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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승철 Feb 17. 2023

국민을 고소하는 싱가포르 정부 7-5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싱가포르의 빛과 그림자

싱가포르에서의 두달은 나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아시아 변방이라고만 생각했던 조그마한 도시국가라고 생각했는데 정책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생각보다 너무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오래 있지 않아서 싱가포르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본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최고 선진국이었다. 도시는 완벽했고 일찍이 경제를 개방한 덕분에 외국계 기업들이 많이 들어와 있어서 글로벌한 일자리가 넘쳐났다. 외국계 기업이 아시아에 진출하기 위해 거점을 삼는 곳이 싱가포르였다. 페이스북도 아시아를 총괄하는 본부를 싱가포르에 두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싱가포르는 반 민주주의적 위험을 안고 있었다. 정치는 안정되어 보였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아 보였다. 자유주의에는 경제적 자유주의와 정치적 자유주의가 있다. 싱가포는 1965년 독립당시 말레이시아의 끝자락의 작은 섬에 반강제적으로 쫓겨나듯이 독립했다. 다수의 말레이계가 화교계를 쫓아낸 것이다. 독립당시 싱가포르는 작은 어촌에 불과했다. 마실 물조차 없었고 사방에서 싱가포르의 안보를 위협했다. 그래서 그런지 필연적이게도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리더가 등장했고 강력한 권위주의로 싱가포르의 번영을 이뤘다. 그 과정 속에서 시민들은 자신의 자유를 상당부분 국가에 넘겨주었다. 경제적 자유는 얻었지만 정치적 자유는 얻지 못했다.


이 나라는 초대 총리 리콴유가 31년, 그의 큰아들 리센룽이 18년 이상 대를 이어 총리를 하고 있다. 북한처럼 3대 세습 총리가 나올 뻔 했으나 여론과 싱가포르 정치 내부적 비판으로 2023년에는 성이 다른 총리로 바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간 또 리콴유의 손자가 총리가 되어 3대 세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예측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또한 야당을 정치적으로 탄압한다. 민주주의에서는 선거를 공평하게 치뤄야 한다. 선거에 진 당과 후보를 탄압하는 것도 민주주의에 어긋난다. 사법부에 국가의 권력이 들어가서는 안되지만 싱가포르는 야당의 정적을 제거할 때 사법부를 움직여 상대방을 고소하고 정부를 비판한 국민들 또한 고소하여 몇억의 합의금을 받게 한다. 실제로 2015년 싱가포르 블로거 중 한명은 리셴룽 총리를 비판했다가 고소를 당해 15만 싱가포르달러 (약 1억 5000만원)의 배상금을 지불하였다.


또한 싱가포르는 2020년 총선 때 야당에서 정부를 비판하자 '가짜뉴스법'의 혐의를 적용해 입막음을 하였다. 정치적 자유에는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데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만난 싱가포르 친구는 정부 여당과 정치적 성향이 달라 여당이 아닌 야당으로 정치를 하고 싶어하지만 야당으로 정치를 하려면 탄압을 받을 수 있기에 정치를 하는 것을 포기했다.


독재는 복불복이다. 독재 국가는 경제발전에 실패해 가난의 밑바닥을 해매거나 반대로 뛰어난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세계 석학들이 주장하듯이 이는 성공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남미와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성공한 독재보다 실패한 독재가 더 많다. 반대로 민주주의 국가는 독재국가보다 경제발전의 속도가 조금 늦을지는 몰라도 실패할 확률이 적다. 사회가 안정적이고 단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생각해보건데 싱가포르는 똑똑한 리더를 가졌다는 천운이 따랐다고 할 수 있다. 리콴유 총리의 자서전과 싱가포르의 발전 계획을 보면 한세기 미래를 내다본 거의 천재적 인물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싱가포르가 앞으로도 상대 당과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정적을 제거하고 사법부를 정권의 칼로 휘두른다면 싱가포르의 미래가 지금처럼 밝지만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싱가포르에 다녀와서 우리나라를 보면서 생각하건데 이러한 선진국에서의 정치적 자유의 침해는 비단 싱가포르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이미 나타나있었다. 등잔불 밑이 어둡다는 등하불명 (燈下不明)의 단어처럼 우리나라 또한 선거에 진 상대 당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이 가해지고 있고 여럿 대통령들 또한 죽거나 감옥에 가고 있다. 이건 비단 어느당의 문제이기 보다는 권력을 가지고 있느냐 가지고 있지 않느냐의 문제이다. 여야든 권력을 쥐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으로 여론과 국민의 입을 막고 사법부를 장악하여 칼을 휘두르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풍전등화(風前燈火)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선거에 나가려는 사람들을 탄압하고 룰을 바꾸는 등 우리나라는 사실상 나쁘게 말하면 권위주의 반독재 조금 순화해서 말하면 억압된 민주주의이다.


정치란 그리고 진정한 민주주의란 겸허하게 비판을 듣고 받아들이며 나를 반대하는 국민들을 끌어안고 선거에서 진 상대방을 보듬고 함께 상생과 협치를 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라고 생각한다. 민주적 정치인이 가져할 태도는 다양성과 포용성, 열린마음 그리고 모든 사람들을 존중하는 것이다.


안타깝고 마음 아픈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미얀마로 가려고 한다. 내가 싱가포르에서 미얀마로 가려고 할때는 2018년도 하반기였다. 2022년 글을 쓰는 지금은 다시 군부가 독재를 하고 있지만 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미얀마는 수십년간의 군부 독재가 종식되고 국회의원을 뽑는 최초의 선거가 치뤄지는 민주주의의 새싹이 돋아나고 있는 나라였다. 나는 이곳에서 아직 주제는 정하지는 않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연구를 해서 옥스포드 졸업 리포트를 제출해야 했다. 꼭 리포트 때문은 아니지만 민주주의란 단어는 옥스포드의 수많은 동기들이 자신의 국가에서 이루고자 하는 일생의 목표였다. 그리고 민주주의란 후진국에서만 중요한 가치인줄 알았는데 싱가포르를 보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나에게도 민주주의는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지켜야하는 중요한 가치였다.


이것이 내가 미얀마로 가는 이유였다. 그리고 미얀마에서는 전에는 겪지 못한 정말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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