몫이 되었고 심어놓고는 가꾸지 않음을 지적하였다.  

   

아마도 혁신도시 토지 기반을 조성할 때에 유기물이 풍부하지 않은 땅속 수 미터의 토양이 표면으로 올라왔을 것이다. 여기에 구덩이를 파고 화학비료를 적당히 넣고는 물을 주고 나무를 심었을 것이다. 멀리서 이사온 나무는 활력이 좋지 못하여 적극적으로 우군 미생물을 불러 모을 형편도 안 되었을 것이고, 또한 제공한 화학비료마저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나무들은 쇠약해지고 병원균들이 달려들었을 것이다.

     

나무들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뿌리 주변에 우군 미생물을 키워야 한다. 나무가 활력이 좋으면 훌륭한 탄수화물과 영양소를 내어 미생물들을 불러 모으겠지만 혁신도시 나무들은 그럴 형편도 못된다. 게다가 혁신도시 토양이 유기물도 풍부하지 않으니 살고 있는 미생물도 부족하다. 따라서 우선 미생물이 좋아할 유기물을 나무 주변 토양에 잔뜩 넣어 줘야 한다. 


유기물은 분해자, 미생물의 좋은 먹이, 프리바이오틱스이다. (인용: https://www.britannica.com/science/decomposer)


식물에 유기물은 사람들에게 채소와 같은 역할이다. 사람의 대장에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살면서 사람 스스로는 생성할 수 없는 물질을 생성하여 혈관으로 공급한다. 또한 장내 미생물이 만든 일부 대사물질들은 림프관을 통하여 이동하면서 사람의 면역기능을 조절하기도 한다.

   

그런데 인간이 패스트푸드와 같은 가공된 식품, 정제된 영양분만 먹게 되면, 입에서 소장을 거치는 동안 모두 소화되고 대장까지는 도착하지 않게 된다. 이 경우에 대장에 사는 미생물은 영양이 공급되지 않아 제 역할을 하지 않게 되고 심지어 일부 대장 미생물은 대장 벽 세포를 공격하여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자신만의 능력으로는 소화할 수 없는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어줘야 대장에 건전한 마이크로바이옴(대장균군)이 형성된다.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와 같이 대장 미생물의 좋은 먹이가 되는 것을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라고 하는데 식물에게 유기물은 사람의 채소와 같은 기능을 하는 프리바이오틱스이다.   

섬유질이 많은 채소는 장내 미생물에게 유익한 프리바오틱스(사진인용: 아주경제)

그리고 가능하다면 나무에 맞는 우군 미생물을 추가할 일이다. 그러면 그 미생물이 종자가 되어 유기물을 먹으면서 증식하고, 이들이 식물과 교류하면서 영양분도 공급하고 병원균도 방어해 줄 것이다.

   

때로 인간의 대장은 마이크로바이옴(대장 미생물군)의 균형이 깨져서 장에 이로운 미생물보다는 해로운 미생물이 많이 차지하게 될 수 있다. 이 경우에 유산균과 같은 이로운 미생물을 복용하면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데 이를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라고 한다. 아직 제대로 된 미생물군을 형성하지 못한 혁신도시 나무뿌리에는 나무에 맞는 미생물, 프로바이오틱스가 필요하다.       

유산균은 장내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균, 유산균 음료는 대표적  프로바이오틱스(사진인용: 한구야쿠르트)

에필로그    


제대로 된 책을 읽은 지가 오래됐다. 거친 음식을 꼭꼭 씹어서 제대로 먹어야 보신이 되는데(유기물!) 잘 정제해 놓은 보고서만 날름날름 먹었다(화학비료!). 몇 쪽짜리 보고서는 당장 움직일 열량은 되지만 두고두고 쓸 기본 체력에는 별로 보탬이 되질 않는다. 결국 교과서를 봐야 되고 두터운 책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야 체력이 강해진다.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하여 제대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때마침 김병용 박사가 운영하는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정보 포럼에서 ‘발밑의 미생물 몸속의 미생물(원제, The hidden half of nature)’이라는 좋은 책을 소개시켜 주었다. 일단 바로 구입하였다. 그래놓고도 읽기를 미루다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최근에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두 곳, 식물의 뿌리와 사람 대장의 마이크로바이옴을 다룬다.    

 

저자인 지질학자 몽고메리는 이사 후에 황폐한 정원을 다양한 유기물을 공급하면서 되살린 경험을 토대로 식물 뿌리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하여 설명한다. 그의 주장은 식물 뿌리에 미생물은 식물에게 필요한 다양한 미량원소들을 제공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뿌리주변의 미생물이 식물과 교류하면서 병원균이 오면 식물에 경고신호를 보내어 식물이 방어하게 한다는 것, 즉 식물의 건강을 뿌리 주변 미생물이 담당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저자는 몽고메리의 부인인 생물학자 비클레이다. 그녀는 자궁암 수술을 받고, 음식과 건강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장속에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하여 공부하기 시작한다. 인간 대장 속 미생물 역시 인체 스스로가 만들 수 없는 다양한 대사산물을 만들어 인간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장속의 미생물은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는 방법을 인간의 면역세포에게 가르치고 훈련시켜, 적군이 왔을 때에 면역세포가 적군을 물리칠 물질들을 분비하게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아토피와 각종 염증은 장내 미생물의 부적절한 신호에 의하여 야기되는 질병이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그리고 토양 비옥도의 키(key)를 잡고 있는 것도 미생물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미생물이 현대에 널리 퍼진 사람의 만성질환을 물리치고 식물의 생장에 중용한 역할을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의 대장과 식물 뿌리의 두 공간을 저자들은 식물이 그리고 인간이 외부로부터 영양분을 섭취하는 접경지라는 공통점으로 묶었다. 정말 대단한 발상이다. 그리고 부부가 식물과 인간의 마이크로바이옴을 나란히 공부하고 기술한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하여 제대로 공부한 첫 책이다. 읽으면서 나름 아이디어로 충만하고 각종 영감으로 가슴이 뛰었다. 처음에는 책의 내용을 그저 정리만 하려고 했는데 읽다보니 이러저런 생각으로 여러 가지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 그림을 써 보았는데 거의 소설 수준으로 과학적 인과성이 부족하다.

