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이기기 위해서는 일본을 배워야 한다
중국에서의 일년 동안의 유학 생활은 나에게는 정말 엄청난 삶의 이정표를 만들어 주었고 조금은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게 해주었다.
중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호주로 다시 들어가기 전 한국에 있는 집에 들렸다. 부모님은 중국에서의 내 경험들을 무척 흥미있게 생각하셨다. 한국에서 한달 정도 쉰 다음 다시 호주로 돌아갈 채비를 하였다. 사실 중국에서 1년 동안 낮에는 중국어 공부를 그리고 밤에는 따로 북경에 있는 영어학원에 다니면서 영어 문법부터 다시 배웠다. 호주에서 1학년을 보내는 동안 나는 내 부족한 점들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호주로 돌아가서 2학년 과목들을 따라가려면 영어를 다시 준비해놔야 했다. 다행히 중국에서 유학을 마칠 쯤에 2학년에 올라갈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호주로 돌아가는 날 부모님은 공항까지 마중나오셨다. 어머니는 항상 공항에서 내가 탑승수속을 받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갈때 한없이 우셨다. 부모님은 나를 정말 사랑하셨지만 나는 마음이 약해질까 단 한번도 사랑한다는 표현을 한 적이 없다. 괜히 눈물 나올 것 같았고 약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싫었다. 또 힘든 유학생활을 버티려면 마음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결국 호주 시드니로 돌아갔고 2학년 1학기 공부를 시작하였다. 이미 일년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나는 한과목을 더 수강하였다. 4과목에서 5과목으로 공부할게 늘었지만 중국 생활에서 자신감과 삶의 목적을 찾았기 때문에 기쁜 마음을 가지고 공부를 하였다. 다행히 성적은 2학년 때부터 좋아졌다. 일년이 지난 후 3학년 때는 몇몇의 과목에서 호주 대학생들 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중국에서 돌아오고 일년 후 3학년 일학기를 보내고 있을 때 뉴스에서 일본과 우리나라가 위안부와 독도 문제 등 역사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었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독도가 우리땅이라는 광고를 뉴욕거리에서도 내보낼 만큼 일본과의 골이 깊어지고 있었다. 그 때 나는 일본에 대해 너무 화가 났다. 위안부가 자발적이라는 역사적 망언과 독도는 자신의 땅이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니... 갑자기 중국에서 만났던 독립운동가 분들의 발자취가 내 마음속을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일본에 한번 가보자. 가서 일본에 대해 배우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아니겠는가'
이렇게 해서 나는 일본에 갈 결심을 하게 되었다. 다만 정식으로 교환학생을 신청할 때는 지났기 때문에 일본 대학에서 내가 다니는 시드니 대학을 통해 교환학생을 신청하는게 아니라 직접 신청하는게 있었다. 이 경우 학점은 시드니대학에서 인정받지 못했지만 교환학생 신분으로 정식 교환학생과 똑같이 수업을 듣고 성적표 등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일단 와세다 대학과 호세이 대학 두 곳이 이러한 제도가 있는 것을 확인하였고 두 곳에 신청하였다. 아쉽게도 와세다 대학에 붙으면 더 좋았지만 와세다는 불합격하였고 호세이대학에서 합격을 했다는 이메일이 날라왔다.
주변 친한 분들에게 일본에 간다고 하니 다들 대학을 빨리 졸업하라고 만류하였다. 하지만 이미 22살에 대학에 입학해서 늦은거 좀더 늦으면 어떻냐고 대답하였다.
후에 나의 꿈은 정치인이 되는 것이었지만 그 당시 나의 꿈은 외교관이었다. 특히 중국과 일본 사이에 우리나라를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일본에 가고 싶었다. 사실 외교관이 되려면 외무고시를 열심히 공부하면 되었다. 하지만 이때는 꿈 많고 열정적이고 순수한 청년이었다.
호세이 대학은 우리나라로 치면 중경외시 정도의 대학이다. 2020년~2021년 총리를 역임했던 스가 요시히데 또한 호세이 출신이다. 법학으로 유명했고 예전 6.25때 호세이 대학 출신 재일교포들이 학도병으로 출정했던 대학이었다. 주변에 운하가 있고 봄이 되면 벗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합격 후 나는 부모님께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간다고 말씀드렸다. 일본에 대해 배우고 싶다고, 정말 가고 싶다고 말씀드리면서 합격 이메일을 보여드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불효자가 아닐 수 없다. 다행히 기숙사비는 장학금을 받아 절반만 내면 되었고 생활비는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충당한다고 말씀드리고 갈 수 있었다.
일본에 그렇게 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2010년 가을 쯤이었다. 호주 중국을 거쳐 인생 제3막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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