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발전의 명과 암
북경은 매우 재미있는 도시이다. 우리나라의 90년대가 그러했을까? 사람들은 매우 분주했다. 북경의 도심이나 보이지 않는 작은 마을에서도 활력이 넘쳤다. 젊은이들은 직장인이든 공사장의 인부던간에 표정에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넘쳐 보였다. 경제에는 희망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청년들에게는 더 그렇다.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으면 젊은이들은 활력을 잃고 경제 또한 발전하지 못하고 퇴보할 것이다. 후에 일본에 있었을 때가 그랬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활기가 넘치는 청년 국가였다.
다행히도 이제 막 경제발전을 하면서 변화해가는 중국의 도시와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것이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나는 이러한 북경의 모습을 마음껏 누비며 다녔다. 주말이면 친구들과 함께 북경의 인싸들이 모인다는 호하이에 가서 호수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거나 친구들과 재즈바에 가서 맥주를 마셨다.
어느날은 자전거를 타고 북경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녔다. 북경은 2008년도 당시 이미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 있었다. 모두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때문이었다. 특이한 점은 한국에서 못보던 전기 자전거들도 이 당시 많이 보였는데 2022년 현재 중국의 전기차 브랜드가 10개가 넘고 전기차 국내 점유율이 20%이고 곧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는 소식을 얼마전 들었을때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전기차 비율이 2%가 채 안된다. 그 당시에 나는 이미 상용화된 전기자전거를 보면서 앞으로 중국의 전기자동차 산업이 빨리 발전하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경제 발전에는 명과 암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북경을 누비다 보니 오래된 시골 마을들을 나무들로 가려놓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 모르면 그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조차 파악하기가 힘든 마을들이 북경에 여러개가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중국에서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오래되고 낙후된 북경의 마을들을 최대한 숨기기 위해서라는 말을 들었다. 또한 어떤 마을은 어제는 있다가 그 다음주에 가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모습을 보면서 나는 북경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 수 없는 곳이라고 느꼈다. 마을 분들은 어디로 갔을까... 중국의 공권력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약자와 소외된 계층이 생기고 우리는 그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경제 발전의 성지 '상해'
북경 유학 당시 나는 일본 친구들과 가장 친했다. 일단 문화가 가장 비슷했고 두번째는 룸메이트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본인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게 되었다. 우리는 여행 계획을 세워 상해부터 갔다. 상해에 도착하자 높은 건물들이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 상해는 북경과는 또 다르게 세련되고 사람들은 여유가 있어보였다. 호주 유학당시 중국 친구들에게 너는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면 상해 출신들은 절대 중국에서 왔다고 안하고 상해에서 왔다고 하였다. 그 이유를 알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에도 명과 암이 있었다. 상해에 머무르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누런 황사와 스모그가 합쳐져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중국은 경제발전에 있어서 삶의 질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다. 진정한 선진국은 경제발전에 있어서 삶의 질과 환경을 생각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대기 오염으로 인해 많은 수의 사람들이 죽는다.
매우 잘 정돈된 시골 마을들
상해에 다녀온 이후 나는 친구들과 중국의 청두, 시안, 남경 그리고 내륙 깊숙한 곳까지 여러곳을 다녔다. 때로는 기차로 때로는 버스를 중국 현지인들과 타면서 다녔다. 그 당시 내륙 깊숙히 여행하는 기차를 탔을때 돈을 아낄겸 가장 저렴한 좌석으로 탔는데 우리가 타면 그 객차안에 있던 몇십명의 중국 분들이 우리에게 질문을 하고 관심을 가져주었다. 어쩔때는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한국인이 탔다고 외치더니 다들 환영해주었다.
특히 그분들은 우리에게 해바라기 씨를 많이 주었는데 중국 분들은 전부 기차를 타면 해바라기씨를 까서 먹으며 가는 습관이 있었다. 다만 그 씨는 바닥에 버렸는데 그 씨가 쌓이면 온 객차 바닥을 덮을 정도로 수북했다. 하지만 중국 분들과 함께 대화를 하면서 함께 해바라기 씨를 먹고 던지며 그렇게 재미있게 여행하였다.
중국 내륙과 시골마을들을 여행하며 느낀 점은 생각보다 도로 사정이 좋았고 마을의 인프라가 잘 정비되어있고 마을이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후에 잠시동안 필리핀을 여행할 때 도로가 움푹 패인 곳이 많고 건물과 마을들이 정리 정돈이 안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중국은 그러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내가 여행을 다니면서 후진국과 중진국을 가르는 기준은 도로의 관리 상태이다. 시골의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는 것은 지방정부가 돈을 빼먹지 않고 꾸준히 예산을 들여서 관리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통해 나는 중국의 발전이 진짜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은 여타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가다가 고꾸라진 국가들과는 다르다고 느꼈다. 정말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나라이며 인프라 등 발전의 여러 근본이 갖추어져 있는 나라였다. 사람들은 희망에 차서 미래를 보고 내달렸다. 다만 경제발전에 있어서 빈부격차와 약자를 배려하지 못하고 국민에 있어서 정부의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는 중국이 중진국을 지나 선진국으로 들어갈 때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이다.
중국에서의 경험을 마치며
나는 중국 여행을 마치고 중국에서의 공부 또한 막바지에 이르게 되었다. 이제 다시 시드니로 돌아가서 2학년에 진학을 해야 했다. 중국에서의 지난 1년은 나에게는 인생의 방향성을 알려주었고 중국이라는 나라를 알게 해주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루하루를 낭비하며 보내지 않았음에 만족하였다. 나는 예전보다 조금 더 성숙해졌다. 이제는 공적인 일을 위해 사는 사람이 되는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 열망도 생겼다.
내 인생에서 정말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일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