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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승철 Jan 26. 2023

부족하고 느려도 포기하지 말자 1-3

드디어 대학에 합격하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이사야 41장 10절


첫 시험을 높은 점수로 통과한 후 나는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부모님은 실패 했을때나 잘 했을때나 언제나 수고했다는 말씀만을 하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부모님께서 눈물을 흘리시며 기뻐하셨다고 했다.


나는 많은 유혹과 싸우고 있었다. 아무래도 혼자이다보니 친구들과 놀고 싶었고 외롭다보니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었다. 하지만 한번에 한가지 밖에 하지 못하는 나로서 다시 유혹에 빠져들고 싶지 않았다. 힘들고 답답할 때면 저녁에 밖에 나가 산책을 하며 집에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근처의 바닷가까지 걸어가서 밤바다를 보며 그리고 별을 보며 꼭 이겨내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였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내 앞에 보이는 바다에 뛰어들어 죽을 거라는 각오를 하였다.


그 후로 3번의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시드니 대학의 경제 경영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부모님은 나의 합격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뻐하셨다. 나 또한 드디어 부끄럽지 않게 집에 돌아가게 되었다.


꿈에도 그리던 대학생활이었지만 그 생활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다. 첫 수업에 들어갔는데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갑자기 내가 소화해야 할 영어 수준이 퀀텀 점프하듯이 높아졌다. 경제 이론 수업과 정치학 수업은 수많은 어려운 이론들로 꽉차있었다. 특히 시드니대학의 수업은 한 과목당 소수의 토론 수업을 꼭 하게끔 구성되어 있었는데 나를 포함하여 유학생들에게는 이 수업들은 가장 힘들고 피하고 싶은 시간이었다. 나는 호주 원어민 학생들과 같은 조가 될 때는 벙어가리 되었고 교수가 질문을 할 때 또한 머뭇거리며 자신없게 대답하였다. 이렇게 한학기가 흘러가자 나는 더이상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안된다는 위기 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어느날 정치학 수업에 들어가자 한국 교포 2세 출신의 교수님이 수업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날 그 교수를 찾아가서 내 고민을 말하였다. 단순히 한국인이기 때문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였다.


"제가 어떻게 하면 토론 수업 때 영어로 말을 잘 할 수 있을까요? 호주 원어민 앞에만 서면 자신이 없어집니다"


그 교수가 내 말을 듣고 고민하더니 자상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호주 학생들은 영어는 잘 하지만 내용이 빈약하고 아무 말이나 그냥 하는게 대부분입니다. 미리 공부하고 내용을 정리해서 영어를 잘 하지 못하더라도 논리적으로 말을 하면 교수들도 인정해 줄 겁니다"


나는 교수의 이 말에 갑자기 두려움이 없어졌다. 그 이후로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하며 토론 수업 때 준비해간 내용을 서투른 영어로 발표를 하였다. 교수가 질문을 해왔을 때도 먼저 자신감있게 대답하였다.


'모든 것은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항상 담대하자'


첫 학기는 이렇게 큰 깨달음을 얻고 정신없이 지나갔다. 1학년 두번째 학기도 수업을 따라가느라 많이 벅찼다. 함께 입학한 한국 유학생들로 부터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50점 밑으로 점수를 받으면 Fail인데 다수의 유학생들이 Fail을 받았다. 나 또한 이 당시에는 통과만 하자는 목표로 최선을 다했다.


1학기가 끝나갈 무렵 나는 지난 몇년간의 대학 입학을 위한 공부와 대학에서의 공부로 인해 완전 번 아웃 상태에 빠져버렸다. 더이상 이대로 2학년으로 가기에는 무리였다. 지금 이상태로는 공부가 나를 지배하고 잡아먹는 상태였다.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공부를 수단으로 삼기를 바랬다. 그리고 그보다 더 원했던 것은 내 자신의 삶의 사명을 찾고 싶었다. 내 존재의 이유. 그리고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목적. 삶의 목적과 꿈을 찾고 싶었다.


1학년이 끝난 후 나는 지체없이 휴학을 신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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