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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박 Jan 24. 2021

감귤녹색곰팡이(Penicillium digitatum)

한국곰팡이 100, 

감귤녹색곰팡이 Penicillium digitatum (Pers.:Fr.) Sacc     


코로나19도 염려되고 줄서서 기다리는 것도 거시기 하고 해서, 21년 들어서는 점심을 구내식당에 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싸온 샌드위치로 때운다. 10여 일 전에, 사무실에서 점심 식사 후에 옆자리의 송(귤)경 박사가 귤 하나를 건넨다. 이젠 정량을 먹고나면 귤하나도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일단 컴퓨터 앞에 두었다. 

  

며칠이 지나고 다시 점심시간에 이제 한 번 먹어볼까 하는데 귤의 바닥쪽에 하얀 곰팡이가 피었다. 며칠동안 한자리에 두었더니 바닥쪽에 높은 습도가 형성되어 곰팡이가 하얗게 핀 것이다. 

그림 1. 책상위에 둔 감귤. 휴대폰 촬영.



아직은 어린 곰팡이니 본색을 드러내도록 며칠 더 둬볼까! 3일을 더 두니 바닥과 직접 닿지 않은 부분은 녹색으로 변했다.      

그림 2. 책상위에 둔 감귤. 그림 1 + 3일. 휴대폰 촬영


어제는 여유로운 토요일. 곰팡이가 핀 감귤을 부검하였다. 현미경으로 보니 녹색부분은 완전히 포자덩어리고 흰색부분에도 포자가 많았다.      


그리고 내부를 열어보니 귤의 흰색실 같은 부분(귤락 또는 알베도)에 곰팡이 균사가 거득하다. 주황색의 과홍 부분이야 너무 달아서 곰팡이도 자라기 어렵지만 귤락 부분은 공기조건이나 당도 등에서 충분히 자랄만하겠다.      


곰팡이는 귤의 중앙부위까지 자라 있었다(그림 3).  

그렇다면 귤피에 곰팡이가 핀 것도 이미 내부 깊숙히까지 곰팡이가 퍼져 있으니 과실을 먹어서는 안되겠다.      

그림 3. 귤의 심부의 귤락에도 곰팡이가 가득 피었다. 실체현미경 8배 촬영.


곰팡이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포자형성 기관을 살펴보니, 손가락 모양의 분생포자경과 원통형의 큰 분생포자, 오호라 이 놈이 바로 귤 저장 시에 가장 문제가 되는 Penicillium digitatum (Pers.:Fr.) Sacc. 이렸다 (종소명 digitatum은 손가락 모양이라는 뜻이다).

그림 4. 감귤녹색곰팡이 분생포자경.  종소명 digitatum의 뜻인 손가락의 뼈를 연상시킨다 (1000 배 촬영).


 이 곰팡이는 한국균학회가 정한 한국의 곰팡이 100 종 중의 하나다.      

    

이 곰팡이의 우리말 이름은 정하는 데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 이름 지을 때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 기존에 써오던 이름과 새로운 원리에 입각한 이름 사이의 불일치이다.      


이 곰팡이가 일으키는 병을 감귤녹색곰팡이병이라고 불러왔다. 그러면 이 곰팡이는 자연스럽게 감귤녹색곰팡이가 된다. 그런데 이 병을 일으키는 곰팡이는 Penicillium digitatum으로 Penicillium은 푸른곰팡이속이다. 우리말 이름에 사용된 녹색곰팡이 속은 Trichoderma다.  

  

감귤푸른곰팡이병은 따로 있다. Penicillium italicum Wehmer.이 일으키는 병을 감귤푸른곰팡이병이라고 한다. 감귤녹색곰팡이에 비하여 더 청색(blue)을 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즉 P. digitatum은 감귤녹색곰팡이, P. italicum은 감귤푸른곰팡이다. 

    

곰팡이 이름의 기본 원칙은 앞에 나오는 속명이 근간이 되고, 뒤에 나오는 종소명이 수식어가 된다. 따라서 Penicillium digitatum과 P. italicum은 속명이 푸른곰팡이므로 둘다 무슨무슨푸른곰팡이가 맞다. 그런데 이름이 감귤녹색곰팡이, 감귤푸른곰팡이니 뭔가 좀 안 맞다.  


우리말 푸르다는 상당히 넓은 개념이다. blue(靑)와 green(綠)을 모두 포함한다. 靑도 푸를청이고 綠도 푸를녹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청색과 녹색의 구분에 별로 예민하지 않다. 교통신호등은 분명 green light인데 파란불이고 테이프는 분명히 녹색인데 청테이프다.    

