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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승철 Feb 21. 2023

민주주의 연구를 위해 떠나는 마지막 여정 8-7

양곤에서 옥스포드 백지은 박사와 양곤 대학생들과의 만남

내 방문이 미친듯이 잡아당겨지고 있을 때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래에서 나와 친한 호텔 직원이 5명의 동료를 모아서 내 방문 앞까지 왔다. 적어도 우리는 우정을 쌓았기 때문에 그가 나를 속일리는 없었다.


문을 열고 주변을 보자 정말 감쪽같이 아무도 없었다. 정말 무슨일이 일어났던 것이었을까? 정말 날 어떻게 하려고 한건가?... 경고를 한 것인가...? 아니면 나의 착각인가..... 그날의 일은 아직도 미스테리이다.


어찌되었든 한바탕 해프닝으로 나는 다른 방으로 옮기고 내가 묵는 방을 외부인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말라고 부탁하였다. 그리고 혹시나 나를 찾는 사람이 있으면 나에게 페이스북으로 메세지를 보내달라고 하였다. 호텔이 정말 크고 객실이 무수히 많기 때문에 내가 어디에 묵는지만 모른다면 조금이나마 안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나를 위협하러 온 것인지도 확실치 않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한번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NDI 측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하였다. 내가 일하는 NDI는 미국 외교부와 긴밀한 사이이기 때문에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얀마 경제수도 양곤으로


다행히 그 이후로 같은 해프닝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연구를 마무리하기 위해 양곤으로 갈 채비를 하였다. 양곤에는 NDI의 미얀마 본부가 있고 그곳에서 선거관리 모니터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또한 미얀마에는 현재 옥스포드 박사를 공부하는 북한 인권 전문가 백지은씨가 미얀마 양곤에서 민주주의 운동을 한 사람들을 만나며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논문 주제는 '민주주의 운동을 하게 되는 계기'를 연구하는 것이었다. 영어로는 Trigger라고 불리는데 한국말로는 방아쇠였다. 즉 민주주의 운동을 하게 되는 방아쇠가 무엇인지 연구하는 것이었다.


양곤으로 가는 날이 되었다. 다행히 호텔 직원이 자신의 오토바이로 버스정류장까지 태워다주었다. 이곳에서 나는 정말 과분하게도 많은 도움을 받는다. 나는 곧 네피도에서 버스를 타고 양곤으로 갔다. 몇시간 정도가 걸린지는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는 않지만 꽤나 긴 여정이었다.


양곤에 도착하여 예약했던 호텔에 짐을 풀고 백지은씨를 만나러 양곤대학 앞의 카페로 갔다. 걸어가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도로와 하천에 쓰레기가 쌓여있었다. 네피도에 있었을때는 몰랐는데 양곤에 오니 아무래도 위생을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면서도 왜 정부에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지 이해가 안갔다. 비용의 문제인지 아니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네피도로 돌아가서 국회의원들에게 쓰레기 문제에 대해 건의를 해볼 참이었다. 사람이 새로운 일을 할때 책상 정리를 하고 방을 청소하듯이 국가 또한 마찬가지이다. 깨끗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경제발전의 첫번째 단계이다. 싱가포르가 그랬다.


백지은씨는 책의 옥스포드에서의 에피소드에서도 소개하였지만 그녀는 하버드 학석사를 마치고 옥스포드에서 박사를 하고 있었다. 10년전부터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적 시민 운동을 하고 있는 중이었고 예일대 출판사 등에서 북한에 관련된 책을 쓴 북한 전문가였다. 나는 그녀와 옥스포드에서 함께 공부를 했고 그녀는 미얀마에서 박사를 연구하러 한달간 미얀마에 머물고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기간이 나와 겹쳤다. 그녀는 내가 몇 안되는 존경하는 사람들 중 한명이었다. 매우 총명하고 한가지 목표를 가지고 불도저처럼 밀고가 뜻을 이루는 사람이었다. 그러고보니 내가 만난 하버드와 옥스포드 출신들은 대부분 그러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애초에 학생들을 뽑을때도 그런 요소들을 많이 보는 건가 보다.


카페에 도착하자 그녀와 미얀마 대학생 몇명이 함께 있었다. 그녀의 연구를 도와주는 양곤 대학 학생들이었다. 그곳에서 백지은씨를 만나자 너무 반가웠다. 그녀는 나를 많이 도와주고 조언을 많이 해주는 은인같은 사람이었다. 우리는 이 곳에서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경제, 사회 그리고 정치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 나 또한 대학생들의 인터뷰가 필요했기에 질문을 많이 하였다. 양곤 대학생들은 이제 군부가 더 물러나 아웅산 수치가 통치하는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하였다. 이때가 2018년도 9월 초 정도였으니 아웅산 수치가 국가자문역으로 통치를 하고 있었다. 다만 그녀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는데 군부가 민주주의 선거를 치르고 권력을 조금씩 이양하면서도 아웅산 수치가 대통령이 될 수 없게 헌법에 외국인과 결혼한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황당한 내용을 넣어놨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민주진영에서 대통령이 되어 대통령의 국가자문역으로 아웅산 수치를 임명하여 대통령은 실질적으로 그녀에게 모든 권한을 몰아주었다.


권력을 쥔 쪽은 민주주의를 필연히 침해하려고 한다. 후진국에서는 뻔뻔하게, 선진국에서는 교묘하다. 그래서 그것을 알아채는 눈이 중요하다.


그들과의 만남 후 다음날 NDI의 양곤 본부로 가서 선거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분과 인터뷰를 하고 여러 데이터들을 얻었다. 드디어 정책 리포트를 위한 인터뷰가 끝났고 충분한 데이터를 모았다.


미얀마에서의 생활도 거의 막바지에 다가왔다.


백지은 박사와 양곤 대학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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