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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승철 Feb 15. 2023

상가포르에선 모든 신혼부부에게 집을 준다 7-3

싱가포르에 온지 2주 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나는 퇴근 후에 싱가포르의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건물, 도로, 공원 등 인프라 등 외적인 것들을 관찰하였다. 정책을 공부하다보니 어딜 가나 습관적으로 주변을 관찰하게 된다. 아무래도 직업병인 것 같다. 싱가포르는 무덥지만 깨끗하고 쾌적했다. 조경이 잘 되어 있어서 길거리는 가로수와 꽃들 그리고 공원들이 많았다. 남는 자투리 땅도 모두 잔디와 꽃이 심어져 있었다. 싱가포르는 공사 예정지에도 일단 잔다와 꽃을 심어 황량하게 놔두지 않는다. 철저한 관리도시이다.


주로 저녁에 걷다보니 싱가포르의 야경은 정말 대단했다. 현대 고층빌딩과 예전 영국식 콜로니얼 빌딩, 아시아식 건물이 한대 어우러져서 동서양의 조화로운 미를 뽐냈다. 특히 수변 주변을 너무 잘 활용하여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잘 즐길 수 있도록 해놓았다. 특히 지금은 싱가포르의 상징이 된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과 그 주변의 높은 빌딩과 어우러지는 아경은 거의 환상이었는데 왜 싱가포르에 관광객들이 이처럼 많이 오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Choson Exchange에서 일하는 대연씨에게 갑자기 전화가 왔다.


"형, 제 여자친구 아버지께서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이용권을 주셨는데 형도 함께 가서 수영장 같이 이용하실래요?"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옥상에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유명한 야외 수영장이 있었다. 한번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대연씨에게는 결혼을 앞둔 싱가포르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호텔 이용권을 몇장 선물로 받았는데 나를 초대한 것이었다. 마리나 베이 샌즈 옥상에 올라가니 엄청 큰 수영장이 나왔는데 흡사 긴 배 모양의 수영장을 어떻게 빌딩 옥상에 올려놓았을까 신가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나라의 건설사가 이 호텔을 지었다고 한다.


수영장에서 아래를 바라보니 싱가포르 도시가 한눈에 보였다. 석양에 비친 싱가포르는 정말 잘 계획된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이였다. 그곳에서 마음껏 수영을 즐긴 나는 저녁에 대연씨 커플과 함께 식사를 했다.


대연씨의 싱가포르 여자친구는 싱가포로 국립대를 나와서 국가에서 운영하는 외자 유치 전담기관인 경제개발청(EDB)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싱가포르는 대학을 가는 비율이 소수일 정도로 엘리트이다. 그리고 그들은 곧 결혼을 하는데 싱가포르의 신혼부부는 전부 집을 정부로부터 받는다는 것이었다. 신혼부부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의 500만 시민 중 90%가 정부가 준 집에 살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 어렴풋이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들어보니 매우 놀라운 이야기였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신혼부부가 집을 청약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였기 때문이었다.


좀더 자세히 알아보니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의 LH같은 곳인 주택개발청(HDB)가 있는데 이 곳에서 싱가포르 신혼부부에게 집을 배정해 주면서 집값의 80~90%까지 저리로 장기 대출을 해준다고 하였다. 특히 싱가포르는 신혼부부에게 주택 배정의 우선권을 주고 주택 구입시 소득이 부족하면 보조금까지 주어 결혼율과 출산율을 끌어올렸다. 결혼을 생각할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가 가정을 꾸릴 양질의 거주지이다. 그리고 내 아이까지 낳아서 키울 수 있는 넓은 집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내 주변에도 결혼한 커플이 많이 있지만 제대로 된 집을 갖지 못해 월세를 전전하거나 좁은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는 분들이 아직도 많다. 신혼부부 청약을 받으려고 해도 하늘의 별따기이고 청약에 당첨되어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하더라도 집값은 비싸고 금리도 높아 영끌을 한다고 해도 조금만 경제가 휘청이면 한 가정의 파산을 걱정할 정도이다.


나는 대연씨의 여자친구에게 물었다.


"싱가포르의 신혼부부들은 주택걱정은 전혀 하지 않는건가요?"


"신혼부부는 모두 집이 나오기 때문에 집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요"


싱가포르는 더 나아가 신혼부부에게 공급하는 공공주택을 고급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 브랜드 아파트와 LH아파트의 디자인이 차이가 나는데 싱가포르는 공공주택을 민간 브랜드보다 더 세련되게, 더 편리한 교통 입지 조건에 주택을 짓고 있다.


싱가포르가 공공주택 보급율 90%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1960년대 독립 이후 급중하는 이민자와 열악한 주거 환경을 보면서 당시 리콴유 초대 총리가 사회 안정을 위해 '모든 국민이 집을 소유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을 주거 정책의 철학으로 삼고 추진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까지도 싱가포르 국민들은 주거에 대한 걱정이 없다. 주거에 대한 걱정이 없으나 싱가포르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에도 걱정이 없는 것이었다.


60년 전 이미 싱가포르를 설계할 때 녹지확보와 1가정 1주택 정책을 생각하고 추진한 리콴유라는 총리의 능력이 너무 놀라웠다. 리더란 국민을 위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혹시나 누군가는 전 국민에게 공공주택을 보급하는게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주거, 교육, 의료는 좌우의 이념을 따져서는 안된다. 이 세가지는 국민들에게 가장 기본으로 양질의 서비스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싱가포르 또한 시장경제의 정점을 찍은 국가이다. 세금과 법인세도 매우 낮다. 하지만 적어도 현실의 문제를 파악하여 싱가포르 국민들에게 집을 마련해준 국가가 나는 위대해보인다.


싱가포르를 세운 리콴유 총리 또한 공산당과 싸운 정치인이었다. 사회주의라면 치를 떨지만 그가 항상 했던 말이 있다. 정치란 현실 문제를 파악하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주거의 공급에 있어서도 좌우 이념을 갖다 붙인다. 하지만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주거 문제는 현실적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들이 편히 살 수 있는 자기 집을 갖게 하기 위해 특히 열악한 주거 현실에 놓여있는 청년들과 신혼부부들에게 자신이 마음편히 살며 가정을 꾸릴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국가가 가장 우선순위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이 보인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수영장에서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에서 본 풍경
대연씨와 싱가포르 여자친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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