 

이런 점을 모두 감안한다면 감귤에 녹색의 병을 일으키는 P. digitatum은 감귤녹색푸른곰팡이, 청색의 병을 일으키는 P. italicum은 감귤청색푸른곰팡이가 합리적인 이름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일반인과 학계에 이미, P. digitatum이 감귤녹색곰팡이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것을 바꾸는 것은 교과서와 행정문서 등을 모두 바꿔야 하니 쉬운 일이 아니다. 할 수 없이 이번에는 감귤녹색곰팡이를 그대로 사용한다. 하지만 곰팡이 우리말 이름에 속명을 사용하는 체계가 정착되면, 언젠가 이 곰팡이가 감귤녹색푸른곰팡이로 바뀌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어쨌든, 박스채로 귤을 사먹으면 감귤녹색곰팡이(P. digitatum)는 박스 아래쪽에서 흔히 발견된다.  그리고 책상위에 두었던 감귤에도 이 곰팡이가 발생하였다. 왜?   

  

이 곰팡이는 감귤류(citrus)를 특히 좋아한다. 감귤 농장 주변에 항상 있고 감귤농장이 아니더라도 실내공기 중에도 포자가 있다고 한다. 아무리 곰팡이 포자가 많고 감귤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건강한 감귤의 과피를 뚫고 들어가지는 못한다.     


그런데 감귤을 수확하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귤에 상처가 생긴다. 귤 껍질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 곰팡이가 묻어 있다. 그런데 이 귤을 따뜻한 연구실에서 며칠간 한자리에 두면, 귤이 숨을 쉬면서 아래쪽 옴폭한 곳에 습기가 쌓이고, 이를 이용하여 곰팡이 포자가 발아하여 상처난 귤껍질을 통하여 귤 안으로 침투할 것이다.      


귤 껍질만 뚫으면 안쪽은 먹이감으로 거득차 있다.

책상위에 놓인 귤 바닥쪽에 환기가 안되어 습도가 높게 형성되었듯이, 귤 박스 아래쪽에 놓인 귤도 귤의 호흡열이 빠져 나가지 못하고 환기도 되지 않아 습도가 높아졌을 것이고, 이를 이용하여 곰팡이가 자랐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감귤녹색곰팡이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무얼까?   

  

제일 핵심은 상처를 만들지 않는 방법이다. 제주도의 감귤연구소에서 실험을 하였는데 하나는 건전한 귤에 곰팡이를 뭉탱이로 키워 스카치테이프로 붙여 넣고, 하나는 바늘 끝에 곰팡이 포자를 묻혀서 바늘로 찔러 놓았는데, 전자는 병이 안 나고 후자는 병이 났다는 것이다.      


즉 곰팡이가 아무리 많아도 건전한 귤피를 뚫을 수가 없고 대신 바늘 구멍이라도 침입하면 병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귤을 어떻게 수확하는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작은 상처없이 수확하고 운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 감귤은 오렌지에 비하여 귤피가 얇기 때문에 상처를 피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면 둘째는 곰팡이 밀도를 낮추는 방법이다. 수확이나 유통 과정에 곰팡이가 발생하거나 할 징조가 보이면 퍼지기 전에 얼렁 제거해 버리는 방법이다. 그리고 재배 시의 낙과된 귤도 결국 곰팡이의 오염원이 됨으로 멀리 버리는 것이 좋다.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잔류농약이 문제가 안되는 선에서 수확 전에 농약을 살포하는 방법도 있다(그런 의미에서 유기농 감귤이 이 곰팡이에 더 취약할 수 있겠다).     


셋째는 곰팡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지 않는 것이다. 이 곰팡이는 6-37도씨의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자라고, 최저 생장 수분활성도가 0.90으로 비교적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책상 위에 둔 감귤에서 곰팡이가 자랐다는 것은 건조한 환경에도 곰팡이가 자란다는 뜻이다. 따라서 낮은 온도에서 보관하고(냉장고 안에서는 못자란다.) 습도를 낮게 해주면 이 곰팡이의 생장을 멈출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박스에 든 감귤은 햇빛이 직접 들지 않는 뒷 베란다에 둘 것이다. 그러면, 추운 겨운날은 온도가 낮아 괜찮지만, 오늘처럼 온도가 10도씨가 넘어가면 곰팡이가 자랄 수 있으므로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온도로 곰팡이를 제어하기 어렵다면 습도로 제어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가능하면 박스안에서라도 여러겹으로 쌓기 보다는 얇게 깔고, 그리고 한 부위에 과습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하여 자주 귤의 방향을 돌려주는 것도 도움이 될것이다.  


맺기 전에, 혹시 감귤녹색곰팡이가 핀 귤을 모르고 먹었다면?


이 곰팡이는 인체에 병원성은 없다. 즉 사람의 몸에서 자라지는 못한다. 그리고 독소 생성은? 사람에게 유해한 독소를 생성한다는 보고 역시 없다. 다만 닭과 새우의 배아세포에 나쁜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있을 뿐이다. 즉 좀 먹어도 상관없고 다만 일부러 많이 먹지만 않으면 될 것 같다.


2021. 1. 24. 곰박     


이글은 개인의 생각을 적은 것으로 전문가 검토를 받지 않은 비과학적인 글입니다. 글의 활용하거나 실제에 이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확인 과정을 거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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