    

이 글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그저 소설이니 이것으로 지식을 얻는 것은 부적절하고, 그저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하여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그저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화두 제시 정도로 해주면 좋겠다. 또한 문장 중의 일부는 ‘발밑의 미생물, 몸속의 미생물’에서 그대로 따온 것도 있음을 밝힌다.  

  

가장 무서운 사람이 책 한권을 읽은 사람이다. 아직 전후, 좌우를 충분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읽은 책의 내용이 전부 인양 아는 척하게 된다. 이 글이 딱 그런 글이다.    

 

 <2020. 3. 17. 52번째 생일날 저녁에 곰박>   


     

붙임 1. ‘발밑의 미생물, 몸속의 미생물’의 주옥 같은 표현    


우리가 자연의 숨겨진 절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바로 미생물이 인간과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일부라는 점이다. 미생물은 몸속에서 우리 건강을 지켜준다.’  

   

‘미생물은 식물에 필요한 미량원소를 암석에서 추출하는 일부터 생명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전 지구적 탄소순환과 질소순환을 주도한다. 사실상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힘이 미생물에서 나온다.’    


‘미생물은 인류의 과거를 결정했고, 인간이 미생물을 대하는 태도가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붙임 2. 비료의 3요소에 대한 설명

(원래 본문에 포함시켰는데 너무 길어져서 꼭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 붙임으로 뺐다.)  

  

생물체의 생장에 가장 중요한 영양소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다. 탄수화물은 동물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식물체에서는 셀룰로오스, 리그닌과 같은 단단한 조직을 구성하여 수십미터의 나무줄기를 가능하게 한다. 탄수화물의 구성단위는 포도당 같은 단당류이고 이는 탄소(C), 산소(O), 수소(H)로만 구성되어 있다.    


단백질은 동물에서 몸을 구성하는 재료이며, 동식물 공히 생체반응의 효소와 신호전달물질(호르몬 등)에 사용된다. 단백질의 구성단위는 20종의 아미노산인데, 각 아미노산은 측쇄가 서로 다를지라도 공통의 아미노기(NH2)와 카르복실기(COOH)를 가진다. 따라서 단백질은 탄소(C), 산소(O), 수소(H) 외에도 질소(N)를 필요로 한다.     


지방은 동물의 피하지방 또는 식물의 씨앗에서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보관하는데 사용된다. 지방은 탄수화물과 같이 탄소(C), 산소(O), 수소(H)로만 구성되어 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우리는 3대 영양소라고 한다.    


유전물질을 구성하는 핵산(DNA, RNA 등)은 3대 영양소 못지않게 중요하다. 핵산은 펜토스(5탄당), 인산, 그리고 질소를 포함하는 염기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기에 탄소(C), 산소(O), 수소(H) 외에도 인(P)과 질소(N)를 필요로 한다.     


이상과 같이 생물체가 살아가는 데는 탄소(C), 산소(O), 수소(H), 질소(N), 인(P)이 주로 필요로 한다. 이외에도 미량으로 필요한 성분들도 있는데 이를 미량원소 또는 미네랄이라고 하고 칼륨(K), 칼슘(Ca), 마그네슘(Mg), 아연(Zn), 철(Fe) 등이 있다.     


식물이 필요로 하는 원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탄소(C), 산소(O), 수소(H)는 물과 이산화탄소의 광합성 작용을 통하여 획득한다(6CO2 + 6H2O -> C6H12O6 + 6O2).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에 충분하기에 물만 잘 주면 식물이 잘 크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외의 원소 중에서 칼슘, 마그네슘, 아연, 철 등은 일반 토양에 풍부하게 들어있어 특별히 공급하여 주지 않아도 식물 생장에 일반적으로 문제가 없다.     


문제는 질소, 인산, 칼륨인데 질소는 공기의 80%를 차지하고 있지만, 앞에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질소원자가 3중결합으로 단단하게 묶여 있어 물에 녹지 않아 식물이 사용할 수가 없다. 인 역시 일부 광석에만 제한적으로 존재하기에 식물이 구하기가 어렵다. 칼륨은 인보다는 암석(토양)에 많지만 역시 식물이 사용하기에 풍부한 원소는 아니다.


결국 식물 생장에 이들 3 원소가 결핍되기 쉽고 이들을 공급해줘야 식물이 잘 자라기에, 이를 비료의 3요소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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