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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승철 Feb 22. 2023

미얀마여 안녕 8-9

"믿음으로 의롭게 되면 자연히 공의를 행하고, 정의로운 길을 걷다 보면 다른 많은 사람을 믿음으로 의롭게 만들 수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


미얀마에서 나는 어쩌면 일생에 가장 스팩타클한 시간을 보냈다. 두달도 안되는 짧은 시간들이었지만 많은 것들을 경험했다. 이곳에서 내가 얻은 한가지는 한 사람의 힘이라도 세상을 위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결국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그 씨앗을 심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언젠가 내가 미얀마에 뿌린 그 씨앗이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을 수도 있지 않을까....


성경에는 겨자씨는 모든 씨보다 작지만 자란 후에는 어떤 풀보다도 커져 나무가 되고 하늘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든다고 했다. 미얀마를 떠나는 내 마음속에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미얀마에 뿌린 그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지면 밖으로 올라오는 것을 고대하며 또 고대하며 기다린다.


떠나기 며칠 전 내가 일했던 NDI의 사무실에 있던 호텔 직원들과 호텔 뒷편의 잔디밭에서 축구를 했다. 그들과는 매일 보는 사이라 정이 들었는데 떠나기 전에 축구를 함께 하자고 해서 참여하게 되었다. 축구를 하러 가니 다들 맨발로 축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과 함께 뛰기 위해서 구두와 양말을 벗었다. 발에 거친 풀들이 느껴져서 아팠지만 나는 기쁘게 그들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렇게 그들과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축구로 멋진 하루를 보냈다. 지금도 이 순간을 잊지 못한다. 석양이 지는 미얀마의 하늘 아래에서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미얀마 호텔 직원들과 축구를 하다


마지막날이 다가왔다. 내가 묵었던 호텔을 나서자 친하게 지냈던 호텔 직원들이 다가왔다. 나는 그들에게 인사를 하였고 나를 항상 지켜주었던 호텔 직원에게 내가 타고다니던 새 자전거를 선물로 주었다.


그 후 나는 바로 회사를 가서 정들었던 NDI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였다. 그들은 나의 최고의 조력자였고 친구였다. 내가 미얀마를 위해 하는 연구를 그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도와주었고 나에게 항상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이 그립다.


떠나는 순간까지 그들은 나를 포근히 안아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또 만나자는 기약을 하고 떠났다. 정들었던 미안먀 국회의원들에게는 전날에 인사를 하였다. 내가 보았던 이세상 최고의 정치인들이었다.


언젠가는 다시 볼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3년 뒤 2021년 군부의 쿠데타가 일어났다. NDI 소장 또한 쿠데타가 일어나기 전에 다른 나라의 사무소로 자리를 옮겼고 소장에게 물어보니 미얀마에서 정치인들이 주변 국가로 망명을 하는 중이라고 하였다.


나는 우리나라에서도 미얀마 민주주의 진영의 정치인들의 망명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민주주의의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을 잠시 받아 보호하고 다시 정권을 되찾았을 때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미얀마와 미얀마인들이 좋다. 그들이 나를 먼저 좋아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미얀마를 위해 그리고 내가 만났던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


'미얀마여 그대는 진실로 민주주의의 꽃을 다시 피울 것이다!'


미얀마 NDI 직원들과


미얀마 NDI 직원들과 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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