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실천적 지식과 열정 그리고 용기
옥스포드에서 시험이 끝난 후 지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처음에 과연 내가 옥스포드에서의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무사하게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시험 성적 또한 공부한 만큼 나오게 되었다. 23살때 처음 호주 시드니 대학에 들어갔을 때 수업에서 영어가 전혀 안들려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던 때와 비교하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드니 대학에서 맨땅에 헤딩하면서 공부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던것 같다.
다만 지난 1년간 너무 힘들게 뛰어왔기 때문에 그동안 나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시험이 끝나고 잠시 휴식이 주어진 짧은 순간에 내 스스로 이 곳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로 하였다.
1년간 옥스포드에서 공부하며 달라진 것들
지난 2년간 옥스포드의 정책과 정치 공부와 훈련을 받은 나는 무엇이 달라졌는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 내 스스로 세상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는 틀을 가진 것이다. 정치와 정책에 있어서 철학을 배운 덕분에 현실 문제에 대해 철학적 시각으로 분석하고 사유하는 법을 익히게 되었다. 옥스포드에서 공부하면서 나는 타인으로부터가 아니라 내 스스로 답을 찾고자 노력했다. 한 주제에 대해 생각에 생각을 하며 사유하는 힘을 길러나갔다. 그 과정 속에 다른 사람이 내 생각을 지배하는 것을 경계하였다. 기존에 있는 것들을 답습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새로운 방향과 나만의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며 한가지 현상에 대해 한가지 틀로서 보지 않고 서로 다른 여러 틀로 해석을 하는 훈련을 하였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나만의 정책과 정치적 가치와 철학을 만들어나갔다.
그것이 현재 아직 초라하고 크지 않더라도 최소한 발전의 토대는 만들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나만의 틀과 시선을 만든다는 것은 곧 창의와 혁신으로의 발전 또한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줄곧 바라왔던 삶의 목표이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사유의 근육을 훈련하다보면 분명 내가 현상과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된 사유의 개체로서 그리고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하는 주체로서 만들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내가 내 스스로 생각하고 기준을 세울 수 있을 때가 되면 그때가 내 스스로 정치에 찾아가 입문하는 날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직은 그때가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옥스포드에서 일년간 다양한 정책적 분석 과목, 경제학, 법학, 데이터 분석 및 실증기반 연구 등을 배웠다. 정책 제안서 작성 등 실무도 배웠고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논문을 분석해야 하는데 매일 석학들의 논문을 분석하며 틀린 것을 찾는 연습을 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6까지 이어지는 빽빽한 수업을 일년 정도 하니 몸은 지쳤지만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희열로 마음의 열정은 불타올랐다.
그리고 정말 소중한 한가지 경험, 70여개국 120명의 동기들과의 무수한 대화를 통해 다양한 정치와 사회 이슈를 알게되고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자국의 문제점들에 대해 토론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매일 대화했던 시간들이 고스란히 내 지식적 자산이 되었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그들의 열망, 불의와 홀로 싸우는 용기, 그리고 숭고한 그들의 사명을 보며 나 또한 그들을 배우며 닮아가도록 노력했다. 그 후로 나는 행동이 없는 지식, 실천이 없는 지식은 진정한 지식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손에는 책을 한손에는 칼을 들고 세상의 정의를 위해 불의와 맞서 싸우겠다 다짐했다.
결국 내가 옥스포드에서 얻은 것은 지식뿐만 아니라 세상을 보는 나만의 가치와 그 가치를 실행하는 행동력인 것 같다.
2023년이 된 지금까지 나는 그때 얻은 것들을 매일 되새기며 단 한시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