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포드의 식사 문화와 예배
옥스포드를 떠나며
옥스포드에서의 시간은 열정만 가득하고 지식과 실력이 부족했던 나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그 당시 1년은 나에게는 정말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나에게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과분한 곳이었다. 이제 정말 옥스포드를 떠날 시간이 되었다. 떠나기 전 함께 동고동락하며 정들었던 동기들에게 인사를 했다. 1년간 거의 매일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같이 공부하며 대화하며 붙어있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깊은 전우애가 생겨있었다.
옥스포드에는 떠나기전 하는 전통이 있었다. 각자 소속된 컬리지에 초대하여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다. 옥스포드는 39개의 컬리지가 있다. 컬리지 개념은 해리포터 영화를 생각해면 이해가 쉬을 것이다. 해리포터 호그와트 학교에는 4개의 기숙사가 있다. 학생들은 자신에게 맞는 기숙사를 배정받는다. 옥스포드 또한 그러한 개념이 있어서 컬리지가 소속 기숙사 역할을 한다. 나는 Wadham 컬리지에 소속되어 있었고 각 컬리지에는 웅장한 큰 홀이 있어서 그곳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와인을 곁들인 풀코스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동기들과 나는 각자 컬리지의 저녁 식사에 서로를 초대했다. 에피타이저부터 메인, 디저트, 와인까지 풀코스로 나왔다. 옥스포드에 오기 전까지 서양식 식사 예절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식사자리에 초대받아서 갔더니 정말 많은 수저와 포크, 나이프에 당황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행히 어느 정도 익숙해져있었다.
떠나기 전 많은 동기들과 지난 1년간의 소외와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우리의 삶에 대해 대화하였다. 그렇게 친구들과의 인사는 마무리가 되었다. 떠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언젠가는 그들과 나는 국가를 위해 일하는 입장에서 함께 일적으로 만날 일이 있을 것 같았다.
떠나기 바로 전날 컬리지 안에 있는 교회의 예배당에서 예배와 기도를 드렸다. 영국의 예배는 성공회라서 그런지 우리나라 기독교 예배와는 사뭇 달랐다. 거의 전통 카톨릭 예배와 비슷했다.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찬양단의 경건하고 웅장한 찬양이 계속 흘러나왔고 나는 눈을 감고 기도를 드렸다.
'부족한 저를 위해 지혜를 주시고 무사히 공부를 끝마치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내 인생은 겉으로는 화려해보이지만 고난과 실패의 연속이었다. 분수에 맞지도 않는 삶의 목표를 이루려 능력에도 맞지 않는 높은 곳을 향했다. 그 도전과 과정 속에서 상처도 많았으며 비웃음도 많이 샀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인내심 하나로 버텨왔다. 그 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내가 가진 기독교 신앙이었다. 붙잡을 곳이 없었기에 참 많이도 기도했다.
성경에 보면 하나님은 부족한 사람을 들어 쓰신다고 하였다. 한낯 양치기였던 다윗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으신 이유도 그것이었다. 나는 내 부족함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